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 소송' 이건희 완승…화해하나?

법정 다툼은 끝났고 인간적인 화해 가능성 높아져

일반입력 :2014/02/26 15:47    수정: 2014/02/26 17:40

정현정 기자

삼성그룹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이 남긴 차명재산을 놓고 벌여온 법정 다툼에서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면서 2년 간 이어진 세기의 상속소송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완승으로 끝나게 됐다.

두 번의 승소 판결로 이 회장은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의 정당성을 인정받게 됐다.

또 재벌가 형제 간 천문학적 규모의 법정 다툼으로 사회적인 반감을 얻은 데다 양측 모두 가족 간 화해의 의지를 밝히고 있어 갈등이 봉합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맹희씨는 26일 법정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를 통해 주위의 만류도 있고 소송을 이어나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족간 관계라고 생각해 상고를 포기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두 번의 패소로 상당부분 명분을 잃게 된 이맹희씨는 사회적 분위기와 수백억원에 이르는 소송 비용 부담 등을 고려해 상고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본인의 건강악화와 아들인 이재현 CJ그룹 회장 재판과 건강문제에 대한 심적 부담도 작용했다.

소송 기간이 정해져있는 1·2심에 비해 상고심은 몇 년 동안 재판이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는 것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이맹희씨측 변호를 맡은 화우의 차동언 변호사는 (의뢰인이)남은 생을 형제 간의 싸움으로 끝내는 것보다는 가족 화합이라는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 많은 고민 끝에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건희 회장은 이번 소송에서 완승을 거두면서 경영권 단독승계의 정당성을 인정받게 됐다. 공판 과정에서 이 회장 측은 이 사건의 본질은 돈이 아닌 경영승계의 정통성이라고 수 차례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실리를 얻은 이건희 회장이 형인 이맹희씨 측에 화해의 손을 내밀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건희 회장측 법정대리인인 법무법인 세종의 윤재윤 변호사는 경영권 상속의 정당성과 정통성 문제는 항소심 판결을 통해 법률적으로 명확하게 정리가 된 만큼 가족 간 화해 문제 만이 남았다면서 이건희 회장측에서 가족 차원의 여러 가지 의미있는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해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어 이날 이건희 회장 역시 가족문제로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하고 가족 간 화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법정대리인을 통해 전달한 상태다.

이미 이맹희씨 측은 수 차례 이건희 회장 측에 화해를 제안한 바 있다. 지난달 열린 마지막 공판에서 이맹희씨는 해원상생의 마음으로 묵은 감정을 모두 털어내고 아버지 생전의 우애 깊었던 가족으로 돌아가는 것이 마지막 바램이라는 내용의 편지를 전달했다. 판결 직후에는 별도의 절차와 자리를 마련해 개인적인 화해를 추진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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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삼성가 상속소송은 지난 2012년 2월 이맹희 씨가 “아버지가 생전에 제3자 명의로 신탁한 재산을 이 회장이 다른 상속인에게 알리지 않고 단독 명의로 변경했다”며 7천100억여원대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이건희 회장 누나인 이숙희씨와 형 이창희씨의 며느리가 소송에 합류하면서 집안싸움으로 확대됐고 소송가액은 무려 4조원대로 늘어났다.

1심에 참여했던 이숙희씨와 이창희씨 며느리가 항소를 포기하면서 이 전 회장 단독 항소로 시작된 항소심 소송가액은 7차례 공판을 거치면서 소송가액이 최종 9천400여억원으로 확정됐다. 하지만 항소심 판결을 맡은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6일 선고공판에서 1심과 동일하게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