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없이 회사를 인수한 뒤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리고, 삼성전자 채권을 위조해 대출사기까지 벌인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김범기 부장검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터치스크린 제조업체인 디지텍시스템스의 전직 대표 정모㊼씨와 전직 임원 정모㊼씨, 공범 유모㊸씨 등 3명을 구속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2년 2월 사채업자 등을 동원해 이 회사를 사들여 경영권을 얻었다. 이 과정에서 디지텍시스템스와 계열사 T사의 자금 170억원을 횡령, 인수자금을 변제한 혐의다.

인수 이후에도 불법이 계속됐다. 다른 회사들을 사들이는 자금을 마련하려고 두차례에 걸쳐 회삿돈 135억원을 추가로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이 횡령한 돈은 모두 305억원에 이른다.
유씨의 경우 이렇게 디지텍시스템스에서 빼돌린 돈을 변제하려고 자신이 따로 인수한 회사의 자금 30억원을 또 횡령했다.
검찰은 또 이들이 삼성전자의 매출채권을 위조, 미화 1천720만달러(한화 180억원 상당)를 사기 대출받았다며 한국씨티은행이 고발한 건도 수사 중이다.
이들은 삼성전자 중국 현지법인 2곳에 납품하면서 한국씨티은행에 가짜 매출채권을 양도하고 거액을 대출받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매출채권은 상품 매매과정에서 발생하는 채권으로 외상매출금과 아직 받지 못한 어음 등을 말한다. 이 회사는 선적서 등 관련 서류를 위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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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상장사인 디지텍시스템스는 스마트폰 터치스크린 패널을 만드는 업체다. 지난 2012년 매출 2300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탄탄한 회사였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들의 횡령으로 회사는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다”며 “분식회계 등으로 검찰에 고발되고, 한국거래소에서 거래정지 초지가 되는 등 선량한 투자자들의 손해가 현실화된 만큼 여죄를 철저히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