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회장 후보자의 공식 취임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황 후보자는 오는 27일 주주총회를 통해 취임한 후 미뤄졌던 임원인사, 조직개편 등을 추진하며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전망이다.
2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황 후보자는 지난 16일을 전후해 마무리된 내부 임직원들에 대한 인사고과를 바탕으로 최근 임원 인사, 조직 개편의 큰 그림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KT 안팎에서는 그동안 경영구상에만 열중했던 황 후보자가 취임 후 어떠한 비전을 제시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낙하산 인사 정리, 비대해진 조직 효율화, 추락하는 실적 반전 등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는 첫 단추가 임원인사, 조직개편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무엇보다 황 후보자가 부회장을 임명할지 여부가 관심거리다. 지난해 12월 황 후보자의 내정 직후부터 공석인 KT 부회장직을 두고 이런저런 소문이 무성했다.
구체적으로는 전 차관급 인사 H씨가 이미 내정돼있다는 소문에서부터 황 후보자와 가까운 통신 전문가 J교수에 부회장직을 제의했다는 얘기, KT 사외이사 중 한 명이 후보로 꼽힌다는 얘기 등 종류도 다양하다. 최근에는 황 후보자가 장고 끝에 부회장을 두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다는 소문도 흘러나온다.
이러한 루머에 대해 J교수는 점잖게 “제가 답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답했으며, 후보로 이름이 언급된 KT 사외이사 역시 “지금의 KT에는 굳이 부회장 자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KT에 부회장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측에서는 황 후보자가 통신전문가가 아닌 만큼 통신에 정통한 인사가 회장을 보좌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내세운다. 황 후보자는 회장으로서 그룹 전체의 비전을 제시하고 통신 전문가인 부회장이 실무를 총괄한다는 구상이다.
동시에 반대도 만만치 않다. 부회장직은 ‘낙하산 인사’가 올 수 있는 대표적인 자리로 꼽히는 만큼 사장 체재로 가는 것이 옳다는 의견이다. 황 후보자가 그동안 외부 연락을 철저히 차단하고 인사 청탁 근절을 외친 것도 이러한 의중을 반영한 것 아니겠냐는 추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KT 한 임원은 “실제로 지난해 후보자 선출 과정에서부터 러닝메이트 형식의 회장-부회장 후보에 대한 얘기들이 흘러나왔었다”며 “부회장 자리를 노리는, 혹은 심기 위해 줄을 대려는 외부 인사가 많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떠돌았다”고 말했다.
사실 KT에 부회장직이 만들어진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지난 2009년 이석채 전 회장이 스스로 회장자리에 오른 이후 이를 신설했다. 이후 지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석호익 전 부회장이 대외협력부문을 총괄했으며 지난해에는 정성복 전 부회장이 1년간 그룹윤리경영을 총괄했다.
현재 KT에 부회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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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채 전 회장의 대표적인 측근으로 꼽히는 정 전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31일자로 퇴사한 이후 공석이다. 앞서 정 전 부회장은 지난해 CEO 선출 과정에 직접 지원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빚기도 했다.
통신업계 한 고위 인사는 “황 후보자가 인사 청탁 근절을 철저히 막겠다고 선언한 만큼 부회장직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라며 “내부 임직원들이 똘똘 뭉쳐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상황에서 섣불리 부회장을 임명해 잡음이 생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