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석 카메라는 셔터만 누르면 그 장면을 바로 찍어 간직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다. 현상이나 인화가 필요한 필름 카메라와 달리 사진 한 장 한 장이 인화지를 겸하고 있어 1분에서 3분만 지나면 바로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다. 원본 필름이 남지 않아 같은 사진을 두 장 이상 얻을 수 없는 대신 ‘세상에서 단 한장 뿐인 사진’이라는 가치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즉석 카메라의 대명사로 불렸던 폴라로이드는 사진을 보다 간편하게 공유하고 저장할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에 밀려 2008년 파산한 후 이렇다할 신제품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현재 즉석 카메라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한 회사는 후지필름이지만 찍은 사진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간편하게 주고 받을 수 있는 스마트폰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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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 이길 수 없다면 같은 편으로 만들라’고 했던가. 한국후지필름이 지난 7일 출시한 인스탁스 쉐어 SP-1(이하 SP-1)는 스마트기기와 경쟁을 피하고 오히려 파트너로 만들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저장된 사진이나 그림 파일을 와이파이로 받아와 명함크기 인화지에 인쇄한다. 애플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모두 지원하고 같은 사진을 여러 장 찍을 수 있고 SNS에 올렸던 사진도 가져와 액자처럼 꾸민 후 뽑을 수 있다.
■카메라와 크기는 비슷한데 “렌즈가 없다”
SP-1은 사진까지 찍을 수 있는 인스탁스 카메라와 크기는 비슷하지만 렌즈와 셔터 버튼은 없다. 사진을 찍는 기능은 온전히 스마트기기에 넘겨주고 와이파이와 인쇄 기능만 남겼기 때문이다. 본체 크기는 CD 한 장에 가려질 수준이고 두께는 42mm로 다소 두껍다. 배터리와 필름팩을 제외한 본체 무게는 약 253g이며 부피에 비해 크게 무겁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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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촬영에 관련된 부분은 사라진 대신 사진 출력에 필요한 각종 상태 표시등은 늘어났다. 배터리 소모 상태와 남아 있는 필름 장수를 보여주는 LED가 바로 그것이다. 본체 안에 10장들이 필름팩을 넣은 다음 한 장씩 출력할 때마다 왼쪽 방향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LED가 하나씩 꺼지는 방식이다. 사진을 출력할 때는 배출구 위에 있는 LED도 깜빡거린다.
누를 수 있는 버튼은 전원 버튼과 재프린트(REPRINT) 버튼이 전부다. 재프린트 버튼을 누르면 가장 마지막으로 뽑았던 사진을 한 장 더 찍어준다. 다만 본체를 손으로 잡았을 때 재프린트 버튼이 쉽게 잡히는 위치에 있어 실수로 누를 가능성이 높다. 전원은 3볼트 리튬 건전지 두 개를 쓰지만 주위에서 구하기 쉽지는 않다. 따로 파는 전원 어댑터를 연결하면 필름팩을 갈아 끼우며 계속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와이파이와 전용 앱으로 연결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을 뽑고 싶다면 먼저 필름팩을 넣어야 한다. 필름팩은 10장 단위로 포장되어 있고 인스탁스 미니용 필름이면 모두 호환된다. 본체 뒤 뚜껑을 열어 방향에 맞게 필름팩을 넣고 뚜껑을 닫으면 외부 빛에서 필름을 보호하는 보호지가 배출되며 준비가 끝난다. 필름이 몇 장 남았는지 확인하려면 전원을 켜서 LED를 확인해야 하며 필름이 든 상태에서 뚜껑을 열면 필름이 손상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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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력을 위한 앱인 ‘인스탁스 셰어’는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에서 무료로 설치할 수 있다. SP-1을 켜면 제품 아래에 적힌 이름(SSID)으로 스마트기기에서 접속 가능한 와이파이 망이 만들어진다. 여기에 접속한 다음 인스탁스 셰어 앱을 실행하면 출력이 가능하며 처음 실행했다면 SP-1 자체 비밀번호를 설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SP-1 한대에 최대 여덟 명이 접속해 사진을 출력할 수 있다.
SP-1로 뽑을 수 있는 사진은 크게 세 종류다. 스마트폰 사진 앨범에 저장된 사진과 SNS에 올린 사진 이외에 즉석에서 찍은 사진까지 출력할 수 있다. 특이한 기능은 ‘리얼타임 템플릿’인데 현재 사진을 찍은 곳의 시간과 날짜, 날씨와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사진 틀 안에 저장해 준다. 단 인터넷에 접속해 주소와 날씨를 받아 오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SP-1과 와이파이로 연결된 경우에는 잠시 접속을 끊어야 할 필요가 있다. 여행지에서 사진을 찍고 싶을 때 유용한 기능이다.
SNS에 저장된 사진을 불러와서 출력하는 기능도 함께 갖췄다. 현재 지원하는 SNS는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페이스북 계열 SNS와 중국에서 많이 쓰는 웨이보 등 세 종류다. SNS에서 가져온 사진은 특성에 맞는 템플릿(사진틀)이 자동으로 적용된다. 사진 뿐만 아니라 그림파일도 가져와 출력할 수 있지만 해상도가 너무 떨어지면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을 수 없다. 사진 앨범에서도 오른쪽 위에 느낌표(!)가 표시되어 이런 사실을 미리 알려준다.
■20초만에 사진 뚝딱 “한 장당 출력 비용은 천원”
불러온 사진을 편집하고 출력 버튼을 누르면 약 20초만에 출력을 마친다. 인화지 크기는 86×54mm로 신용카드만하며 실제 사진이 출력되는 영역은 62×46mm다. 사진이 출력되고 나면 처음에는 하얀 영역만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차차 사진이 선명해진다. 약 5분 정도 기다리면 최종적인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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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출력되는 사진 해상도는 640×480 화소이며 온라인 출력 서비스나 고급 잉크젯 프린터에 전용 인화지로 출력했을 때보다는 색상 깊이나 세밀함에서 아무래도 차이가 있다. 특히 흰 바탕에 검은 선으로 그려진 일러스트를 인쇄할 경우에는 희미해져서 거의 보이지 않는 수준이다. 하지만 인스탁스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보다는 훨씬 나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아날로그 질감이 나는 사진을 얻을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한 장당 출력 비용은 천원에서 천3백원을 오간다. 공식 쇼핑몰에서 파는 20장들이 패키지(2만원)를 쓰면 가장 낮은 수준인 장당 천원에 사진을 뽑을 수 있다. 각종 무늬나 캐릭터가 들어간 필름팩은 10장 들이에 1만3천원에서 1만4천원, 장당으로 따지면 천3백원에서 천4백원 수준이다. 오픈마켓을 이용하면 필름팩 구입 비용을 더 낮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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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탁스 쉐어 SP-1은 아이폰·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바로 사진을 출력할 수 있고 인스탁스 미니용으로 나온 다양한 필름을 그대로 쓸 수 있다. 직접적인 경쟁제품이 될 수 있는 LG전자 포켓포토 포포2와 비교하면 필름 선택의 폭도 넓다. 한 번 충전(교환)으로 찍을 수 있는 사진 장수도 포켓포토 포포2는 최대 20장(블루투스), SP-1은 최대 100장(와이파이)으로 세 배 이상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본체에 달린 LED만으로는 배터리 용량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어 앱에 표시되는 배터리 잔량을 확인해야 하며 재프린트 버튼이 실수로 누르기 쉬운 위치에 달려 있어 필름을 낭비하게 될 가능성도 높다. PC와 연결해 사진을 출력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전용 앱의 미리 만들어진 사진틀(템플릿)도 다양하지 않다. 가격은 23만원이며 비슷한 기능을 지닌 다른 제품의 약 두 배 가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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