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방송시장 독과점 구조 우려 발언에 관련 업계가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창조경제와 국가 기반 ICT, 과학 등 여러 분야를 다루는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특정 산업의 일부 현안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7일 창조경제 분야 업무보고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방송통신 서비스 분야는 우리 경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고, 국민들의 일상생활과 직결되기 때문에 국민 눈높이에 맞고 균형감 있는 정책이 중요하다”며 “방송 산업 활성화에 있어서 공정성과 다양성은 매우 중요한 가치”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방송시장에 진출한 대기업들이 수직계열화를 통해서 방송채널을 늘리는 등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중소 프로그램 제공업체의 입지가 좁아져서 방송의 다양성이 훼손된다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방송시장의 독과점 구조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검토해 주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날 대통령의 모두발언은 크게 방송산업 독과점 구조, 단말기 유통 구조에 따른 이용자 차별, 창조경제 등으로 나뉜다. 최근 여러 주요 현안을 뒤로 하고 유료방송 특정 사업자를 겨냥한 점이 눈에 띄는 부분이다. 관련 업계가 대통령 발언의 진의 찾기에 몰중하게 되는 이유다. 당장 어떠한 입장을 내놓고 있지는 못한 상태다.
CJ, 태광, KT 외 통신사 계열 등 플랫폼과 콘텐츠를 아우르는 회사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수직계열화 측면에서만 보면 플랫폼과 콘텐츠 양 부문에서 힘을 내고 있는 CJ 그룹이 대표적이다.
표면적으로는 방송 통신 융합시장에 유통력이 강력한 대기업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중소 개별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관련한 업계 사안으로는 중소 개별 PP들이 생존권 보장과 방송 다양성을 담보하기 위해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나 IPTV 등 플랫폼에 의무편성 비율 20% 제도화나 복수방송채널사용사업자(MPP) 매출 점유율 규제 완화 등이 있다.
SO가 전체 PP의 20%를 초과 겸영할 수 없던 기존 규제가 지난 2011년 폐지되면서 MSO 계열 MPP가 급증, 방송시장에서 대기업의 시장영향력 강화를 견지한 것이란 설명이다. 당장 MSO나 MPP는 위축된 행보를 이어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최근 방송법 시행령 개정으로 가입자 점유율 규제가 완화되면서 업계가 활발하게 논의를 진행중인 SO 인수전을 앞두고 대형 케이블 방송사업자 탄생을 두고 정부가 방송 다양성 훼손으로 보는 입장을 내비쳤다는 일각의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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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특정 산업의 일부분을 언급한 점을 두고 시기적인 면을 고려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나온 발언이란 의견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역 보도 기능을 가진 SO에 공정성과 다양성이란 화두를 제시한 것”이라며 상당한 정치적 메시지가 오갔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이날 방통위의 업무보고 내용 가운데 ‘비정상의 정상화’ 항목으로 유사보도 정비 관련 내용이 포함된 점이 주목된다. 방통위는 일부 SO는 전국보도를 제공하고 다수의 방송사를 소유한 PP채널에서 정치보도를 제공중이라며 지난해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