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엎친데 덮쳤다. 본사 및 계열사 인사로 어수선한 분위기에 신용등급 강등과 자회사 직원의 대출 사기 등 그룹 안팎에서 악재가 터졌다. 황창규 KT 회장이 지난달 27일 공식 취임하며 조직개편을 단행, 본격적인 혁신의 첫 발을 뗀지 불과 2주 만이다.
황 회장으로서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석채 전 회장 시절의 위성 불법매각도 해결해야 되는데 자회사 직원의 대출사기와 관련된 도의적 책임도 피할 수 없다. 여기에 악화된 실적에 최근 신용등급까지 강등 당하는 등 풀어야 될 숙제가 늘었다.
우선 전날인 6일 KT 계열사 KT ENS(구 KT네트웍스) 직원이 회사 협력업체와 공모해 2천800억원 규모의 사기대출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이 직원은 협력업체와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든 후 인감과 서류 위변조를 통해 납품된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을 가짜로 발행하거나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KT와 KT ENS는 “직원의 개인행위”라며 선을 그었으나 수년간 수차례에 걸쳐 범행이 저질러진 점을 내부에서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영업담당인 해당 직원이 법인 인감을 손쉽게 쓸 수 있었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해당 사건에 대해 이석채 전 회장 시절의 방만 경영, 기강해이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쏟아지는 이유다.
지난해에는 KT의 위성관련 자회사 KT샛(KT SAT)이 정부 승인 없이 전략물자인 무궁화 위성 2기를 헐값에 홍콩 ABS에 팔아 논란을 빚었다. 정부는 KT가 대외무역법상 강행법규를 위반했다며 매각계약을 무효화 시키고 주파수 할당을 취소했다.
현재 KT가 위성 재매입에 나섰지만 홍콩 ABS와 비용을 놓고 난항을 겪고 있는 상태다. ABS는 이미 해당 위성을 사용 중이라며 피해 금액을 감안, 매입 당시보다 많은 금액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가 지난 4일 KT의 신용등급을 A3에서 Baa1로 한 단계 강등했다. 신용등급 강등은 해외조달시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큰 악재다.
증권가에서는 신용등급 강등으로 KT의 해외 조달비용이 종전보다 많게는 0.8~1.0%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말 KT가 연결기준 차입금은 11조5천억원에 달하는데 그중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국내외 회사채(직접금융시장 조달)는 총 2조1천억원이다. 특히 오는 6월24일에는 6억달러(한화 약 6천400억원) 규모의 회사채(지난 2004년 10년 만기로 조달)가 만기도래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는 최근 계열사 대표 교체에 이은 임원인사 폭이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황 회장은 지난 4~5일 54개에 이르는 전 계열사 대표에 재신임 여부를 통보했다.
대표가 바뀌는 곳은 BC카드, KT스카이라이프, KT렌탈, KT파워텔, KT네트웍스, KT스포츠, KT에스테이트 등이다. KT미디어허브 등 일부 계열사는 대표가 유임될 전망이지만 본사 인사에 따라 수장 자리가 공석이 된 KTIS, KT텔레캅, KT샛도 자리 채우기 인사가 단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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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회장 시절 늘어난 계열사에 대한 정리도 예상된다. 벌써부터 미디어콘텐츠 분야, 클라우드 분야, 비통신 분야 계열사들을 통폐합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거론된다. KT는 이 전 회장 재임 시절 계열사 수가 23개 가량 늘어나며 조직이 비대화, 효율성이 떨어졌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KT 계열사 한 관계자는 “대표 교체에 이은 계열사 임원 인사폭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하다”며 “통폐합 얘기도 나오고 있는 만큼 전 직원들이 숨죽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