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신화’ 황창규, KT 구할 슈퍼맨 될까

일반입력 :2013/12/17 18:45

정윤희 기자

슈퍼맨이 돌아왔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이끌었던 스타다. IT 바닥에서는 그를 설명하는 데 단 한 마디, ‘황의 법칙(반도체 집적도는 일 년에 두 배 증가한다)’으로 충분하다.

다만 돌아온 곳이 반도체가 아닌 통신 분야다. 사람들이 반신반의하는 이유다. 통신판 ‘황의 법칙’이 나오길 기대하면서도 경험이 없는 분야의 경영을 잘 할 수 있을까 우려한다. 제조와 서비스는 업의 성격이 다르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나온다.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이 KT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이래저래 바람 잘 날 없는 KT를 위기에서 구하는 것이 임무다. 아직까지 내정자 신분이지만 낙점 이틀째인 17일부터 내부 현황을 보고 받는 등 업무 파악을 시작했다.

■도전한다, 동시에 함께 해야 한다

황 내정자의 일성은 ‘KT 경영 정상화’다. 사실 누가 맡든 쉽지 않은 일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 되는 CEO리스크, 주춤하는 사이 LTE 시장에서 밀려버린 통신 경쟁력, 바닥을 치는 KT 직원들의 자존감까지…. 하나하나 늘어놓으면 끝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를 걸게 된다. KT CEO추천위원회는 그를 선정한 이유로 비전 설정 능력과 추진력, 글로벌 마인드, 도전정신을 꼽았다. 이는 삼성전자 시절 그의 경력이 증명한다. ‘황의 법칙’이 증명된 데에는 그의 이러한 능력이 십분 작용했을 터다. 그가 과거 한 식사자리에서 평생 만났던 사람 중 최고의 천재로 스티브 잡스와 이건희를 꼽았다는 후문도 있다.

스타 CEO로서 경영능력이 검증됐다는 점도 강점이다. 관료와 기업인은 다르다는 말로 표현할 수 있겠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겠지만 현재 KT에 좀 더 필요한 인물은 기업인 쪽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무선 통신에서 부진했던 실적을 카드, 부동산 실적 등으로 애써 가리려 노력하는 일이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는 바람이기도 하다.

성격은 온화하고 원만하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삼성전자 재직시절 일처리는 철두철미한 동시에 직원들의 신망도 두터웠다는 얘기다. 그동안 상처받은 KT 직원들의 마음을 잘 추스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이유다.

황 내정자는 “어려운 시기에 막중한 업무를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글로벌 신시장을 개척했던 경험을 통신산업으로 확대해 미래 ICT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창의와 혁신, 융합의 KT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꼬리표, 약 될까 독 될까

그에게도 약점은 많다. 앞서 언급했듯 통신 분야 경험이 없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를 ‘객관성 보유’라는 장점으로 치환할 수 있겠지만, 그 과정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또 정치색이 옅긴 하지만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동향으로 막역한 사이라는 인연도 오해, 또는 억측를 부르기 딱 좋은 요소다.

무엇보다 그를 언급할 때 좋든 싫든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삼성전자’다. 지난 1992년부터 2008년까지, 그의 경력 리스트의 대부분이 삼성전자로 채워졌다. 삼성전자 출신이기에 가지는 장점과 동시에 단점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일단 경영환경과 조건이 매우 다르다. 단적인 예가 노동조합의 유무다. 무노조 경영의 대표로 꼽히는 삼성전자와 3만여명에 달하는 노조원을 가진 KT. KT 노조로서는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다. 또 단순히 기업만의 이윤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통신’이라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사회적 책임 또한 가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동욱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은 “KT는 공적인 영역도 중요한 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글로벌 ICT 생태계에 완전히 새로운 비전을 던져야 한다”며 “이런 부분에 중점을 두고 비전을 제시해 KT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에도 공감을 얻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취임 이후 삼성 출신 임원들의 수혈 역시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낙하산 인사 정리, 구조조정을 통한 인적쇄신이 과제로 꼽히는 상황에서 KT 내부 인사들을 얼마나 전진배치 할까도 관심거리다.

다만 KT와 삼성전자의 관계는 미지수다. 현재까지는 긍정적인 전망이 대다수지만 일각에서는 반대 시각도 있다. ‘친정’인 삼성전자와의 관계를 돈독하게 가져가 통신서비스와 휴대폰에서 지금까지보다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와 삼성전자 퇴사 당시를 감안, 오히려 거리두기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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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분석업체 애틀러스리서치는 “KT CEO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이동통신 사업의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이라며 “LTE 이후에 대한 비전을 명확하게 수립하는 기술 전략적 판단과 전 CEO 시기에 문제가 됐던 유통망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해 생태계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것과 직결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KT 경영진에 필요한 것은 KT의 사업에 대한 투명하고 체계적인 거버넌스를 구축할 수 있는 능력”이라며 “KT의 기존 사업이 하나씩 두고 보면 가치가 있는 것도 그룹 전체적인 거버넌스가 불확실해 표류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