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은 참 열심히 했다. 기술력이 뻬어나고 제품을 고객들이 선호한다. 다만, 시장 상황이 어려울 뿐이다.” 채권단이 팬택에 워크아웃이란 기회를 다시 준 이유다. 도와주면 살릴 수 있다는 데 채권단 대부분 공감했다.
팬택 채권단은 5일 오후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채권금융기관 협의회를 열어 팬택의 워크아웃 신청을 받아들였다. 조만간 두 번째 협의회에서 신규자금 지원 규모와 방법이 결정되면 결과에 따라 팬택은 한 숨 돌릴 수 있다.
■“열정만으로는 어렵다”
채권단의 설명처럼 대부분 팬택의 열정은 인정한다. 팬택 경영진들 말을 빌리면 ‘죽도록’ 열심히 했다. 팬택을 향한 안타까운 시선이 더 짙은 이유다.
팬택은 1991년 호출기 제조사로 출발했다. 지난해 회사를 떠난 박병엽 전 부회장이 29살 젊은 나이에 아파트 판돈 4천만원과 직원 6명으로 창업했다. ‘디카폰(디지털카메라폰)’, ‘슬라이드폰’, ‘가로본능폰’ 등을 만들어 승승장구하는 동안 사람들은 팬택을 ‘한국 벤처 신화’라고 불렀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에 맞서는 팬택을 보면서 많은 이들이 잊은 것이 있다. 팬택은 대기업이 아니라는 ‘현실’이다. 넉넉히 봐야 ‘중견’ 기업에 속한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 2위를 차지했던 지난 2012년 기준 팬택의 연구 인력은 고작 1천900여명에 불과했다. 경쟁사 대비 10분의 1 수준이다. 전 직원이라고 해봐야 3천500명 정도다. 박 전 부회장과 현재 대표인 이준우 사장이 직접 야식을 돌리며 키운 인재들이다. 이 부사장은 팬택 연구소장 출신이다.
수면 위에서 대 기업과 동급 전쟁을 치르기 위해 아래에서는 남들보다 몇 배 힘겹게 물장구를 쳐왔다. 덩치가 비슷한 라이벌 따위는 없었다.
팬택은 스스로 지지치 않았다고 여전히 주장한다. 인프라의 한계가 너무 컸을 뿐이다. 그래서 지난 2006년 첫 워크아웃을 내 5년 만에 회생했고, 다시 어려워지자 두 번째 기회를 얻어낸 것이다.
■영업력 키우기 총력 예고
업계 전문가들은 팬택의 살 길은 영업력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애플보다 지문 인식폰을 먼저 만드는 등 선두 급 기술력을 과시했으니 이제는 물건을 파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회사 규모에 비해 엄청난 마케팅비용으로 영업력을 키워왔으나 대기업 상대들이 너무 강하다. 다른 특단의 대책과 발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수년 팬택의 약점으로 지적돼 온 사후서비스도 관건이다. 이 역시 넓게는 영업력에 속한다. 스마트폰 판매 경쟁이 치열할수록 결정적인 승부처로 부각되는 부분이다.
팬택도 이를 잘 알기에 지난해부터 없는 살림을 모아 전국에 고객센터를 공격적으로 확충하고 있다. 단순 전략 이상으로 의미가 크다.
팬택이 채권단 회의가 열리기 불과 몇 시간 전 ‘전국 고객센터 확충’을 언론에 발표한 것도 이 같은 계산을 염두에 둔 행보다. 채권단에 보내는 ‘잘 해 보겠다’ 메시지 재료로 사후서비스 강화가 가장 잘 어울린다고 판단한 것이다.
■구조조정-자산매각 ‘악수(惡手)’ 피해야
추가 구조조정은 금융권 논의를 지켜봐야겠으나 팬택은 이미 지난해 전 직원의 20% 정도인 600명 무급 휴직을 실시한 바 있다. 최대한 몸집을 줄였기에 더 손을 대면 기초체력마저 잃을 우려가 있다.
일각에서 나온 중국 업체에 대한 자산 매각설은 팬택 직원들이 상당히 우울해하는 대목이다. 국민 정서와도 거리가 멀다. 지난해 9월 기준 팬택이 보유한 특허 4천886건이 중국 옷을 입고 한국을 겨눌 수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팬택 경영진이 할 수 있는 구조조정이 거의 없다”며 “자산 매각이 필요해 보이지만 기술유출에 대한 국민적 우려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팬택 측도 “워크아웃을 통해 자금을 수혈,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며 “극단적인 상황을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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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팬택 지분구조는 새마을금고 12.08%(개별단위 금고 지분의 합), 퀄컴 11.96%, 산업은행 11.81%, 삼성전자 10.02%, 농협 5.21%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출자를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9개 시중은행에 팬택의 운명이 달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