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세계 2위 파운드리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와 손잡고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대만 TSMC 잡기에 나섰다. 차세대 미세공정에서 우위를 점한 시점에서 그동안 대형 고객사 유치에 걸림돌로 작용했던 물량 확보 문제를 해소하고 TSMC를 추격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18일 삼성전자는 차세대 14나노 핀펫(FinFET) 공정기술에 대한 라이센스를 글로벌파운드리에 제공해 ‘원소스 멀티소싱’ 체계를 구축하는 내용의 전략적 협력을 발표했다.
이번 협력으로 고객사들은 동일한 디자인으로 경기도 화성과 미국 오스틴 삼성전자 생산라인 뿐만 아니라 뉴욕에 위치한 글로벌파운드리 공장에서도 최신 14나노 핀펫 공정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동일한 고객사를 두고 경쟁관계에 있는 업체가 경쟁사에 최신 공정 기술을 제공하는 것은 파운드리 업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사례다. 삼성전자는 기술 제공 대가로 글로벌파운드리로부터 라이센스 비용을 받기는 하지만 더 큰 목적은 14나노 핀펫 공정의 생산능력(CAPA)을 확보에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경우 기술력은 선두업체에 뒤지지 않지만 생산라인이 비교적 적고 순위권 파운드리 업체 중에서는 유일한 종합반도체회사(IDM)로 자사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물량도 소화해야하다보니 그동안 고객사 측에서 물량 확보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한 업계관계자는 “퀄컴이나 애플 등 대형 고객사에게 중요한 것은 최신 기술보다도 안정적인 물량 수급”이라면서 “대형 고객사들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이용을 고민하다가도 결국 안정적인 물량이 보장되는 TSMC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14나노 핀펫 공정의 성공은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에서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이슈로 최신 공정 적용을 고민하는 대형 고객사가 있다면 삼성전자 생산라인 외에 글로벌파운드리라는 백업플랜을 제시함으로써 안정적인 수급에 대한 대안을 줄 수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와 글로벌파운드리가 파운드리 업계에서 대만 TSMC를 추격하고 있는 후발주자라는 점에서 이해관계도 맞아떨어졌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TSMC는 지난해 파운드리 시장에서 51%의 매출기준 점유율로 굳건한 1위를 지키고 있다. 2위인 글로벌파운드리와 매출 격차는 4배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업계 4위다.
현재 글로벌파운드리는 32나노와 28나노 공정이 주력이다. 20나노 공정에 진입한 삼성전자나 TSMC와 비교하면 다소 뒤쳐진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말부터 14나노 핀펫 공정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며 TSMC는 16나노 공정에서 핀펫 공정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20나노 양산은 TSMC에 비해 뒤졌지만 14나노부터 처음으로 미세공정 전환에서 TSMC를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최대 고객사인 애플이 AP 생산물량을 TSMC로 대거 이전하면서 매출과 이익이 크게 줄어든 상태에서 자사 엑시노스 시리즈 판매량 확대와 파운드리 고객사 유치를 위해 14나노 핀펫 공정의 성공적인 양산에 명운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도 14나노 핀펫 공정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에 변곡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조기에 14나노 핀펫 공정 양산을 안정적으로 하게 된다면 퀄컴 등 신규 고객사 유치와 애플과의 장기계약 유지에 성공하면서 파운드리 매출이 비약적으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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팹리스 업계에서도 양사의 협력을 환영하고 나섰다. 리사 수 AMD 글로벌사업부문 총괄책임자는 “양사의 이번 협력은 저전력 모바일 제품부터 고성능 임베디드 마이크로서버 등 차세대 제품 출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핀펫(FinFET)이란 반도체 소자의 저전력·고성능 특성을 구현하기 위해 트랜지스터 구조를 기존 2차원 평면구조에서 3차원 입체구조로 만드는 기술이다. 게이트 모양이 물고기 지느러미에 흡사해 핀펫이라고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