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 클라우드 전략, 굽힐 땐 굽힌다

일반입력 :2014/05/01 09:21    수정: 2014/06/18 10:10

시스코시스템즈가 야심차게 준비 중인 거대 클라우드 생태계를 위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같은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우군으로 끌어들이겠다는 흥미로운 구상을 내놨다.

시스코는 지난달 국내에 소개한 '인터클라우드(InterCloud)' 하이브리드 플랫폼 기술을 통해 프라이빗 클라우드 인프라를 MS 애저와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제공하는 퍼블릭 클라우드와도 연동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인터클라우드는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 지형도와 하이브리드 트렌드에 대응하는 시스코의 전략을 상징한다.

데이브 웨스트 시스코 APJ 시스템엔지니어링 및 아키텍처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전략을 설명하며 시스코의 인터클라우드는 시스코, 엔터프라이즈 프라이빗, 시스코 파워드 파트너, MS와 아마존 등 퍼블릭, 이 모든 클라우드를 연결해 주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인터클라우드 환경에선 관리자가 자원을 추가 할당하거나 재해복구(DR)가 필요한 서비스를 다룰 때 가상머신(VM)이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어느 영역에 있는지, 프라이빗이든 퍼블릭이든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어떤 하이퍼바이저로 VM을 다룰지 고민할 필요도 없다. 시스코가 제공하는 '인터클라우드 사업자 실현 플랫폼(ICPEP)'이란 추상화계층이 오픈스택, 클라우드스택, VM웨어, MS의 VM관리기술과 통하는 API를 지원한다.

다만 이런 인터클라우드가 실현되려면 참여자들이 일정한 제약을 따라야 한다. 연결해야 할 각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 '시스코 인터클라우드솔루션' 모델을 적용하고 이를 위한 네트워크 장비도 사용하는 식이다.

지난달 시스코가 그린 '시스코 클라우드서비스', 협력사 '시스코 파워드파트너 클라우드', 고객사 '엔터프라이즈 프라이빗 클라우드', 3자간 연결 시나리오에도 3자 모두 시스코 기술을 도입한다는 전제가 깔렸다.

그러나 MS나 아마존 같은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까지 연결되는, 4자 연계 구도에선 얘기가 달라진다.

인터클라우드에 묶이는 사업자들은 각자 구축한 시스코 솔루션과 네트워크 장비로 ICPEP를 배포함으로써 인프라 상호호환성을 갖출 수 있다. 즉 인터클라우드에 끼기 위해 사업자 스스로 호환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반면 인터클라우드에 연결되는 MS애저 또는 AWS는 ICPEP를 신경쓰지 않는다. 시스코가 ICPEP 아키텍처에서 아예 기본적으로 MS애저와 AWS의 자체 클라우드API를 지원해주기 때문이다.

즉 MS애저와 AWS는 인터클라우드와의 호환성을 갖추기 위해 시스코 ICPEP를 도입하는 부담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 순전히 시스코의 노력으로 인터클라우드에서 MS애저와 AWS의 호환이 지원되는 상태다.

시스코가 인터클라우드 생태계에 MS애저와 AWS를 영입하기 위해 다른 참여자들에게처럼 시스코 네트워크 장비를 쓰라든지, 시스코가 독자적으로 만든 아키텍처를 적용하라고 요구하긴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MS와 아마존이 특정 사업자의 하드웨어에 의존해야 하는 기술에 일부러 의존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당장 시스코가 MS애저와 AWS 퍼블릭클라우드를 인터클라우드 생태계에 완전히 포섭했다고 결론내리긴 어렵다. MS와 아마존은 인터클라우드와의 연계가 사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스스로 관계를 끊을 수도 있다. 선택은 시스코가 아니라 MS와 아마존의 몫이다.

물론 시스코가 MS, 아마존과 퍼블릭클라우드 서비스 관련 공식 협력을 맺을 가능성도 있다. 시스코가 인터클라우드에서 MS와 아마존의 이탈을 예방하기 위해 어떤 당근을 제시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다만 엔터프라이즈 고객사, 시스코 클라우드, 파트너클라우드 등의 관계가 인터클라우드에 뿌리내리는 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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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코는 인터클라우드로 3자간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구축하면 기업 고객들에게 웹엑스, 머라키, 스캔세이프 등 자체 솔루션은 물론이고 SAP HANA, 가상데스크톱인프라, 만물인터넷(IoE) 애플리케이션, 이밖에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서비스형인프라(IaaS), 서비스형플랫폼(PaaS)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시스코는 이와 마찬가지로, 인터클라우드에 참여하는 시스코파워드 파트너나 서비스사업자(SP)들의 경우 자체 서비스나 그 파트너망을 활용한 독립소프트웨어개발사(ISV)의 기술이나 제품을 고객사들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각국 통신사와의 협력을 계속 확대 중이라는 언급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