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업종 SW를 창조경제기반으로 만드는 길

조현정 SW산업회장이 아직도 못다한 이야기

일반입력 :2014/04/08 15:50    수정: 2014/04/08 17:25

지난달 20일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규제개혁 끝장토론에서 조현정 한국 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은 SW 분야는 오히려 규제가 필요하다는 도발적인 발언을 던졌지만 큰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규제 완화의 함성소리가 지배한 토론회장 분위기를 봤을때, 조 회장이 정부 정책 지원이 요구되는 SW 이슈를 갖고 분위기를 주도할만한 상황은 아닌 듯 보였다.

그럼에도 대통령에게 SW업계가 당면한 현실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는데, 다른 사안들에 묻혀 아쉽다는 반응들이 쏟아졌다.

조 회장이 토론회에서 강조한 것은 SW가 창출하는 가치에 대해 인정하는 문화였다.

그는 대통령 앞에서 “SW사업 금액을 산정할 때 여전히 투입된 사람 수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낙찰가는 낮아지고, 기업은 함량미달의 계약직 인력을 뽑게 되고, 개발자 스스로 3D, 4D라 폄훼하고, 대학생은 소프트웨어 학과에 지원도 안한다. 효율성과 적정성이란 가치 위주로 SW를 바라봐야 한다고 호소했다.

5분도 안걸린 그의 발언은 미디어를 통해 이슈로 다뤄지지 못했다. 사람 수와 투입 시간을 기준으로 SW대가를 산정하는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는 SW업계 관계자라면 지루해할 만큼 들어왔던 얘기다.

그러나 아직도 SW업계만의 이슈일 뿐이다. 국가 정책 차원의 이슈로는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조현정 회장이 대통령 앞에서 수십번, 수백번 했던 얘기를 다시 반복한 이유다.

지금 분위기로 봐서는 그는 앞으로도 당분간 했던 얘기를 계속 반복할 것 같다. SW 기업 경영자이고, SW업체 단체까지 이끌고 있는 입장에선 SW에 가치에 대한 인식의 전환은 그에게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이슈다. 규제개혁 끝장토론이 그의 갈증을 풀어주기는 50% 이상 부족했다.

토론회에서 하지 못한 이야기를 나눌 겸 찾아간 기자앞에서도 그는 사람과 투입 시간을 기준으로 SW사업 금액을 산정하는, 이른바 맨먼스(Man/Month) 방식을 바꾸기 위한 싸움을 계속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했다. 현실을 바꾸는게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그가 SW대가 기준에 변화를 강조하는 것은 자신의 경험과도 무관치 않다. 그는 지금과 같은 SW대가기준이 적용됐다면 비트컴퓨터는 없었을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대학교 3학년 때 창업을 했는데, 당시만 해도 SW를 얼마에 팔아야 할지 전혀 감이 없었습니다. 10만원 정도 받을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병원에서 150만원을 주더라고요. 지금으로 치면 800만원 정도입니다. 매일 병원 진료를 마치고 3시간씩 적어도 3명이 달라 붙어서 수작업으로 처리해야 했어야 했던 일을 SW로 해결했으니 한달에 150만원 이상 효과를 봤다고 생각했고, 그 가치만큼의 돈을 저한테 준 거죠

개인적인 경험은 이제 SW가치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신념의 뿌리가 됐다. 정부가 외치는 창조경제도 SW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이뤄져야 가능하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조 회장은 이전에 없었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고 창업으로 이어지게 도와주는 것이 '창조경제'아니냐며 SW금액 산정을 가치 기준으로 바꾸는 것이 창조경제의 실현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명분은 공감하지만 SW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한 실행파일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맨먼스방식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새로운 방법을 찾겠다고 했지만 아직은 디테일이 많이 부족해 보인다.

조 회장은 지금처럼 정부가 공공 정보화 프로젝트를 발주하고 결과물에 대한 저작권을 갖을 것이 아니라 업체에서 필요한 프로그램을 월 사용료를 내고 쓰는 것이 가치를 기준으로 SW금액을 산정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에서 서브스크립션 방식으로 월 사용료를 지급하는 것이 SW를 인건비 투입 작업이 아닌 가치를 제공하는 존재로 인식할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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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회장은 민간 투자 업체가 공공 시설물을 건설하고 정부와 수익 계약을 맺는 방법을 SW산업에 적용해보는 것도 시도해 볼만 하다고 했다.

민간사업자가 만들고, 정부가 이를 임대해 쓰는 민간투자사업 방식인 BTL(Build-Transfer-Lease)은 적정 수익을 보장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에 적합하고, 민간이 만들고 소유권은 정부나 지자체로 양도한 뒤 일정 기간 민간이 직접 운영해 이익을 추구하는 BTO(Build-Transfer-Operate)방식은 규모가 좀 있는 기업에 어울린다는게 그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