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2년 만에 또다시 개인정보가 유출되며 충격을 주고 있다. 카드사 정보유출 사건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일어난 일이라 더욱 참담한 일이다.
KT는 연초부터 납품업체가 주도한 사기대출에 자회사가 연루되는가 하면, 이번에는 1년간 수차례에 걸쳐 홈페이지가 해킹되는데도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자연히 황창규 회장의 혁신 행보에도 먹구름이 꼈다. 취임하자마자 비상경영을 선포하며 야심차게 KT 개혁에 나섰지만, 불과 한 달여 만에 각종 사건사고가 잇달아 터지며 수렁에 빠지는 모습이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고객 이탈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내주 후반경에는 이통3사에 대한 영업정지 제재도 시작된다. 업계 안팎에서 황 회장의 위기극복 해법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앞서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6일 오후 해킹프로그램을 자체 제작해 KT 고객센터 홈페이지를 해킹해 1천200만명의 고객 정보를 빼내어 텔레마케팅 업체에 판매하는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유출한 전문해커 김모씨㉙와 이를 사들인 텔레마케팅 업체 대표 박모씨㊲ 등 3명을 검거, 이중 2명을 구속(불구속 1명)했다고 밝혔다.
■2년 만에 또 정보유출…KT, 보안불감증 심각?
심지어 KT 해킹은 처음 있는 일도 아니라는 점에서 기함할 만하다. 최근 몇 년간 잇따르고 있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도 불구하고 KT 내부에 보안불감증이 만연한 것 아니냐는 날선 지적까지 나온다.
KT는 지난 2012년에도 2월부터 5개월 동안 영업전산망을 해킹 당해 870만건의 개인정보를 유출 당했다. 당시에도 텔레마케팅 업체 대표가 해커와 공모해 KT 휴대전화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유출, 이를 판매하는 수법으로 약 10억원의 부당 이득을 취했다.
이번에는 가입자 피해 규모, 부당이득 금액도 훨씬 커졌다. 경찰에 따르면 해커 김씨는 지난해 2월경 해킹프로그램을 자체 제작, KT 홈페이지를 1년간 수차례 해킹해 KT 고객 1천600만명 중 1천200만명의 성명, 주민번호, 휴대전화번호 등 고객정보를 빼내 박씨에게 판매했다. 이는 KT 전체 가입자의 75%에 이르는 숫자다.
또 박씨 등은 불법으로 사들인 개인정보를 이용해 KT 직원으로 사칭, 휴대폰 판매사업에 사용해 1년간 115억원 상당의 부당수익을 올렸다. 휴대폰 대리점 3개소에 500만명의 고객 정보를 판매해 개인정보를 유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전 해킹 사건이 터지고 난 뒤 이석채 전 회장이 KT 보안시스템을 세계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선언했으나, 결국 듣기 좋은 구호에 그치고 만 셈이다.
당시 이 전 회장은 “KT의 보안시스템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높이는데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시스템과 보안담당 인력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보완해야 할 뿐만 아니라 보안의 중요성에 대한 임직원 여러분의 인식 자체도 혁신돼야할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아직까지 KT의 과실 여부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 경찰은 KT의 고객정보 관리 소홀 여부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KT가 이용대금 명세서에 기재된 고유번호 9자리만으로 고객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보안시스템으로 고객정보 관리를 소홀히 한 것으로 보고 KT 보안담당자의 관리소홀 여부를 확인 후 입건할 예정이다.
KT는 “경찰에서 발표한 고객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고객 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정보 유출 경위에 대한 경찰조사에 적극 협조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계획”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났다.
■사기대출 연루·신용등급↓·위성 불법매각·고객이탈…앞길 ‘깜깜’
KT에 닥친 악재는 해킹이 끝이 아니다.
앞서 황 회장 취임 2주 만인 지난달 6일에는 협력업체 7개 회사가 공모해 2천800억원 규모의 사기대출을 받은 사건에 계열사 KT ENS(구 KT네트웍스) 직원이 연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 전체가 들끓었다.
협력업체 7개사는 KT ENS 직원 등과 짜고 서류를 위조한 뒤 가짜 대출채권을 만들어 금융권으로부터 거액의 대출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현재까지 파악한 전체 대출사기 규모는 1조8천억원대에 달하며, 이중 약 3천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악화된 지난해 실적에 무디스로부터 신용등급도 강등 당했다. 그나마 전임 회장 시절의 부진을 털고 가는 ‘빅 배스(Big Bath)’ 효과를 이유로 꼽고 있지만, 신용등급 강등은 해외조달시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큰 악재다.
여기에 이석채 전 회장 시절 불거진 위성 불법매각건도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 지난해 연말 KT는 위성관련 자회사 KT샛이 정부 승인없이 전략물자인 무궁화 위성을 헐값에 홍콩 ABS에 팔아 논란을 빚었다.
정부는 KT가 대외무역법상 강행법규를 위반했다며 매각계약을 무효화 시키고 주파수 할당을 취소했지만, 홍콩 ABS와 KT 사이가 무궁화위성 3호의 재매입 비용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미국 뉴욕의 국제중재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이 경우 결론이 나기까지 짧게는 1~2년, 길게는 3~4년까지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직까지 통신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KT에게는 걱정거리다. 황 회장이 ‘다시 통신’을 주문하고 있지만 성과는 신통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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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KT는 지난해에만 번호이동 시장에서 57만3천34명이 이탈했다. 올해 들어서도 1~2월 동안 8만3천730명을 경쟁사에 빼앗겼다. 여기에 내주 후반부터는 최소 45일에 이르는 영업정지가 예고된 상황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KT로서는 영업정지 기간 동안 전열을 재정비해 반격의 발판을 마련하지 않으면 앞으로 더욱 더 힘들어질 것”이라며 “연이어 터지는 각종 악재에 경쟁사에서도 KT에 측은지심이 생길 지경”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