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계에서 십 수년 간 끊이지 않는 표절과 샘플링의 경계 논란, 음원 서비스의 적정 가격과 수익 분배 논란 등의 핵심에는 저작권이 있다. 저작권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인식이 없다 보니 개인, 기업 할 것 없이 크고 작은 법적 공방에 시달리기도 한다.
CCL(Creative Commons License), 즉 원 저작자의 사용허가를 받아 저작권에서 자유로운 음악들을 매장에서 배경음악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든 서비스 ‘라임덕(www.rhymeduck.com)’은 이런 문제 인식에서 탄생했다. 대형 스트리밍 사이트에 지불하는 기업 서비스 요금의 5분의 1까지 줄일 수 있다. 라임덕을 운영하는 원트리즈뮤직의 도희성㉘ 대표는 합리적이고 투명한 저작권료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학창시절 현 서울 북부지방법원에 있는 윤종수 판사가 진행하던 저작물 공유 운동(크리에이티브 커먼즈)에 대한 특강을 듣고 저작권에 대한 새로운 눈을 떴어요. 대형마트의 경우 연간 15억원에서 20억원의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음악을 듣기 위해 마트에 오는 게 아니잖아요? 개인 사업자는 또 어떻습니까. 뭔가 불합리하다, 이 구조를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도대표는 세계 최대 규모의 CCL 음악 기업 자멘도(Jamendo)에 국내 독점 공급 계약을 하자는 메일을 보냈다. 서비스에 대한 대략적인 구상 단계만 해 둔 스타트업 기업의 당돌한 요청에도 자멘도는 흔쾌히 응했다. 라임덕이 매장 음악 서비스로의 강력한 강점을 갖게 된 순간이다. 도대표는 “자멘도는 한국에서 이런 요청을 받은 것은 처음 받아본다며 굉장히 신선해하는 반응이었다”며 “함께 윈-윈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라임덕의 비전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라임덕의 성장세는 가히 폭발적이다. 서비스를 시작한지 1년 남짓 됐지만 커피빈, 롯데호텔, 유니클로 등 60여개의 굴지의 기업 브랜드들이 모두 라임덕의 고객이다. 도대표는 하루에 라임덕을 통해 나오는 음악을 듣는 일반 소비자를 약 50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기업 고객은 라임덕과의 협의를 통해 해당 브랜드에 특화된 전용 플레이어와 부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개인 및 개인 사업자 고객은 월 1만 5천원만 결제하면 합법적으로 매장 내에서 배경음악을 틀 수 있다.
라임덕은 매장음악을 넘어 기능성 음악, 쇼핑몰 배경음악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하버드 의대에서 연구한 치료용 음악을 서비스로 특화해 병원, 스파 등에 제공하고 있으며, 국내 최대 쇼핑몰 솔루션 기업인 카페24와 제휴해 쇼핑몰 운영자들이 저작권 걱정 없이 배경음악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도대표는 “국내 디지털 음악 시장은 이제야 태동하는 분위기”라며 “커나가는 디지털 음악 시장에서 라임덕이 한 획을 긋는 것이 비전”이라고 밝혔다.
<도대표와의 1문1답>
▲ 변호사가 될 뻔 했다고.
컴퓨터 공학, 정보보안을 전공하고 로스쿨에 진학해 정보보안 전문 변호사가 될 생각이었다. 공동대표인 노종찬 대표 역시 금융공학을 전공하고 외국계 금융 회사에 취직이 된 상태였다. 어떻게 보면 보장된 미래일 수 있지만 창업에 대한 미련을 접을 수 없었다. 지금이 아니면 못 할 것 같았다. 정말 잘 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 매장 사장이 잘 모르는 음악이라는 점이 단점은 아닌가?
라임덕은 전문 선곡가들이 있어 매장의 콘셉트에 맞는 채널을 추천하고 컨설팅한다. 커피나 식당처럼 대화가 많은 곳은 대화의 리듬이 깨지지 않도록 보컬이 없는 재즈 채널을 추천하거나 복합쇼핑몰은 층별 성격에 따라 장르를 달리 한다든가 하는 방식이다. 매장에 방문하는 고객들을 분석해 타임라인 컨설팅도 무료로 진행한다. 실제로 사람들이 익숙하지 않은 배경음악을 들으면 해당 매장에서 체류시간이 길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 국내는 아직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높은 것은 아니다.
저작권 개념을 환기하기 위해 1개월 정도 인기드라마들이 방영되는 프라임 타임에 공격적으로 방송 광고를 진행했다. 부활의 김태원씨를 모델로 섭외해 상당한 예산을 투여했다. 라임덕의 매출보다는 저작권이 얼마나 민감하고 중대한 이슈인지를 알리고 싶었다. 부활엔터테인먼트는 그 후 라임덕의 주주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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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창업자들끼리 모이면 하는 말이 있다. ‘창업해 보니까 되게 힘든데, 어렵진 않다’는 것이다. 각오만 되어 있다면 누구나 좋은 결과를 맺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외부적인 일보다는 서비스의 본질에 집중했으면 좋겠다. 창직(創職)을 독려하는 사회 분위기가 좀 더 형성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요즘 실리콘밸리에서 유행하는 말인 ‘연속적 창업가(Serial Entrepreneur)’, 즉 새로운 기업을 계속해서 설립하는 기업가가 되는 것이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