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마케팅을 총괄하는 필 실러 수석부사장이 삼성전자 측 변호인과 법정에서 설전을 벌였다. 삼성전자의 성장에 애플이 초초함을 느껴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바꿨다는 지적에 적극 반박했다.
만약 실러가 오로지 삼성전자 때문에 ‘브랜드 마케팅’을 대 수술했다면 애플이 법정에서 다소 불리해진다. ‘애플 제품은 기술 특징이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를 보고 구매한다’는 삼성 측 주장이 힘을 받을 수 있다.
4일(현지시간) 실러는 미국 캘리포니아북부 연방지방법원 새너제이지원에서 열린 애플과 삼성전자의 특허침해 손해배상청구소송 재판에 증인으로 섰다.
삼성전자 측 변호인 빌 프라이스는 반대심문에서 실러가 담당하는 마케팅을 놓고 “삼성을 의식했다”며 집요하게 지적했다. 양측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1997년부터 써온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 대신 지난해부터 ‘디자인드 바이 애플 인 캘리포니아(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라는 문구를 마케팅 전면에 걸었다.
이에 대해 실러는 “지난해 새로운 브랜드 캠페인을 시작한 것이 맞다. 내 기준에 따르면 1997년 이후 처음이다”고 말했다.
그러자 프라이스는 “애플의 마케팅 전략 변화는 삼성전자 브랜드 파워가 성장하자 나온 초초함의 결과물”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또, 애플 내부 자료와 언론 보도 등을 제시하면서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한 브랜드 경쟁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상당히 받았다는 취지로 주장을 펼쳤다.
프라이스가 제시한 자료에는 ‘삼성의 브랜드가 끼치는 인상이 우리(애플)와 비슷한 수준으로 강하다’는 애플 내부 조사가 담겨 눈길을 끌었다.
이 같은 프라이스의 심문은 재판장과 배심원들에게 애플의 기술 특징을 깎아 내리려는 의도다. 애플 제품을 사는 이유는 브랜드 때문이지, 기술은 큰 의미가 없다는 속내가 깔렸다.
곧, 애플이 삼성전자의 침해를 주장하는 기술적은 5개 특허는 제품 구매에 있어서 그리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뜻이다.
프라이스에 맞서 실러는 “(마케팅 전략 변화가) 삼성전자 때문이 아니고, 내부 논의가 애플을 대변하는 공식 입장은 아니다”고 강변했다.
실러는 “스티브 잡스 사후 내가 광고 총책임을 맡으면서 여러 가지 변화 시도가 있었다”며 “업무 분장 변경 등을 추진했으나 삼성 때문에 전략을 손 본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어 “브랜드 가치는 제품들을 사용해 보고 평가하는 것”이라며 “브랜드 가치와 제품의 특징은 별개로 생각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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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러와 프라이스는 지난 2012~2013년에도 법정에서 만나 설전을 벌였다.
실러는 “삼성전자가 우리 디자인 요소를 무단으로 가져다 썼다”, “삼성전자가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베낀 것을 보고 충격받았다” 등의 적극적인 증언을 남긴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