엔비디아가 최근 그래픽 프로세서를 넘어 ARM 아키텍처에 기반한 서버 프로세서 사업 진출 가능성까지 예고하고 나서 주목된다.
PC사업 의존도를 줄이고 서버 사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에 한층 무게를 실은 셈이지만, 구체적인 움직임으로 이어질지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12일(현지시각) 영국 더인콰이어러는 서버 영역에서 테그라K1 프로세서의 길을 찾을 수 있다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컨퍼런스 콜 발언을 인용 보도했다.
이미 엔비디아가 서버용 ARM 프로세서 시장에 진입한다는 뜻을 밝힌지 오래다. 지난 2011년부터 개발된 서버용 64비트 프로세서, 프로젝트 '덴버'를 지난 1월 테그라K1이란 이름으로 출시하면서 엔비디아의 서버 칩 진출 가능성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테그라K1을 서버용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황 CEO의 발언은 지난 9일 컴퓨터월드 보도에도 나왔지만, 강조된 뉘앙스는 약간 다르다.
64비트 ARM프로세서가 마이크로서버 시장 형성에 주 요인으로 작용하리란 관측이 업계 중론이다. 엔비디아 역시 이런저런 준비를 하고는 있지만, 아직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황 CEO는 우리는 마이크로서버에 테그라같은 것을 집어넣는 방식의 사업 전략에 관심이 많다면서도 한 번에 한 걸음씩(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테그라K1이 마이크로서버 시장에 안착하기 위한 핵심요소는 준비된 소프트웨어 스택이라고 덧붙였다.
엔비디아에게 데이터센터 시장이 아주 낯선 영역은 아니다. 엔비디아 GPU와 인텔 x86 CPU를 결합한 '그리드' 서버 레퍼런스 디자인이 상용화된 상태다. HP, IBM, 델 등이 그리드 설계를 채택한 서버를 판매 중이다.
엔비디아가 ARM서버 시장에서 마주칠 난관은 어느정도 짐작 가능하다. 황 CEO가 언급한대로 부족한 ARM서버용 소프트웨어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다른 칩 제조사와의 경쟁도 예상된다.
AMD는 이미 64비트 칩을 탑재한 서버 개발용 메인보드를 일부 고개사에 시범 공급한 상황이다. 인텔은 이미 HP '문샷'같은 상용 마이크로서버 제품에 저전력 x86 프로세서를 공급 중이기도 하다. 엔비디아는 이들을 추격하기 위해 그리드나 고성능컴퓨팅(HPC) 기술 'CUDA' 등으로 서버 제조업체와 쌓아온 협력 관계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가 PC게이밍과 전문가 워크스테이션용 그래픽카드에 그치지 않고 분산컴퓨팅과 서버 등 데이터센터 시장으로 영토확장에 나선 배경은 뭘까. 그래픽카드 수요의 절대비중을 차지하는 데스크톱 시장의 위축이 실적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낮추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지난 8일 엔비디아는 매출 11억280만달러, 순이익 1억3천650만달러로 마감한 2015 회계연도 1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매출은 9억5천470만달러를 기록한 전년동기대비 16% 올랐고, 순이익은 7천790만달러를 거둔 1년전보다 7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주당 수익은 13센트에서 24센트로 85% 많아졌다.
요약하면 엔비디아 회계 1분기 실적은 호조다. 연간 수치 변화만 봐도 큰 폭의 성장을 거뒀다. 주당수익도 22센트로였다. 매출 10억5천만달러로 예측한 증권가 전망치도 확실히 넘어섰다.
엔비디아 실적이 공개되자 JMP시큐리티 분석가 알렉스 가우나는 PC시장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엔비디아 그래픽카드 사업도 전반적으로 힘을 내고 있어 실적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를 인용한 로이터는 엔비디아 나스닥 주가가 지난 3개월간 18% 올랐는데 지난 6일 분기 실적을 미리 공개한 직후 1.5% 하락해 18.34달러를 기록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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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모틀리풀 분석가 아샤라프 에아사(Ashraf Eassa)는 엔비디아 주가가 이미 지난해보다 30% 올랐고, 따라서 계속 낮은 주가에 머무를거란 걱정이 틀렸다는 인식이 주가에 일부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게이밍 PC용 지포스(그래픽카드)는 탄탄한 실적을 받쳐 주고 '테그라' 프로세서 사업은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라며 전문가용 제품, 워크스테이션, 고성능컴퓨팅(HPC)도 꾸준히 성과를 낼 것이라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