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배줌 하이엔드 "10m 피사체도 손떨림 無"

[리뷰]소니 HX400V

일반입력 :2014/05/01 08:30

권봉석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의 위치를 스마트폰이 잠식한 지 오래다. 하이엔드 모델도 부쩍 몸값을 낮춘 보급형 미러리스 카메라에 쫓기고 있다. 심지어 TV홈쇼핑에서도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찍은 사진을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간편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연결성과 항상 주머니에 휴대할 수 있는 간편함에서도 스마트폰에 밀린다.

하지만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가 여전히 강세를 보이는 분야가 있는데 바로 고배율 줌이다. 스마트폰으로 멀리 떨어진 곳의 사진을 찍는 데도 한계가 있고 멀리서 찍은 사진을 잘라내도 썩 마음에 드는 결과물을 얻기는 힘들다. 미러리스 카메라나 DSLR 카메라에 70-200mm 촬영이 가능한 렌즈를 끼우면 그럴싸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지만 렌즈의 무게와 부피 때문에 가볍게 가지고 다니기는 무리가 있다.

고배율 줌 렌즈를 내장한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는 휴대성과 화질에서 여전히 강점을 가지고 있다. 소니코리아 HX400V(이하 HX400V) 역시 광학 50배 줌까지 촬영 가능한 렌즈를 한 몸에 품었다. 찍은 사진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보낼 수 있는 와이파이 기능을 갖춰 스마트폰을 셔터 릴리즈로 쓸 수 있다. 고용량 SD메모리카드를 이용하면 메모리카드 용량이 다 찰때까지 풀HD 동영상을 찍을 수 있다.

■DSLR 닮은 외관 그래도 더 가볍다

HX400V는 모르는 사람이 보면 DSLR과 착각할 정도로 닮았다. 렌즈 15장을 넣어 최대 50배 광학줌이 가능하게 만들었고 렌즈 구경도 큰 탓이다. 무게도 대구경 광학줌 렌즈를 달고 있다 보니 여느 카메라보다 더 무거운 편이다. 배터리와 메모리카드를 끼웠을 때 무게는 약 660g인데 미러리스 카메라에 기본 줌렌즈를 포함했을 때 390g(소니 알파 5000)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무겁다. 하지만 렌즈를 뺀 상태에서 최신 보급형 DSLR이 530g(니콘 D5300)인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무게에서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카메라를 한 손으로 잡았을 때 느낌은 나쁘지 않다. 손가락 안쪽이 와 닿는 부분을 둥글게 처리해 그립감도 나쁘지 않으며 손이 와닿는 부분은 고무를 덧대 미끄러지는 것을 줄였다. 사진을 보여주는 LCD 모니터는 3인치, 30만 화소이며 위로 90도, 아래로 60도 조절이 가능해 시야보다 위나 아래에 있는 피사체를 쉽게 확인하면서 촬영할 수 있다. 다만 화면 회전은 불가능하고 터치 기능도 없다.

다이얼과 각종 조작 버튼은 대부분 오른 엄지를 이용해 한 손으로 조작 가능하게 만들었다. 촬영 모드 선택 다이얼과 노출, 색감 등 각종 값을 조작하는 다이얼도 손 닿는 곳에 있다. 카메라 초보자들이 처음 보면 난감함을 느끼기 쉬운 버튼도 촬영에 필요한 최소한으로 줄였다. 동영상 촬영 버튼은 따로 빼서 어느 모드에서나 간단하게 동영상을 찍을 수 있게 만들었다.

손떨림 적은 줌 기능⋯노이즈는 아쉬워

HX400V에 들어간 센서는 1/2.3인치, 유효화소수 2천40만 화소인 엑스모어R로 국내 출시를 앞둔 소니 스마트폰 엑스페리아Z2와 비슷한 수준이다. 센서 크기가 같은 다른 카메라들이 1천6백만 화소 수준을 유지하는 것에 비해 지나치게 화소수를 높이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고배율 줌렌즈를 달고 있는 만큼 먼 거리에서 찍은 사진의 디테일함을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이지만 아무래도 어둡거나 광량이 충분하지 않은 곳에서는 노이즈 억제에 한계가 있다.

가장 중요한 기능인 광학줌은 손떨림 기능이 만족스럽다. 오른손으로 카메라 본체를 잡고 왼손으로 줌링을 돌리면서 촬영하면 손떨림때문에 사진을 망칠 염려는 많이 줄어든다. 가장 많이 쓰이는 인텔리전트 자동 모드에서도 손떨림은 상당히 억제되지만 어두운 환경이라면 프리미엄 자동 모드에서 촬영하면 된다. 디지털 줌까지 이용하면 100배 이상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30배 이상 광학줌을 이용해 촬영한 사진은 1:1로 잘라내면 상당히 노이즈가 끼는 편이다.

주목할 것은 동영상 촬영 기능이다. 동영상 촬영 기능을 갖춘 DSLR 카메라도 대부분 촬영 시간을 5분이나 30분 정도로 제한하는 경우가 많은데 HX400V는 메모리카드와 배터리 용량이 허락하는 한 한 시간 이상도 촬영 가능하다. 움직임이 많은 동물이나 운동경기를 찍는데 적합한 1920×1080화소, 60p 모드까지 쓸 수 있다. 줌을 조절하면서 생길 수 있는 모터 작동음도 거의 신경쓰지 않아도 좋을 정도다.

와이파이 내장해 스마트폰과 연동

최근 출시되는 소니 카메라에 표준이 되다시피한 와이파이 연동 기능도 당연히 담겨 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플레이메모리즈 모바일’ 앱을 설치하고 간단한 설정을 마치면 스마트폰을 리모컨처럼 쓸 수 있고 기기간에 사진을 주고 받는 것도 가능하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라면 카메라 그립부의 NFC 태그에 스마트폰을 가져가면 바로 앱이 실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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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X400V는 큰 고민 없이 자동 모드에서 셔터만 누르면 바로 사진이 찍히는 간편함과 멀리 떨어져 있는 피사체를 선명하게 당겨 찍을 수 있는 고배율 줌 기능을 함께 갖췄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벌어지는 운동경기나 연예인 방문 등 행사나 이벤트를 보다 가깝게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사람에게 적합하다. 시원찮은 결과물을 쨍한 LCD 모니터 화면으로 속이는 카메라도 있지만 HX400V는 그런 경향도 적다.

몇 가지 짚고 넘어갈 점도 있다. 스트로보(플래시)나 각종 기기를 장착할 수 있는 핫슈는 오직 소니 제품만 호환된다. 물론 이 카메라를 쓰는 사람들이라면 추가로 주변기기를 구입할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지만 호환되는 제품이 적고 그나마도 전용 제품인데다 비싸다. 촬영 성능이나 품질과 큰 관련이 있는 사항은 아니지만 렌즈를 보호하는 렌즈캡을 고정할 수 없어 잃어버리기도 쉽다. 렌즈를 보호할 수 있는 필터를 끼우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판매되지 않는다. 가격은 68만원 선으로 30배 이상 광학줌이 가능한 다른 하이엔드 카메라 중에서 라이카 다음으로 가장 가격이 비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