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터 시장은 이미 수도꼭지 역할을 하는 프린터는 싸게, 잉크와 토너는 비싸게 파는 사업 전략으로 돌아선지 오래다. 심한 경우 잉크는 세 번, 토너는 두 번 정도 사는 비용이면 프린터 본체를 살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이른바 ‘무한잉크’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링거로 생리식염수를 공급받듯이, 잉크 카트리지에 잉크가 지속적으로 흘러가게 만든 것이다.

무한잉크는 제조사의 잉크 대신 값싼 잉크를 넣어 쓸 수 있어 유지비를 줄이는 데 분명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잉크 품질이 항상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는데다 잉크가 새는 일도 적잖다. 한달 출력량이 하루 평균 한 장도 안 되는 환경에서는 아예 잉크가 막혀 무한잉크 카트리지를 버려야 하는 일도 생긴다. 일부 소셜커머스 업체는 유지비가 적다는 점만 내세워 일반 프린터와 무한잉크가 패키지로 나온 상품을 판매했다가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이처럼 프린터 본체보다 소모품을 비싸게 파는 정책이 오히려 소비자를 불편하게 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프린터 업체의 전략도 달라졌다. 지난 2011년 엡손이 가격을 낮춘 대용량 정품 잉크를 ‘정품 무한 잉크’라는 이름으로 출시한 후 다른 업체도 비슷한 제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본체 가격은 조금 비싼 대신 대용량 잉크를 쓸 수 있게 만든 것이 이들 제품의 특징이다. 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이 지난 2월 출시한 이코노믹잉크 E569(이하 E569) 역시 이런 제품 중 하나다.
■잉크 교체나 종이 빼내기 쉬워

E569는 컬러/흑백 인쇄 뿐만 아니라 스캔과 복사가 가능한 복합기이다. 여기에 자동양면인쇄 기능까지 포함해서 여느 잉크젯프린터보다 부피는 커질 수밖에 없다. 가로 44.9cm, 세로 30.4cm로 미니타워PC 케이스와 크기가 비슷하다. 어느 정도 공간이 확보되어야 하기 때문에 좁은 공간에서 쓰기는 부담스럽다. 색상은 다크블루 한 종류이며 어디에 두어도 무난하게 잘 어울린다.스캔과 복사에 필요한 스캐너는 제품 위에 뒀다. 최대 A4 크기까지 스캔할 수 있고 자동공급장치는 설치할 수 없다. 증명서나 영수증 등 각종 서류를 스캔해서 보관하거나 복사하기 좋다. 뚜껑 높이를 조절해 팜플렛이나 카탈로그처럼 어느 정도 두꺼운 원고도 스캔할 수 있다. 하지만 단행본 기준으로 300페이지(150장)가 넘는 책 표지를 스캔하는 것은 무리다. 전원 버튼과 복사 버튼, 용지 선택 버튼 등 각종 조작을 위한 버튼과 상태 표시등은 왼쪽 위에 달았다.
용지 급지 방식은 앞에서 용지를 빨아들여 헤드로 인쇄한 다음 다시 내보내는 방식이다. 전원을 끌때나 스캔 기능만 쓸 때에는 용지 받침대를 모두 접어 넣고 부피를 줄일 수 있다. 용지 받침대를 모두 펼친 상태에서 커버를 가볍게 앞으로 당기면 바로 잉크를 교체할 수 있다. 스캐너 부분을 완전히 들어내야 했던 몇년 전과 달리 매우 편리해졌다. 프린터 안에서 용지가 걸리면 뒤에 있는 커버를 벗겨내고 걸린 종이를 빼내야 한다. 크게 힘을 줄 필요 없이 왼쪽으로 살짝 밀면 커버가 열린다.
■번짐에 강한 잉크 썼다

E569의 출력 속도는 흑백 문서가 최대 9.9ipm, 컬러 문서가 최대 5.7ipm이다. 비슷한 가격대 다른 프린터와 비교해 느려보일 수 있지만 저해상도 모드가 아닌 일반 모드에서 측정한 값이기 때문에 실제 속도와 더 가깝다. 일반 모드에서 글자를 가득 채운 PDF 문서를 출력한 결과는 흑백 모드가 8ipm, 컬러 문서는 4ipm으로 큰 차이가 없다. A4 광고지 한 장을 흑백 복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4초, 컬러 복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초 내외다.출력 품질은 흑백, 컬러 무난한 편이며 광택지를 이용하면 사진 출력도 가능하다. 이용하는 잉크는 검정 잉크 PG-64, 컬러 잉크 CL-74 두 종류다. 가격은 약 1만5천원 꼴이며 PG-64는 최대 800장까지 출력한다. 문서 출력에 쓰는 흑백 잉크는 안료 방식, 사진 출력에 많이 쓰는 컬러 잉크는 염료 방식을 썼다. 특히 안료 방식은 물과 기름에 잘 녹지 않는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글자만 출력한 종이에 수돗물을 적셔봤지만 글자가 번지는 현상은 적었다.
레이저프린터로 양면인쇄를 할 경우 다른 면에 달라 붙어 있던 토너가 열로 녹아 드럼에 달라붙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잉크젯프린터는 토너가 오염되는 일은 벌어지지 않지만 자동양면인쇄를 지원하지 않는다면 번갈아가며 일일이 짝수 인쇄, 홀수 인쇄로 수동 양면 인쇄를 해야 한다. E569는 아예 자동양면인쇄용 급지장치를 기본 내장했다. 인쇄 옵션에서 양면 인쇄만 지정해 주면 한 면 인쇄가 끝난 뒤 자동으로 종이를 뒤집어 나머지 내용을 인쇄한다.
■‘반쪽짜리 무선인쇄’ 아쉬워
E569는 구글 클라우드 프린트도 지원한다. 와이파이 기능을 활성화하고 프린터 내부 메뉴에서 구글 계정으로 프린터를 등록하면 바로 쓸 수 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태블릿과 구글 크롬 브라우저에서 클라우드 프린트 기능을 이용해 문서를 인쇄할 수 있다. 구글 계정에 프린터를 연동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같은 유무선공유기로 연결된 집이나 직장 뿐만 아니라 3G・LTE로 연결된 외부에서도 출력할 수 있다.
관련기사
- 스마트폰과 통하는 휴대용 스캐너 “PC는 필요없다”2014.08.07
- 휴대용 포토프린터 “화질은 상위권, 앱은 하위권”2014.08.07
- 스마트폰 전용 포토프린터 "완성도 아쉽다"2014.08.07
- 폰카 사진, 20초면 아날로그로 살아난다?2014.08.07
구글 클라우드 프린트를 이용하면 PC없이 바로 인쇄가 가능하지만 몇 가지 불편한 점도 있다. 프린터 한 대가 구글 계정 하나에 묶이기 때문에 구글 계정을 등록한 사람 이외의 다른 사람이 출력할 수 없다. 또 구글 서버를 거친 다음 변환된 데이터를 와이파이로 전송받아 출력하기 때문에 직접 PC에서 인쇄하는 것보다 속도는 떨어진다. 아이폰・아이패드처럼 iOS를 쓰는 기기는 아예 이 기능을 활용할 수 없다. ‘픽스마 프린팅 솔루션’ 앱을 이용하면 사진을 인쇄하거나 스캔받을 수 있지만 문서 출력은 불가능하다. iOS와 안드로이드를 동시에 지원하는 HP 제품과 비교하면 호환성은 떨어진다.


E569는 단 한 대로 인쇄와 복사, 스캔까지 마무리할 수 있는 복합기이며 인쇄 성능이나 품질도 만족스럽다. 자주 쓰는 검정 잉크 가격은 1만6천원대로 장당 출력 비용은 약 18.75원이다. 가격은 12만 원대이며 와이파이 인쇄와 자동양면인쇄 기능까지 합한 것을 감안하면 비싼 것은 아니다. 하지만 컬러 잉크가 삼원색(시안, 마젠타, 옐로)을 한 카트리지에 넣어 한 색상만 떨어져도 잉크 카트리지 전체를 교환해야 한다. 와이파이 무선 인쇄 활용 폭이 좁고 애플 기기에서는 사진 인쇄와 스캔 이외의 기능을 활용할 수 없는 것도 아쉽다. 매일 꾸준히 인쇄를 하고 흑백 인쇄 비중이 높은 가정이나 소규모 사무실에서 쓰기 좋은 제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