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물량이 중국으로 향하던 국내 중고 휴대폰의 유통 흐름에 변화가 생겼다. 우체국 알뜰폰 인기가 치솟자 중고 단말기 국내 수요가 급증한데 따른 결과다.
지난해 12월 초 개편된 2기 우체국 알뜰폰은 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고 단말기 위주로 편성돼 있다. 총 18종의 단말기 가운데 무려 15종이 갤럭시S2, 베가레이서 등 중고폰이다.
22일 우정사업본부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우체국 알뜰폰의 하루 단말기 평균 판매량 500대 가량 가운데 78.2%가 중고 단말기다. 와인샤베트폰, 인터파크큐브, 갤럭시에이스플러스 등 신품 판매는 20% 초반에 그친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21일 집계 기준으로 5만4천62명의 알뜰폰 누적 가입자 가운데 3만568개의 단말기 판매가 이뤄졌다”며 “초기부터 중고폰 수요가 높아 전체 단말기 판매량에서 중고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85%를 상회한다”고 설명했다.
■ 중고폰 업체 새로운 시장에 주목...국내 수요 70% 증가
우체국 알뜰폰으로만 2만5천대 이상의 중고폰 판매가 발생했다는 뜻이다. 중고폰 매입 판매업체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장이 열린 것이다. 우체국 알뜰폰 수탁판매 시작은 채 4달도 지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중국 등 수출 물량과 일부 내수 물량 판매를 해오던 중고폰 업체는 내수 매출과 판매 대수가 우체국 알뜰폰 수요만으로 70% 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중고폰 업체인 리더스텍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홍콩의 대형 바이어들이 결정하는 가격에 따라 대부분의 물량이 중국으로 향했다”면서 “중국 시장에서 제 값을 받지 못하는 동시에 우체국 알뜰폰이 가세하면서 A급 품질의 중고 스마트폰 물량은 국내 알뜰폰 사업자에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중고폰 물량은 여전히 중국이나 동남아 등지가 많은 편이다. 다만 매일 바이어들의 시세가 바뀌고 홍콩의 매입 업자의 가격 담합에 중국향 물량이 줄고 동남아 쪽을 향하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신규 유통처로 우체국 알뜰폰이 가세했다.
국내 중고폰 시장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때는 지난해 초부터다. 도매상을 중심으로 중고 단말기 매입이 활발해졌다. 그간 중고폰은 주로 관세가 없는 홍콩을 거쳐 중국으로 향했다.
도매상 매입 물량의 약 90%가 중국행 배를 탄다. 중국에선 케이스를 다시 하우징하는 식으로 다듬어진 뒤 신품 출고가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 추세였다. 나머지 10% 가량은 국내에서 스마트폰을 분실한 이용자나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서울 용산 등에 퍼진 소매점 또는 온라인 오픈마켓 사이트 등을 통해 팔리곤 했다.
■우체국 알뜰폰이 중고폰 시장 재편
이 같은 중고폰 유통 구조에 변화가 생긴 것은 우체국 알뜰폰이 중고폰을 다루기 시작할 때 부터다. 매달 1만대 가량의 신규 가입자를 이끌어내면서, 알뜰폰을 시장에 안착시킨 우체국이 중고폰 시장을 재편했다는 설명이다.
2기 우체국 알뜰폰 상품 구성에 앞서 지난해 9월 27일 우체국이 알뜰폰 판매를 시작할 때도 18종 단말기는 중고 A급 5종, 일반 중고 3종, 개통 미사용 기기 1종으로 구성됐다. 나머지 8종이 신품, 선불카드 1종이었다. 이후 개편된 상품 구성은 중고A급 11종, 중고 5종, 신품 2종으로 중고폰 구성이 강화됐다. 이후 상품 구성이 일부 바뀌었지만, 대부분이 중고폰이다.
중고A급 단말기는 제품 표면 스크래치가 없는 제품으로 외관상 신품과 차이가 없다. 중고폰에서 A급 품질을 찾기 위해선 100여개의 단말기 가운데 5개 내외 수준으로 가려야 한다. 이 때문에 중고폰 물량이 중국에 헐값으로 넘겨지기 전에 알뜰폰 사업자들에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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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텍 관계자는 “판매 이윤이 훨씬 높고, 물류비도 덜 드는 국내 알뜰폰 시장으로 중고폰 유통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내수 시장의 변화가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내세워야 하는 알뜰폰에 맞아 떨어진 셈이다.
우체국 알뜰폰 수탁판매에 참여한 한 사업자도 “중고폰을 공급받기 위해 동시에 여러 도매상에 구매를 진행 중이다”며 “값이 저렴한 단말기를 찾는 중장년층이 늘어나면서 안정된 물량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