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조너선 아이브, 애플을 만든 또 한명의 천재

29세 나이로 거대 글로벌 기업 디자인 팀을 이끄는 수장이 됐다. 30대에 이미 세계를 뒤흔든 히트 제품을 연달아 내놨다. 온갖 디자인 상을 휩쓸고, 45세에는 영국 왕실에서 기사 작위를 받았다. 아이맥과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를 탄생시킨 혁신가, 최고의 산업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의 이야기다.

애플 디자인 총괄 수석 부사장, 조너선 아이브의 삶을 다룬 책이 최근 출간됐다. 애플 전문가로 통하는 저자 리앤더 카니는 <조너선 아이브: 위대한 디자인 기업 애플을 만든 또 한명의 천재>를 통해 인류의 의사소통 방식을 완전히 바꾼 조너선 아이브와 애플의 철학을 그려냈다.

애플 등장 이후 산업 트렌드가 달라졌다. 기업의 고민은 '어떤 제품을 만들 것인가'에서 '소비자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할 것인가'로 바뀌었다. 삶의 방식을 이해하고, 사람의 인식과 행동, 감성과 경험에 깊이 천착할 때에야 가능한 일이다.

저자에 따르면 바로 이 변화를 이끌어낸 곳이 애플이고, 그 중심에 조너선 아이브가 있었다. 스티브 잡스의 최측근으로 불린 그는, 기술이 아닌 인간에 모든 디자인의 출발점을 뒀다.

저자는 아이브는 어떤 제품을 디자인할 때 무엇보다 먼저 '디자인 스토리'에 집중한다고 말한다. 사용자에게 어떤 경험을, 감성을, 인식을 안겨 줄 것인가 하는 점이 다른 모든 것에 우선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으스대며 사용자 위에 군림하려는 제품을 놓고 아이브는 싫어하고 경계한다고 표현했다. 사용자에게 친밀하고 정직하게 다가가며 제품 본래 목적에 몰입하게 만들어 궁극적으로 보다 나은 삶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아이브가 생각하는 디자인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아이폰을 비롯한 애플의 수많은 히트작들의 성공 요인이 눈에 보이지 않는데 있다고 주장한다. 외관부터 사용자 인터페이스까지 제품을 이루는 모든 요소가 사용자 경험을 구현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그것에서 가치가 창출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건을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물건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을 디자인한다는 아이브의 말에 애플의 성공 방정식이 담겨 있다는 설명이다.

아이브가 어떻게 일을 해왔는지도 엿볼 수 있다. 조너선 아이브는 디자인의 완성도에 관한 한 스티브 잡스만큼이나 고집 있으면서도, 그것을 거대 기업 안에서 실현해 나갈 만큼 추진력과 인내력을 갖춘 인물로 묘사된다. 특히 자신의 아이디어와 디자인 콘셉트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거나 이해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전한다. 그는 디자인 콘셉트를 올바로 제시해 른 사람들을 납득시키는 과정이 중요함을 잘 알기 때문에 수백 개의 모형과 시제품을 만드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 인물이라고 이 책은 설명했다.

베일에 가려져 있는 개인 조너선 아이브의 삶도 책 속에 녹아들었다. 저자 리앤더 카니는 아이브의 고등학교 및 대학 동문과 교수 들부터 옛 동료와 상사, 애플 전현직 디자이너 들을 심층 취재해 애플 특유의 엄격한 비밀주의 장막에 둘러싸여 있던 아이브의 삶과 커리어를 상세하게 그려냈다.

디자이너이자 영국 디자인 교육 정책가였던 아버지 마이클 아이브가 미친 영향부터 디자이너로서 정체성을 심어 준 뉴캐슬 과학 기술 대학의 교육, 로버츠 위버 그룹과 탠저린에서의 경험, 그리고 아이브를 애플에 영입하기 위한 로버트 브러너의 노력 등 잘 알려지지 않았던 애플 입사 이전의 조너선 아이브를 조명한다.

또한 애플 입사 초기부터 두각을 나타내 불과 4년 만에 산업 디자인 스튜디오 책임자가 되는 과정, 1997년 복귀한 잡스와의 창조적 파트너십, 애플의 디자인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분투, 아이맥과 아이폰, 아이패드 등이 개발되는 과정을 전달한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브를 일컬어 단순한 디자이너가 아니라 자신의 영혼의 파트너라고 말한 바 있다.

우리가 하는 일의 핵심을 누구보다도 잘 알아요. 조니와 내가 대부분의 제품들을 구상하고, 그런 다음 다른 사람들을 끌어들여 의견을 묻지요.

잡스의 육성이다. 아이브는 디자인 역량뿐 아니라 인간미와 비전, 개성 강한 디자이너를 결집시키는 능력을 고루 갖춘 리더로서 아이브는 잡스 사후에도 애플의 기업 정신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평가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