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우리 삶에 들어온지 30년이 흘렀다. 검색 없이 과거에 어떻게 살았는지, 회고조차 어려울만큼 인터넷은 삶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바꿔놨다. 세계 10억명 인구가 페이스북으로 연결되고 20억명이 구글 검색을 쓰는 것처럼 인터넷은 '세계'를 정말 '세계화'시켰다.
인터넷의 힘이 커지면서 역기능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생겼다. 중독, 과몰입, 악성 댓글, 음란 콘텐츠 등 인터넷을 매개로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와 정부가 인터넷 규제론에 여론도 수긍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인터넷은 정말 뭇매를 맞아야 하나. 규제 이슈와 인터넷 오남용 사례만 부각 되는 터에 인터넷의 긍정성은 소외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규제에 대한 논의가 한창인 상황에서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27일 오전 서울 삼성동 엔스페이스에서 인터넷의 순기능을 돌아보자는 취지의 세미나 '굿 인터넷 클럽 50'을 열었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이 사회를 맡고 실리콘밸리 한임모임 K그룹 회장 윤종영 IT 컨설턴트, 매일경제 산업부 손재권 기자, 스타트업 크로키 서정훈 대표 패널 토의에 참여했다. 이들은 끊임 없는 도전과 활기가 어떻게 IT 산업을 부흥시키는지 실리콘밸리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살아있는 열기는 인터넷에 대한 긍정적 시선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실리콘밸리는 지금 프로그래머 찾는다고 난리에요. 구글이나 페이스북도 성장하려고 좋은 프로그래머를 경쟁 기업에서 데려온 거잖아요. 넷플릭스 같은 곳은 개발자들이 협상을 생각조차 않을 만큼 많은 연봉을 제시하고 있어요.
페이스북에 컨설팅을 하는 윤종영 회장은 실리콘밸리의 힘을 '인재를 끌어당기는 것'에 있다고 말한다. 모바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내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인재를 필요로 하고, 세계 내로라 하는 개발자들도 이곳을 찾는다. 중국과 인도의 똑똑한 개발자들이 실리콘밸리로 총 집합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리콘밸리에 합류하는 한국인도 늘어나고 있다. K그룹에 가입한 개발자만 2천600여명, 현지에는 그 두배에 달하는 한국인들이 일한다. 컨퍼런스에 참여했다 페이스북의 인터뷰 제안을 받아 입사를 확정한 한 대학원생의 사례는 상징적이다. 그를 영입하기 위해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셰릴 샌드버그가 직접 한국으로 전화를 걸었다.
실력만 있다면 실리콘밸리에 언제든 도전해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세탁소, 슈퍼마켓을 운영했던 이민 1세대와 달리 최근에는 고소득 고학력자들이 미국에서 일자리를 얻는다. 임정욱 센터장은 링크드인에 들어가면 인재들을 찾아볼 수 있다며 글로벌 스카우터들이 한국에 재능있는 이들에 쉽게 연결되는 시대고, 그런 현상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리콘밸리에 연수를 다녀와 저서 <파괴자들>을 집필한 손재권 기자는 한국인은 실리콘밸리에서 소수민족이지만 뛰어난 퍼포먼스로 인정받고 있다며 한국과 미국의 인재들이 서로 순환되면서 아이디어와 시각을 교류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버노트가 연 앱 경연대회에서 3등으로 입상해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밟은 서정훈 크로키 대표는 현지 기업들의 프로그램에 참여해보면 기라성 같은 이들이 강의를 한다며 더 좋은 대학의 더 알찬 강의를 듣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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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말한 공통점은 실리콘밸리에 혁신, 창의, 도전하는 문화가 보편화됐다는 것이다. 누구 눈치를 보지 않고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상품으로 만들어낸다. 구글도 페이스북도, 에버노트도 이런 분위기에서 태어났다.
윤 회장은 지난 25일 열린 '실리콘밸리 한국인' 컨퍼런스에서 위치상 수도인 워싱턴DC와 멀리 떨어져 있어서인지 모르겠으나 정부 지원도, 간섭도 없다고 말했다. 인터넷의 역기능만 부각, 온갖 규제가 만들어졌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혁신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