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에 인수되는 노키아가 안드로이드폰을 공개했다. 구글 서비스 대신 MS 서비스를 탑재한 노키아 안드로이드폰을 MS가 계속해서 판매할지 주목된다. MS는 현재 노키아 인수작업을 진행중이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지디넷에 따르면, 노키아는 모바일월드콩그래스(MWC)2014에서 안드로이드 기반 휴대폰 '노키아X' 시리즈를 공개했다. 이날 공개 현장엔 향후 MS 휴대폰사업을 이끌 것으로 전망되는 스티븐 엘롭 노키아 CEO가 직접 나섰다.
노키아X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 기반했지만, 지메일, 구글플레이, 구글맵 등 구글 서비스 앱은 탑재하지 않았다. 안드로이드오픈소스프로젝트(AOSP)를 활용했기 때문이다. 대신 MS의 빙, 아웃룩, 원드라이브, 스카이프 등이 들어갔다. 구글플레이 스토어에 접속할 수 없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노키아는 자체적인 안드로이드 앱스토어도 운영한다.
노키아X 시리즈는 최저 120달러(약 13만원)로 저사양 휴대폰이다. 노키아X, 노키아X+, 노키아XL 등 3종으로 나오는데, 노키아X와 노키아X+는 4인치이며, 노키아XL이 5인치 제품이다. MS는 지난해 직접 윈도폰을 생산하기 위해 노키아 휴대폰사업부를 72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때문에 노키아가 안드로이드폰을 내놓는다는 건 MS에게 당혹스러운 일일 수 있다. MS의 노키아 인수가 완료단계 직전이란 시점에 터진 의외의 상황이다.
실제로 일부 MS 관계자들은 노키아의 행보에 불쾌감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노키아의 안드로이드폰 출시계획이 알려진 뒤 MS 관계자들이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노키아X는 저사양 제품으로 윈도폰 기반인 루미아520과 시장이 겹친다. MS가 노키아 인수 완료후 노키아X 사업을 폐기하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 지디넷은 MS가 노키아X를 폐기하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미국 지디넷의 MS 전문 기자인 마리 조 폴리는 많은 윈도폰 개발자들은 MS/노키아의 윈도폰과 안드로이드에 대한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우려하고 있다며 MS가 노키아X 패밀리를 계속 살려둘 것으로 보이는 2가지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첫번째 이유는 안드로이드 개발자다. MS는 노키아X로 신흥시장의 안드로이드 개발자를 끌어들일 수 있게 됐다.노키아X 플랫폼은 리눅스 커널과 달빅, 일반 오픈소스 안드로이드 라이브러리 및 애플리케이션 프레임워크 등을 포함한다. 노키아는 AOSP를 일부 변형하고 노키아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로 구글플레이스토어 API를 대체했다. 지도, 푸시알림, 인앱결제 등이 구글API와 유사한 노키아API로 교체됐다.
노키아는 X시리즈를 위해 10만개의 안드로이드앱을 테스트했으며, 75%가 곧바로 사용가능하다고 밝혔다. 안드로이드 앱은 노키아스토어를 통해 제공된다. 노키아는 안드로이드 개발자는 8시간안에 구글 서비스를 그에 상응하는 노키아 서비스로 교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발자는 단일 APK 파일포맷으로 구글과 노키아 스토어 모두를 대상으로 한 앱을 개발, 배포할 수 있다.
노키아는 이클립스 및 안드로이드 SDK를 위한 안드로이드개발자툴(ADT) 플러그인을 사용할 수 있고, 제트브레인의 개발도구인 IntelliJIDEA, 자바개발도구인 안드로이드 스튜디오도 사용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이유는 구글플레이 생태계의 균열이다. 노키아X 사용자는 안드로이드앱을 구글플레이를 통하지 않고 노키아스토어나 USB를 이용한 사이드로딩 방식으로 설치할 수 있다.
즉, MS와 노키아는 구글에 종속되지 않는 안드로이드앱 개발과 사용을 제공하게 된다. 아마존이 구글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안드로이드 태블릿 킨들파이어로 구글의 안드로이드 태블릿 진영을 교란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예상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MS와 노키아는 X시리즈를 통해 안드로이드에서 구글의 쇠말뚝인 구글서비스를 뽑아냈다. 그 자리는 MS의 클라우드 서비스로 채웠다. 구글 검색엔진 자리엔 빙이, 구글드라이브 자리엔 원드라이브와 오피스온라인이 자리한다. 구글맵 자리엔 노키아의 히어맵을 투입했다.
미국 지디넷의 컬럼니스트 에드 보트의 분석에 의하면, MS는 휴대폰 사업에서 하드웨어나 OS 라이선스 수익을 거두려는 게 아니다.
디바이스와 서비스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한 뒤 MS는 어느 디바이스를 사용하든 동일한 경험을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또한 앱과 서비스를 윈도와 윈도폰 모두에서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하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X시리즈가 아시아, 인도, 중동, 아프리카, 남미 등 신흥시장을 주요 시장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이 지역의 MS 서비스에 대한 충성도 상승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윈도폰은 10% 미만의 점유율에 불과하지만 연간 1억대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노키아X가 신흥시장 사용자의 10%만 구글 생태계에서 가지고 와도 엄청난 성공이라 할 만하다.
프랭크 쇼 MS 기업커뮤니케이션팀장은 노키아X가 저사양 스마트폰 카테고리에서 안드로이드 기기와 경쟁할 것이라며 신흥시장에서 고객에게 MS 클라우드를 소개하는 역할을 한다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 “노키아, 5~6월에 안드로이드폰 2종 추가”2014.02.25
- 구글독스 사용자 오라...MS 오피스닷컴 오픈2014.02.25
- “노키아 안드로이드폰 노르망디 110불”2014.02.25
- 노키아 안드로이드폰, MS에 유리하다고?2014.02.25
노키아도 X 시리즈를 안드로이드 사용자를 MS 서비스로 이끄는 관문이라고 묘사했다. 안드로이드의 다양한 앱을 윈도폰과 윈도로 끌어들이려 부단히 애써온 MS의 작업도 힘을 유지할 수 있다. 별도의 안드로이드폰을 제공함으로써 기존 윈도 개발자 기반을 헤치지 않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마리 조 폴리는 노키아의 저사양폰 라인업 아샤를 X 시리즈가 대체하게 될 것이며, MS는 X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