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영업정지, 단통법. 지난 며칠 동안 IT 뉴스는 이동통신사들의 영업 정지와 관련한 것들로 도배되는 모습이다. 영업 정지에 앞서 통신사들이 경쟁적으로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해 보조금을 늘리며 ‘211 대란’, ‘226 대란’과 같은 신조어까지 난무했다.
전세계 스마트폰 보급률 1위이자 LTE 보급률 1위인 모바일 선진국 한국에서 일어난 일 치고는 부끄러운 일이라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단순히 부끄러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후진적’, ‘꼼수’라는 표현을 들며 통신사들의 보조금 경쟁을 비난하기도 한다. 영업정지라는 처벌이 당연하다는 의견도 제법 많다.
그러나, 이건 그렇게 쉽게 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이번 칼럼을 통해 이통사에 내려진 영업정지라는 처벌을 좀 다른 시각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이통사, 비난에도 보조금 경쟁에 나서는 까닭은?
통신3사는 가입자 유치를 위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보조금으로 사용한다. 통신 3사가 1년에 거둬들이는 이동통신 매출은 2013년 기준으로 약 24.5조원에 달하는데 (SK텔레콤 약 12.8조원, KT 약 7조원, LGU+ 약 4.7조원) 이중 31%에 달하는 7.7조를 마케팅 비용에 사용한다.
충분히 부담스러운 수준의 마케팅 비용이지만, 통신사들은 규제 기관의 눈을 피해 한 푼이라도 더 쓰기 위해 노력한다. 선뜻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통사들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이익 극대화를 위해 마케팅비, 즉 보조금을 사용하는 것이다.
통신사의 핵심 지표 중 하나인 ARPU(Average Revenue Per User: 가입자당 월 매출)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데, 2013년 통신사들은 전년 대비 평균 8% 가까운 ARPU의 성장을 이루었다. SK텔레콤 3만4천551원(4.6% 증가), KT 3만1천556원(6.1% 증가), LG유플러스3만4천106원(13.5% 증가) 이다.
평균 ARPU는 5천만명의 가입자 전체를 대상으로 하지만, 최신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이용자로 한정할 경우 ARPU는 4만원, 5만원을 훌쩍 넘는다.
신규 단말기가 출시되면 기존 제품에 비해 출고가가 높다. 통신사들은 고가 요금제에 24개월 약정 할인 금액을 높여, 단말기를 저렴하게 구매하는 착시를 불러 일으킨다. 유통망에서는 ‘67요금제 이상’, ’77 요금제 이상’ 등의 고가 요금제만을 위한 보조금을 지급한다. 3개월, 6개월의 의무사용기간이 지나면 변경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이용자들의 관성과 귀찮음 등은 대부분의 이용자를 고가 요금제에 그대로 묶어 둔다.
전국 4만개의 대리점, 판매점은 고가 스마트폰을 고가 요금제로 유치하다보니 예전보다 높은 판매장려금을 받는다. 시장에 참여한 모두가 행복하다. 단 하나, 고객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규제의 칼날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통신사와 대리점, 판매점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기에 위와 같은 현상은 당연한 일이다. 고객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는 정부 규제 기관에 있다.
정부 규제 기관인 미래부와 방통위는 연일 통신사를 비난한다. 어린 아이 혼내듯 ‘괘씸하다’, ‘겁이 없다’는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 불과 몇 달 전에 1천억원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그렇다고 통신사들의 과열 경쟁이 멈추지는 않았다.
24.5조원 매출이 연간 8%가 오르면 2조원이라는 추가 매출이 생기는데 1천억원의 과징금은 일종의 ‘통행세’로 인식될 수도 있다. 방통위는 과징금이 통하지 않자 더 큰 제재 방안인 ‘영업정지’를 들고 나왔다. 통신사들은 억울해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이다. 다만 영업정지 기간과 기기변경 해제 등의 조건을 내세울 뿐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통신사들에게 ‘안식일’이 될 것이라는 표현도 썼다.
정작 반발하는 곳은 제재의 직접 대상인 통신사가 아닌 단말제조사와 대리점, 판매점 등의 유통점이다. 이를 의식한 듯 최문기 미래부 장관은 통신3사 CEO와의 조찬에서 “중소 제조사와 유통업체의 피해를 최소화 해 달라”고 요청했다.
■미래부의 목표는 단말기 유통 구조 개선
미래부와 방통위는 이번 사업정지의 한계와 파급 효과 모두 잘 인지하고 있다. 워크아웃에 빠진 팬택의 어려움도 이해하고, 중소 유통업체들의 입장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신3사 CEO와 만나서 영업정지 취지와 협조 사항을 설명할 정도로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다.
앞서 설명한 대로 미래부의 목표는 통신 이용자 보호이다. 스마트폰 시대가 되며 고가폰, 고가요금제로 인하여 가계통신비가 올라가자 그 대안으로 통신료 인하와 유통구조 개선(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을 내놓았다.
통신료 인하를 위해 단계적으로 가입비를 폐지했지만 체감이 되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 시절 이통사와의 협의를 거쳐 2천원의 요금 인하를 추진했지만 비난만 받았던 적도 있다.
결국은 유통 구조 개선이라는 대안을 내놓았는데, 유통망을 운영하는 통신3사로부터는 합의를 이끌어 냈지만 일부 단말제조사의 반발과 정치권의 미온적인 태도로 상반기 시행은 물 건너간 상황이다. 4만개의 휴대폰 판매점들에게도 단통법은 구조조정의 위기가 될 수 있다.
단통법이 전격 시행된다면 유통망의 커다란 소동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번에 취해진 장기간의 이통사 영업정지는 단통법 시행에 앞서 유통망 혼란을 줄이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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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부는 사상 최장의 통신3사 사업 정지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다. 그리고 그 칼날은 통신사가 아닌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전략단말기인 갤럭시S5를 4월에 출시하려던 삼성전자에게 이번 영업정지는 타격이 될 수 있다.
갤럭시S5 출고가를 기존처럼 고가로 가져가기 어려워 질 수도 있다. 이 또한 출고가 정상화라는 미래부의 과실이 될 것이다. 영업정지 기간 동안 판매점들의 축소도 불가피해 보인다. 단통법 시행전의 구조조정이란 의미가 될수도 있다. 요금 인하 방안 중 하나인 알뜰폰 활성화도 영업정지 기간 중 보이지 않는 미래부의 성과가 될 것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