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입원에 외신 “삼성, 동요 적을 것”

NYT, 스티브 잡스의 애플과 비교 후계구도에도 주목

일반입력 :2014/05/12 16:15    수정: 2014/05/12 16:23

정현정 기자

“이건희 회장이 삼성이라는 제국을 건설했지만 스티브 잡스가 곧 애플의 제품과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한 것과는 달리 삼성에는 아주 많은 전문가들이 포진하고 있는 만큼 경영에 미치는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다.” (NYT)

“삼성전자의 전략 사업부분인 스마트폰 부문 성장세가 주춤한 시점에서 이건희 회장의 건강 문제가 불거지면서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경영권을 승계할 준비가 돼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WSJ)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 증세로 입원한 가운데 외신들도 일제히 이 회장의 입원 소식을 긴급타전했다. 이후 후속 보도에서는 삼성그룹의 미래와 경영권 승계에 대한 내용도 비중있게 다뤄졌다.

외신들은 이 회장이 1987년 부친인 이병철 전 회장 타계 이후 경영권을 넘겨받으면서 삼성을 세계적인 회사로 키우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면서도 그의 건강악화가 삼성그룹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조심스레 내다보고 있다.

이와 함께 장남인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승계 구도도 본격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이건희 회장의 입원 소식을 비중있게 전한 뉴욕타임스는 이건희 회장의 건강 악화가 삼성의 후계 구도 문제를 다시 한 번 수면 위에 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재용 부회장이 아버지에 이어 경영권을 승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회장에 대해 “삼성을 가장 높은 수익성을 내는 가전업체로 키웠다”고 평가하면서도 “그의 건강악화가 삼성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신문은 이건희의 삼성을 스티브 잡스의 애플과 비교하면서 “스티브 잡스 사후 투자자들은 애플이 더 이상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을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를 내놨다”면서 “반면 삼성은 이 회장의 개인적인 역량에 기대는 대신 매우 거대하고 복잡한 조직을 통해서 운영되고 각 분야에 다양한 전문가들이 포진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다만 지난 12개월 동안 주가가 9%나 빠진 것을 언급하며 삼성의 미래 성장 동력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회사의 미래 계획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를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이건희 회장의 급성 심근경색 관련 응급 수술 소식을 속보로 긴급 타전한 이후 지속적으로 이 회장의 상태를 업데이트하고 있다.

저널은 “이건희 회장의 건강 문제가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최근 3년 만에 처음으로 줄어드는 등 삼성전자의 전략 사업부분인 스마트폰 부문 성장세가 주춤한 시점에서 불거졌다”면서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이 시가총액 기준 한국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경영권을 승계할 준비가 돼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애플과 협상을 주도하는 등 국제적인 감각을 지닌 인물로 재계의 세계적인 인물들과 인맥을 구축해놓고 있다”며 “고객과 파트너십 강화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평가도 소개했다. 또 “최근 발표된 삼성SDS의 상장이 이 부회장의 그룹 계열사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자금줄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덧붙였다.

영국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 등도 이건희 회장의 응급 수술 소식을 속보로 알렸다. 로이터 통신은 이 회장이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삼남매가 주력사업을 맡도록 계열사 정리를 해놓은 상태라고 전하며, 결국 이 부회장이 이 회장의 역할을 승계할 것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회장의 건강이 악화하면서 세계 최대 스마트폰업체이자 글로벌 IT 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삼성의 경영권 승계 역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 회장이 지난 2000년 폐 림프암 수술을 받았고 고령이라는 점을 전제하면서 회복 여부에 이목이 쏠려있다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삼성그룹의 전략을 제시하고 그룹 전체를 움직이는 인물인 이 회장이 응급시술 이후 회복 단계에 있다”면서 “올 초부터 이 회장의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고 보도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이건희 회장의 현 상태를 “안정적(stable)”이라고 전했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를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시켰으며 삼성전자는 이에 힘입어 애플을 제치고 세계 최대 스마트폰 생산업체로 올라섰다”고 평가하면서 “현재 3남매가 후계구도를 맡고 있으며 장남인 이재용 부회장이 결국 이 회장을 승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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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핑턴포스트도 이 회장이 1990년대 폐 수술 병력과 함께 동절기 미국 등에서 요양을 해왔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현재 삼성그룹은 3남매에 경영권 승계를 위한 계열사 간 인수합병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10일 밤 호흡 곤란 증세를 일으켜 자택 근처 순천향대병원에서 응급조치를 받은 뒤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 심장 관련 시술인 스텐트 시술을 받고 회복 중에 있다. 삼성에 따르면 이 회장은 12일 오전 심폐기능 보조장치인 체외막산소화장치(에크모)를 제거한 후 현재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