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 3기 상임위원 5명 가운데 위원장을 포함한 4명의 거취가 마무리되면서 업무 공백이 당초 예상보다 짧아지고 있다. 하지만 국회 야당 추천 위원 한자리를 두고 입법부와 행정부의 적격 부적격 논란으로 반쪽짜리 방통위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4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지난 1일 인사청문회를 진행한 최성준 방통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방송 정책 전문성 부족이란 일부 부정적 평에도 불구하고, 방통위 출범 이래 신임 위원장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처음으로 채택됐다. 최성준 후보자의 방통위원장 적격 여부를 두고 문제 삼았던 야당이 ‘부적격’ 의견을 병기했지만, 보고서 채택에는 반대하지 않은 것이다.
■합의제 기구 정신 잃어버리는 반쪽짜리 방통위?
결국 대통령의 임명 절차만을 남기고 있어 최성준 후보자는 내주 초 임명을 받은 뒤 공식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이기주 전 인터넷진흥원장, 허원제 전 국회의원, 김재홍 전 국회의원 등 상임위원 후보자 3명은 임명하면서 고삼석 중앙대 교수는 임명을 재가한 터라 한명이 빠졌지만 반쪽짜리 방통위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는 5명의 상임위원이 여야 추천으로 3대 2 구조로 이뤄진다. 현재 야당 추천 후보 한명의 임명이 이뤄지지 않아 3기 방통위는 3대 1 구조에서 방송과 통신 현안을 다루고 주요 정책을 결정하고 추진하게 된다.
제대로 된 합의와 심도있는 논의가 요구되는 방송통신 규제 기관에 균형 잡힌 논의가 어려울 것이란 설명이다.
■고삼석 상임위원 임명, 절차적 문제 없다
국회 추천 몫 가운데 단 한명의 상임위원만 임명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에 절차적인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고삼석 상임위원 후보자는 이미 방통위 업무를 보고 있는 허원제 상임위원, 김재홍 상임위원과 함께 여야 합의를 거쳐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했다.
방통위 내에서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통해 재추천을 의뢰했지만, 방통위 설치법을 제정한 의원들이 적격 여부를 심사하고 후보자 요건을 충족한다는 국회 판단 아래 여야 의원들의 투표로 결정된 상임위원이란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한 관계자는 “방통위가 재추천을 의뢰하는 공문을 발송했지만 접수된 것도 아니고 고려 대상도 아니다”며 “여야 합의 아래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한 사안을 다시 검토하라는 것 자체가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로 이루어진 3권분립의 민주주의 정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입법조사처 역시 지난달 야당의 고삼석 상임위원 후보자 자격에 대한 질의에 “대통령이 임명권자로서의 임명권을 가지지만 법률에서 국회 추천 절차를 따로 정하고 있고 특별히 야당의 몫을 법률에서 정한 것이 있다”며 “야당 교섭단체의 추천에 대해서는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자가 아닌 한 임명권자는 그 추천에 구속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답변을 내놨다.
즉, 자격논란을 빚어 방통위 사무국이 재추천 의뢰를 한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은 공무직에 오를 수 없는 결격사유가 아니라면 임명권은 직접 추천한 국회에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방송 통신 관련 사업에 상임위원 임명 전 3년 이내에 종사했던 자, 국가공무원법으로 부적합한 인물이 아닌 이상 국회 추천 상임위원은 국회의 판단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 임명권에 달라지는 방통위 위상
일각에서는 최성준 방통위원장 후보자를 야당이 받아들이고 청와대가 고삼석 위원 후보자를 임명할 것이란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야당은 이런 시각에 대해 “딜의 대상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문제도 없고, 여야 합의로 결정된 사항을 가지고 다시 재고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뜻이다.
복수의 새정치민주엽합 관계자들은 “국회의장이 의사봉을 두드려 결정된 사안은 여야를 막론하고 입법부의 최고 결정이 이뤄진 것”이라며 “당연히 임명돼야 할 건이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 뿐이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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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대통령의 임명 결정만이 남았다는 것이다. 반쪽짜리 방통위가 되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청와대로 공이 넘어간 셈이다.
이에 따라 대통령이 최성준 방통위원장 후보자 임명을 하면서 고삼석 상임위원 임명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독립기관인 방통위의 구실과 위상을 정부가 무너뜨렸다는 비판이 예상된다. 고삼석 상임위원의 임명 여부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