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서버, 스토리지에 대한 정의를 놓고 다시 한번 논쟁이 벌어진다.
정부가 공공부문에 국산 서버나 스토리지를 우선 도입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제조사, 외국 IT업체 및 이들 제품을 유통하는 국내 업체들은 국산 기준을 놓고 상반된 입장을 보여왔다. 국내 제조사들은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이라면 국산이라는 쪽이고, 외국 업체들은 외국 부품 가져다 조립만 하는 것을 국산으로 볼수 있겠느냐고 반박해왔다.
이런 가운데 중소기업청은 오는 15일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직접생산확인기준 개정 및 신규 지정예상제품 기준 제정 공청회'를 연다. 공청회를 통해 서버와 스토리지를 어떤 기준에서 국산제품으로 인정할지 논의하게 된다. 중기청 표현을 빌리면 '직접생산확인기준'을 검토하는 자리다.
앞서 중소기업중앙회도 지난 5일 관련 공청회를 개최한 바 있다. 당시에는 중기중앙회가 국산 서버 및 스토리지를 중기청에 중소기업자간 경쟁 제품으로 추천할지 말지에 초점을 맞췄다. 반면 이번에 열리는 공청회는 중기청이 직접 어떤 기준을 국산으로 볼지 짚어 본다는 성격이다.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이란, 공공기관이 사서 쓰려는 물건을 원칙적으로 중소업체의 국산 제품만 쓰게 만드는 제도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정할 품목을 신청받아 추천하면 중기청이 내용을 심사해 최종 지정한다.
서버, 스토리지의 경우 최근 중기중앙회가 국산 서버, 스토리지를 중기청에 추천하면서 중소기업자간 경쟁 제품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경쟁 제품으로 지정된 품목 202가지는 지난해 8월 30일 정식 공고됐다. 이런 가운데 연초 미래창조과학부 요청으로 중기청은 국산 서버, 스토리지를 추가로 지정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서버와 스토리지가 경쟁 제품으로 추가 지정될 경우 이미 지정된 다른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2015년말까지만 유효하다.
중소기업자간 경쟁 제품으로 지정되려면 중기청이 정한 품목별 '직접생산확인기준'에 맞아야 한다. 서버와 스토리지처럼 직접생산확인기준이 없는 경우 새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공청회가 열리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미 지난 1일 중기청이 공청회 일정을 알린 공공구매종합정보망 공식사이트에는 서버와 스토리지에 대한 기준안이 올라와 있다. 기준이 완전히 새로 만들어지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중기청이 지정을 검토중인 제품 생산 업체들은 신청 절차에 따라 기준안을 제출한 상태다. 2주 뒤 공청회에선 제출된 기준안의 적절성을 논하게 된다.
기준안에 따르면 '컴퓨터서버(서버)'의 경우, 제조사가 CPU, 하드디스크, 메모리, 메인보드, 섀시 등 부품을 사서 자체 생산시설과 인력으로 완제품을 만들고 기준안의 공정대로 검사, 포장, 출하하면 직접생산이다.
또 '디스크어레이(스토리지)'의 경우에도 제조사가 하드디스크, RAID컨트롤러 등 부품을 사서 자체 생산시설과 인력으로 완제품을 만들고 역시 기준안 공정대로 검사, 포장, 출하하면 직접생산이라 볼 수 있게 된다.
간단히 말해 부품이 생산지가 어디든 조립만 국내서 하면 국산으로 치자는 얘기다. 제품 지정을 신청한 국내 서버, 스토리지 업체들에 불리할 게 없는 조건이다. 국내 업체 대부분이 수입 부품으로 조립 생산을 한다.
외국 업체 파트너사들은 모든 부품을 수입해 만든 서버와 스토리지를 국산 장비로 인정하겠다는 기준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조립 공정만으로 제품을 차별화하거나 산업 경쟁력에 기여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제품 지정에 가담하고 있는 한 국내 업체 대표는 이같은 비판에 대해 전혀 근거가 없는 얘긴 아니란 걸 인정하면서도 경쟁력 확보에 필요한 R&D를 수행하려면 어느정도의 수익성은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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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내용을 검토할 공청회에는 대립중인 국내 제조업체와 외국업체 협력사, 이 사안에 대한 이해관계로 집단 행동에 나선 외국계 서버, 스토리지 제조업체들이 일제히 참석해 각자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분위기를 보면 경쟁 제품 지정에 반발하는 기류가 만만치 않다. 한국HP 파트너가 중심이된 협력사 연명부에 이름을 올린 사업자 수만 500여곳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