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복제 소프트웨어(SW)를 사용하면 법에 걸릴까? 짝퉁 옷을 만들거나 사면 위법인가? 표절은 소송 대상인가?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일 서울 강남파이낸스센터 구글코리아 집현전 회의실에서 열린 '오픈넷 아카데미'에 강연자로 참석해 상식처럼 통하는 저작권 신화들이 있는데 알고보면 과장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답부터 말하자면 '불법복제 SW 사용'은 저작권법 위반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창작물을 '복제'하거나 '전시' '전송'해야 저작권 침해로 본다. 박 교수에 따르면 복제 SW를 '사용'하는 것은 이 중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심지어 복제 SW를 파는 것도 저작권을 위반하지 않는다.
짝퉁 옷도 마찬가지다. 유명 디자이너의 옷을 똑같이 만들어 인터넷으로 팔거나, 이를 사입어도 안심해도 된다. 위법이 아니다.
왜 그럴까? '기능성'과 '예술성'이 혼재한 상품에서는 예술성의 범위만 보호하기 때문이다. 옷은 사람 몸에 맞춰 만든다. 어떤 옷이든 상의에는 팔 두개, 바지에는 다리 두개가 들어갈 공간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기능성이 차지하는 영역이 더 크다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모든 '복제, 짝퉁' 제품을 사고파는 행위가 법을 피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샤넬 디자인을 베껴서 옷을 만들어 파는 것은 문제가 안되지만, 샤넬 상표까지 붙여서 팔면 위법이다. 이 경우 '상표권 침해'에 해당되서다. 앞서 불법 SW도 마찬가지다. 불법 SW 판매 자체는 처벌 근거가 없더라도 '특정 상표'를 붙여 대량 판매하면 역시 처벌 받는다.
표절도 법으로 금지되지 않는다. 표절과 저작권 침해는 다른 성질의 것이다. 누가 내것을 베꼈다면 저작권 침해로 다퉈야 한다. 저작권 보호 기간은 창작으로부터 50년, 사후 20년까지 보장된다. 이 기간이 지나면 저작권 침해 소송이 성립하지 않는다.
박 교수는 이를 미적분을 누가 먼저 만들었느냐, 세익스피어 작품이 민담을 짜깁기 했느냐 등의 논쟁은 학문의 영역이지 법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강의 주제는 '23가지 신화 타파'였다. 박경신 교수의 저서 <사진으로 보는 저작권, 초상권, 상표권 기타 등등>의 내용을 바탕으로 했다. 그가 도서로, 또는 강의로 '저작권 신화'를 강조하는 것은 수많은 사람들이 저작권에 대해 공포심을 갖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는 강의에서 권리자를 강조하는 정보들이 너무 많이 퍼져 있고 괴담들도 돌아다니고 있다며 저작권이 중요하고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권리 범위가 너무 과장되어 알려진 것은 해소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수많은 사람들이 '저작권'을 오해하고 있을까. 저작권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드물고, 그 뜻을 깊이 생각해보지 않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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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그러니까 '카피라이트(copyright)'는 '복제할 권리'를 말한다. 창작자가 저작물에 권리를 오롯이 가진다는 것인데, 애초에 문화예술가들의 안정적 생계를 지원하기 위해 생겨난 법이다. 반대로 말하면 이용자들도 문화예술을 향유할 권리를 가진다. 저작물을 무단으로 복제한다거나 전송, 전시하지 않고 개인이 문화를 향유하기 위해 이용한다면 불법이 아니라는 뜻이다.
박 교수는 현재 오픈넷 이사로 활동하면서 학생들과 '인터넷 법 클리닉'을 운영한다. 일종의 법률 서비스로 이 공간에서 저작권을 포함한 문의를 받는다. 저작권자 뿐만 아니라 이용자들도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찾으라는 취지다. 모르면 찾아보고, 공부해야 한다. 그게 모든 이가 자신의 권리를 찾는 첫 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