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회장이 취임한 지 한 달여가 지났다. 한 달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황 회장은 침묵 속에서도 현장 경영, 통신 경쟁력 회복, 조직에 변화 및 혁신의 바람 불어넣기, 이석채 전임 회장의 색깔 지우기에 여념 없는 모습이다.
다만 ‘1등 KT’로 가는 길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취임 한 달 만에 많은 것을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아직까지는 별다른 성과를 꼽기는 어렵다. 여기에 내부적으로도 급격한 변화에 다소 불만 섞인 목소리까지 흘러나온다.
■시작부터 암초 곳곳…경쟁력 회복 기미 아직
사실 황 회장의 행보가 시작부터 순탄치만은 않았다. 취임하자마자 전임 회장 시절의 낙하산 인사를 정리하고 본인의 기준급을 반납하며 비상경영을 선포했지만, 정작 악재는 다른 곳에서 터졌다.
취임 2주 만인 지난달 6일에는 협력업체 7개 회사가 공모해 2천800억원 규모의 사기대출을 받은 사건에 계열사 KT ENS(구 KT네트웍스) 직원이 연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한동안 지상파 프라임타임 뉴스는 연일 사기대출 사건이 장식할 정도였다.
악화된 실적에 무디스로부터 신용등급도 강등 당했다. 그나마 전임 회장 시절의 부진을 털고 가는 ‘빅 배스(Big Bath)’ 효과 때문이라고 이해하는 분위기긴 하다.
문제는 1~2월 무선시장에서도 가입자를 대거 빼앗기며 반격의 발판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황 회장이 ‘현장’을 강조하며 대리점 늘리기를 주문하고 나섰지만 당장 효과를 나타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KT는 지난 1월 3만4천675명, 2월 4만9천55명(알뜰폰 포함 수치)이 경쟁사로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함께 전쟁을 치른 경쟁사들과 비교하면 뼈아픈 성적이다. 같은 기간 동안 SK텔레콤은 4만4천325명의 순감을 1만8천359명으로 줄였고, LG유플러스는 2만2천334명, 1만9천69명이 각각 순증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소 45일에 이르는 영업정지까지 예고됐다. 현재 미래창조과학부는 휴대폰 보조금 지급 경쟁을 중단하라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에 45일 이상의 영업정지 제재를 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3사 모두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예정이지만 갈 길 바쁜 KT로서는 더욱 달갑지 않은 일이다.
■비상경영 한 달째…직원 피로도↑
내부 분위기는 엇갈린다. 취임 초기에는 황 회장이 KT를 바꿀 거라는 기대감을 표출하는 직원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볼멘소리가 심심찮게 이어지는 눈치다.
일단 황 회장 취임 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직원들의 출근시간이다. 이전에는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이었다면 요즘은 8시 출근, 10시 퇴근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또 임원급들은 주말에도 출근하는 경우가 많다.
KT 한 직원은 “회사 지시사항은 아니지만 직원들도 8시 전후로 사무실에 도착하고 있다”며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실제로 근속연수가 10년 이상인 직원들을 대상으로 6개월의 휴가를 주는 재충전 휴직 프로그램에 올해는 아직까지 신청한 사람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황 회장이 ‘1등 KT’를 강조하고 나섰지만, 실제 현업까지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 조직개편을 통해 현장에 권한과 책임을 위임했지만, 6개월이라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놔야 하다 보니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호소도 나온다.
또 다른 KT 직원도 “공기업 문화를 타파하자고 하는데, 지금까지 공기업으로 살았던 것이 CEO 한 명 바뀌었다고 한꺼번에 바뀔 수 있겠느냐”며 “KT는 삼성과 다른 만큼 단순히 삼성식 업무스타일을 도입한다고 해서 바로 성과가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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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한 임원은 “비상경영 때문에 출근시간 등 업무문화가 급격히 바뀌자 간섭이 심해진다고 느끼는 직원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구체적인 경영전략이 직원들과 공유되면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미래융합전략실을 통해서 창조경제 관련, KT의 미래 먹거리 등에 대해서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