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봄 출시 이후로 경매장 정책 등에서 혼선을 빚으며 골수 팬까지 돌아서게 만들었던 디아블로3가 확장팩을 등에 업고 다시 인기를 되찾고 있다. 경험치 50% 추가제공 등 올드팬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여러가지 정책이 제대로 성과를 거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게임트릭스가 최근 집계한 바에 따르면 PC방의 디아블로3 점유율도 15%를 넘어서는 등 호조다.
간만에 디아블로3를 즐기려는 사람이나, 혹은 디아블로3를 통해 디아블로 시리즈에 입문하고 싶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챙기는 주변기기는 바로 마우스다. 물론 버튼이 두 개 달린 마우스라면 어느 것이든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감도가 떨어지는 마우스나 책상 위에서 잘 안 미끄러지는 마우스는 적잖은 스트레스다. 마우스 탓에 트리스트람 어느 이름 모를 동굴 지하 2층에서 ‘죽었습니다’라는 흑백 화면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스틸시리즈 라이벌(이하 라이벌)은 디아블로3 뿐만 아니라 게임 프로그램이나 업무용 프로그램에도 활용할 수 있는 고급형 마우스다. 버튼 한 번만 누르면 마우스 감도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고 버튼을 여섯 개 달아 원하는 동작을 지정해 실행할 수 있다. 마우스 설정 프로그램도 윈도 운영체제와 OS X용 모두 제공하기 때문에 윈도와 맥을 오가며 게임을 즐기는 사람에게도 알맞다.
■성인 남성 한 손에…오른손잡이 디자인
오랜 시간 마우스를 쥐고 게임을 즐기다 보면 땀과 지문이 뒤섞여 표면이 금방 지저분해지고 미끄러지기도 쉽다. 라이벌은 검지·중지가 닿는 윗부분에 미끄러움을 잡아 주는 코팅을 했고 엄지와 약지, 새끼손가락이 와닿는 양 옆에는 고무를 덧대 잘 미끄러지지 않게 만들었다. 뒷부분이 조금 더 튀어나오는 완만한 곡선을 그리게 만들어져 손바닥을 올리면 자연스럽게 밀착된다. 3D 프린터를 이용하면 마우스 끝에 들어간 이름표까지 만들어 넣을 수 있다. 필요한 모델링 데이터는 스틸시리즈 웹사이트에서 받을 수 있다.
제품 크기는 성인 남성이 한 손으로 쥐었을 때 쉽게 잡을 수 있는 크기이며 오른손잡이용이다. 누를 수 있는 버튼은 왼쪽·오른쪽 버튼과 가운데 두 버튼, 오른손 엄지쪽에 달린 두 버튼을 포함해 총 여섯개다. 전용 설정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운영체제에 설정된 기능 대신 키보드 동작이나 마우스 매크로 등 원하는 기능으로 설정할 수 있어 편리하다. 스틸시리즈 로고와 마우스 휠에 들어간 LED 조명 색상도 지정할 수 있다.
게임 전용 마우스 패드 위에서 올려 놓고 쓰는 것이 가장 좋다. 마우스 바닥에 달려 센서와 표면의 간격을 유지해 주는 스토퍼도 이물질이 끼어 걸리지 않게 만들어졌다. 물론 스토퍼는 소모품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닳았다면 교체해 주는 것이 좋다.
■매크로와 세밀한 설정 가능한 ‘스틸시리즈 엔진’
라이벌은 여타 마우스와 같이 PC나 노트북에 꽂기만 하면 급한대로 쓸 수 있다. 다만 이 상태에서는 감도나 버튼별 설정은 불가능하다. 스틸시리즈 웹사이트에서 전용 드라이버와 설정 프로그램을 포함한 ‘엔진’을 내려받아 설치하면 세밀한 조정이 가능하다. 윈도 운영체제와 OS X를 모두 지원하며 전체 용량은 100MB 정도다. 설치를 마친 후 USB 단자에 꽂았다 빼면 다시 인식하며 펌웨어 업데이트까지 한 번에 해결된다. 설치를 마친 다음 엔진을 실행하면 현재 감지된 스틸시리즈 하드웨어가 모두 나타나며 라이벌 마우스가 그려진 아이콘을 누르면 각 버튼 동작과 감도, 가/감속을 세밀하게 설정할 수 있는 화면이 나온다. 버튼 여섯 개가 눌렸을 때, 그리고 가운데 휠을 올리고 내릴 때 동작을 사용자 지정할 수 있다. 기본 동작은 버튼이지만 키보드·마우스 조작이나 음악 재생/정지 등 미디어 뿐만 아니라 키보드와 마우스 동작을 결합한 매크로도 설정할 수 있다.
마우스 포인터 움직임과 관련된 항목은 감도, 가속/감속, 각도 스냅핑, 폴링 레이트 등 총 네 가지 항목을 설정할 수 있다. 감도는 두 단계로 설정해서 전환 버튼을 이용해 수시로 바꿔 쓸 수 있다. 하지만 감도 이외의 나머지 항목은 선뜻 조절하기 쉽지 않다. 각 항목마다 도움말이 마련되어 있지만 설정 프로그램 배경이 어둡고 도움말을 불러내는 물음표(?)도 클릭하기 힘든 것이 흠이다. 스틸시리즈가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에 가입하면 이렇게 지정한 설정값을 클라우드에 저장했다 어디서나 불러와 쓸 수 있다.
■초보자는 설정 까다로워…
디아블로3를 설치한 다음 얼마나 편리하게 즐길 수 있는지 확인해 봤다. 해상도는 2400cpi로 설정하고 게임에 꼭 필요한 왼쪽·오른쪽 버튼과 위·아래 스크롤 기능 이외에 남는 버튼 중 세 개 버튼의 기능을 바꿨다. 오른손 엄지가 닿는 두 버튼에는 숫자키 1·2를, 휠에 달린 버튼에는 가지고 있는 장비나 아이템을 보는 I키를 설정한 후 게임에 들어갔다.
마우스 움직임은 나무랄 데 없고 해상도 전환 버튼을 이용하면 감도를 실시간으로 조절할 수 있다. 장비 창에서는 마우스 감도를 낮추고 필드에서는 감도를 높여 화면을 빠르게 움직이게 만드는 것. 반면 엄지쪽 버튼 두 개는 직업에 따라서는 썩 활용도가 높지 않다. 지속 시간이 긴 방어기술보다는 짧게 자주 쓰이는 공격 기술을 1·2번 키에 배정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레벨이 낮다면 물약을 마시는 Q키를 배정해서 비명횡사(?)를 막는 것도 좋다. 최적의 조합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게임을 실행한 상태에서 설정을 바꿔가며 여러 조합을 적용해 보는 것이 좋다. 설정을 저장하면 관련 내용이 실시간으로 적용되며 게임이나 설정 프로그램(엔진)을 새로 시작할 필요는 없다.
관련기사
- 보는 맛 살린 올라운드 울트라북2014.04.20
- 인텔-애플-구글 가리지 않는 ‘무선 종결자’2014.04.20
- 잘 만든 아이폰 게임패드 "할 게임은 없더라"2014.04.20
- 태블릿・노트북, 버튼 하나로 오간다2014.04.20
스틸시리즈 라이벌은 손에 쉽게 잡히고 한 시간 이상 손에 잡고 게임을 해도 손의 피로가 덜하다. 여러 버튼을 입맛에 맞게 설정할 수 있어 편리하기도 하다. 하지만 마우스 설정을 위해 필요한 전용 프로그램인 ‘엔진’이 너무 불친절하다. 디자인을 중시한 건 좋지만 설정 화면이 너무 어두워 글자나 옵션을 쉽게 알아보기 힘들다.
잘만 조절하면 게임을 보다 수월하게 즐길 수 있는 여러 옵션들이 많지만 도움말을 읽어봐도 크게 설정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자습서 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각종 기능을 바로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더 낫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유명한 게임마다 미리 최적화된 프로파일을 제공하는 것이 초보자에게 가장 이상적인데 그런 기능이 없다. 휠 스크롤 속도를 조절하는 기능까지 갖췄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가격은 6만원대 후반으로 버튼 수와 해상도가 같은 다른 제품보다 1~2만원 가량 비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