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은 제조와 생산 중심으로 IT에 투자해왔다. 지금보다 한단계 더 도약하려면 고객과 시장 중심의 회사로 변화해야한다. 물건을 잘 만들면, 잘 팔릴 거란 생각은 틀렸다.”
변종환 한국오라클 애플리케이션사업부 부사장의 발언이다. 오라클의 고객경험(CX, Customer Experience) 플랫폼 국내 사업을 총괄하는 변 부사장은 특정 회사와 관련되는 고객의 모든 경험이 기업의 성공을 좌우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2000년대 한국기업들 사이에 전사적자원관리(ERP), 공급망관리(SCM) 등 기업 인프라에 막대한 IT 투자가 이뤄졌다. 고객관계관리(CRM)도 한때 기업들이 앞다퉈 도입하는 솔루션이었다. CRM 이후에는 비즈니스프로세스혁신(BPR)이 관심을 끌었다.그러나 변종환 부사장은 “한국기업의 BPR 프로젝트는 내부 중심으로 생산에 판매를 연결하는 부분이었다”라며 “고객 측면의 프로세스를 중심으로 하는 BPR은 잘 일어나지 않았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생산, 회계 시스템은 잘 돼 있지만, 고객과 맞닿은 프론트엔드 시스템은 각 현업이 원하는 형태로 구축돼 분산돼 있고, 전체적인 정보통합이나 시기적절한 고객관리에 약하다”라며 “고객경험이란 큰 프레임워크로서 BPR을 고민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요즘 소비자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구매 상품에 대한 의견을 피력한다. 불만을 표시할 때 고객센터에 전화를 거는 1대1 의사소통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블로그,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 공개적으로 의견을 표출한다. 스마트폰의 확산과 함께 고객의 공개적인 의사표출은 실시간으로 일어난다.
이는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움직임이다. 그런데 현재 대다수 기업이 외부에서 벌어지는 고객의 활동을 포착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생산과 제조, 기업 내부 프로세스 관리에 집중된 IT시스템이 실제 구매와 직결되는 요소를 전혀 관리하지 못하는 것이다.
오라클의 CX는 상품 인지, 구매, 불만처리, 해지 등으로 이뤄지는 활동들을 포괄한다. 구매와 소유를 별개로 두지 않고 뫼비우스의 띠처럼 무한한 순환구조를 갖는다. 기업 외부에서 일어나는 활동을 포착하고 기업의 세부전략 마련에 필요한 근거를 제공한다.
변 부사장은 “브랜드에 가치를 두고, 물건을 어떻게 잘 팔 것인지, AS를 어떻게 잘할 것인지, 고객에 맞는 제품은 무엇인지 등에 맞는 메커니즘을 크게 가져가야 한다”라며 “고객의 생각에 맞춰 영업과 판매, 고객대응 전략 등을 운영하려면 통합적인 관점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를 예로 들었다. 자동차 생산은 제조회사의 몫이지만, 실제 판매는 외부 딜러에 의해 이뤄진다. 반면, 고객은 자신의 자동차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판매한 딜러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제조사에 따진다. 그런데, 제조회사가 보유한 고객 데이터베이스(DB)에 해당 구매자에 대한 정보는 없다. 고객의 목소리를 생산에 연결시키는 전략수정이 이뤄지기 힘든 구조다.
오라클 CX는 시벨 CRM을 기반 플랫폼으로 하고, 그 상단에 소셜, 마케팅, 세일즈, 서비스, 커머스 등 5가지 요소를 둔다. 5가지 요소별 고객 경험에 대한 정보는 시벨 CRM을 통해 통합적으로 관리된다. 엘로쿠아와 레스폰시스(디지털 마케팅), 라잇나우(소셜), ATG(e커머스) 등 오라클이 최근까지 인수한 회사들의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솔루션을 배치했다.
시벨 CRM은 구축형 솔루션으로 5가지 클라우드 제품군을 위한 전체 플랫폼 역할을 한다. 각 클라우드 제품을 사용할 때 시벨 CRM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지만, 마켓리소스, COC전략, 오퍼링 등의 기능을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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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부사장은 “고객의 모든 경험을 캐치할 수 있는 전체적인 플랫폼을 가진 회사는 오라클 뿐이다”라며 “다른 경쟁사의 제품들은 마케팅, 소셜 등 한정된 분야에만 적용돼 전처럼 통합적인 뷰를 가질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고객의 목소리를 들음으로써 브랜드 가치와 충성도를 높이고, 이게 매출로 연결되고, 다시 고객은 필요한 제품을 바로 제공 받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단계 도약할 수 있다”라며 “전세계 유수 대기업의 관심이 고객 경험으로 고조되는 가운데 한국 기업도 그 바람에 올라탔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