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의 명물 '부르즈 할리파'는 지상 828m까지 뻗어올라간 세계 최고 높이의 마천루다. 건물 밑엔 지하 50m 깊이까지 지름 1.5m짜리 콘트리트 말뚝 192개가 촘촘히 박혀 있다. 이런 기반이 없었다면 여의도 63빌딩의 3배 높이로 누적된 수십만톤의 건물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진작 주저앉았거나 무너져 내렸을 것이다.
뜬금없이 부르즈 할리파 얘기를 꺼낸 건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건물을 떠받치는 말뚝과 같은 존재의 역할이 커질 것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IT인프라, 특히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이 이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업계는 IoT 시대에는 기업들 네트워크 인프라에 확장성과 유연성이 보다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IoT를 구현하기전에 네트워크 인프라 최적화가 먼저라는 얘기다. 주니퍼네트웍스가 이와 관련한 메시지 확산에 적극적이다.
주니퍼네트웍스는 기업 인프라가 IoT 응용서비스 구축과 활용을 위해 개별 서비스에 최적 성능을 내도록 높은 확장성과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네트워크 업계에서 화두로 떠오른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와 네트워크기능가상화(NFV) 도입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한국주니퍼네트웍스 기술영업본부 인프라솔루션팀장인 오동열 이사는 전체 네트워크 산업 지형도에서 IoT를 둘러싼 논의는 아직 일부 개인용 센서 기기에 쏠려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IoT 응용서비스가 모바일 기기로 들어오면 기존 유선망과 융합해 새로운 네트워크 서비스들이 대거 필요해질 것이다고 내다봤다.
오 이사는 또 알려진 IoT 응용서비스들만 보더라도 그 특징에 따라 다양한 네트워크 서비스를 갖출 필요가 있다며 기업 입맛대로 클라우드 운영 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 서비스형인프라(IaaS)처럼, IoT 기반 환경도 그렇게 구현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고 설명했다.
결국 기업들이 SDN과 NFV를 활용해 IoT에 걸맞는 인프라를 갖추자는 것이다. 그래야 단말기와 센서 폭증에 따른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걸 넘어서, 기존 사업이나 신규 사업에 활용할 가능성이 생긴다는 얘기다.
SDN은 데이터센터에서 고효율 클라우드 서비스 운영을 위해 중앙집중식 트래픽 처리와 기능 제어, 망 관리가 가능한 설계구조를 가리킨다. 이를 도입시 개발자는 네트워크 인프라의 작동 원리와 주요 상황별 대처 요령을 직접 해당 기업 환경에 맞게 프로그래밍(소프트웨어 정의)해서 정책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된다.
NFV는 특정 스위치나 라우터에 의존하지 않고 일반 서버같은 하드웨어로 네트워크 장비에 있는 고급기능을 구현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다. x86 서버같은 범용 시스템에 NFV를 적용하면 분산서비스거부(DDoS) 차단, 방화벽, 심층패킷검사(DPI), 로드밸런싱(부하조절) 등을 수행하는 가상머신(VM)을 돌릴 수 있는 것은 물론 필요에 따라 켜고 끄는 것도 가능해진다.
한국주니퍼에 따르면 IoT 응용서비스를 구축하려는 사업자나 공공기관에선 원활한 네트워크 운영을 위해 SDN 인프라에 기반한 시스템과 NFV를 구현한 장비들로 구성된 서비스 노하우가 필요하다. 이제 특정 장비가 제공하는 기능에 의존해서는 네트워크 처리 성능과 효율을 필요한 만큼 끌어올리기 어려워졌다.
오 이사는 원격진료 기기 등 일반 사용자가 쓰는 웨어러블 기기, 공공기관 상하수도 공급과 배수 점검용 센서 인프라가 네트워크로 연결이 될 수 있다며 특성이 전혀 다른 서비스들이 다양해질 수록 인프라 관점에서는 그에 알맞은 신규 형태의 네트워크 기능과 서비스를 신속하게 전달할 필요가 생긴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방식의 네트워크 인프라에서 IoT 응용서비스를 도입할 경우 실무자들은 네트워크 장비를 구매하고, 물리적으로 연결하고, 그 장비에 필요한 서비스를 설정하고, 경우에 따라 보안솔루션도 설치해야 한다. 신규 장비 종류와 구성에 따라 기존 인프라와의 호환성을 점검하고 안정화 작업도 거쳐야 한다.
이런 과정은 서비스를 추가할 때마다 반복된다. 사용자 특성이나 사업 환경이 시시각각 달라질 수 있는 IoT 시대에 지난한 구축 절차와 물리적 시간 소요가 거듭된다면 서비스의 성공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이런 수작업을 자동화시켜주는 SDN이 해법이라는 것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같은 IaaS 카탈로그처럼 SDN컨트롤러 기반 통합 관리는 네트워크에 필요한 서비스 정책 적용과 기능 도입을 간편하게 만든다. 이를 통해 인프라 앞단의 고객용서비스(BSS)와 내부지원에 해당하는 운영서비스(OSS)를 맞물리도록해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진다.
즉 SDN과 NFV 도입의 핵심은 결국 수요자와 서비스 제공자가 필요한 만큼 빠르고 효율적인 신규 서비스 도입이다. 여기엔 프로그래밍 가능한 네트워크용 애플리케이션 엔진, 장비를 중앙 통제하기 위한 SDN컨트롤러 기술, 그 통제를 따를 SDN지원 장비가 필요하다.
한국주니퍼는 이같은 SDN전략을 4단계로 정리했다.
1단계는 모든 네트워크 장비 관리방식을 중앙화해 망 분석, 장비 설정 작업을 한 곳에서 처리할 수 있게 만든다. 2단계는 서비스 VM을 만들어 네트워크 장비에서 하드웨어와 서비스, 보안 기능 등을 떼어낸다. 3단계는 장비 인프라에서 분리한 서비스와 보안 기능을 중앙에서 통합 제어하는 SDN컨트롤러를 도입한다. 4단계는 이같은 구성 환경을 최적화해 고성능, 고효율을 실현한다.
한국주니퍼는 지난해 5월 인텔 x86 기반 NFV 애플리케이션 플랫폼 '주노스V 앱엔진'을 내놨다. SDN업체 '콘트레일시스템스'를 인수해 SDN컨트롤러 기술도 확보했다. 둘을 결합해 다양한 장비를 동원했던 네트워크서비스와 보안기능을 가상화 방식으로 인프라에 집어넣게 해주는 'SDN서비스체이닝' 기능을 올해 선보일 계획이다.
한국주니퍼의 SDN전략은 현재 3단계에 와 있다. SDN플랫폼 장비를 SDN에 맞춰 최적화하는 4단계로의 진화를 준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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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주니퍼는 또 타사 SDN 대응 제품도 지원할 수 있는 개방형 아키텍처 도입하고 타사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과의 호환성도 갖출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한국주니퍼 IoT 전략은 오는 3월 5일 지디넷코리아가 'IoT, 비즈니스 미래 지형을 바꾸다'를 주제로 진행하는 커뮤니케이션 비전 2014 컨퍼런스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