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모양의 번개?…사상 첫 촬영 성공

일반입력 :2014/01/20 07:48    수정: 2014/01/20 10:22

이재구 기자

신들의 왕 제우스의 권위로 대표되기도 하는 번개는 흔히 뾰족하기 이를 데 없다. 하지만 자연속에서 공모양의 둥근 번개가 사상 최초로 과학자들에 의해 촬영돼 인증을 받았다.

씨넷은 17일자 피지컬리뷰레터를 인용, 중국의 과학자들이 우연히 자연속에서 일어나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둥근 번개를 촬영했다고 보도했다. 고대 그리스에서 처음 기록이 등장한 이래 이 신기한 번개의 형성 과정을 설명하고 이론화하려는 노력이 꾸준히 진행돼 왔지만 권위있는 학술지를 통해 확인받은 것은 처음이다.

17일자 피지컬리뷰레터는 구형 번개를 봤다는 사례는 역사상 기록으로 많이 남아있지만 분광기로 이 사례를 촬영한 것은 처음이라고 확인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진용첸, 핑위안, 시민췌 등 3명의 중국 과학자들은 아주 우연히 중국 서부 칭하이에서 사상 최초로 이 사례를 목격했을 뿐 아니라 분광기로 크기까지 측정했다. 중국 과학자는 자신들의 눈앞에서 5미터 크기로 1.6초 동안 번쩍이는 공 모양의 번개를 함께 관찰했다. 이와 사진은 수수께끼 속의 자연현상에 대한 십년 이상 된 공모양 번개 생성 이론을 증명해 줄 길조로 여겨지고 있다.

지난 2000년 발표된 뉴질랜드 캔터베리대 존 에이브럼슨과 제임스디니스의 가장 근거있는 이론에 따르면 이 번개는 토양을 때릴 때 토양 속의 화학적 성분을 증발시키면서 발생한다. 이 때 토양속 원소의 증기는 에어로솔 형태의 공 모양으로 응축돼 대기중 산소와 결합한 후 밝게 빛난다.

중국 과학자들의 분광기 사진 판독결과로 에이브럼슨의 이론은 보다 더 설득력을 얻게 됐다.

이들은 분광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을 분석한 결과 “이 공모양 번개는 실리콘, 아연, 칼슘 등 지표면 성분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논문에 썼다. 아직 동영상기록은 발표되지 않았다.

자연속에서 발견되는 수초동안 공 모양을 띠고 번쩍이는 번개는 대기에서 발견되는 가장 신비로운 현상으로 통한다. 공모양 번개 기록을 찾아보면 발견의 역사는 고대 그리스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8세기에는 벤자민 프랭클린의 번개실험을 따라 하던 러시아 과학자 게오르그 빌헬름 리히먼이 이 공 모양 번개에 맞아 죽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디슨과 쌍벽을 이루던 천재 발명가 니콜라 테슬라는 1904년 실험실에서 구형 번개를 만들 수 있음을 증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국 과학자들의 발견이 반드시 구형 번개의 속성을 결론짓는 것은 아니며 에이브럼슨의 이론을 보편화하는 증거도 못된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면 공모양 번개는 캘리포니아에서 하와이로 향하던 C-133A화물기 조종석을 통과한 사례가 있지만 어떻게 통과했는지를 설명해주지 못한다는 게 그 근거 중 하나다.

중국 과학자들의 이번 발견은 공 모양 번개의 공 모양을 사라지게 만드는 폭발 원인도 정확히 밝혀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 발견은 공 모양 번개의 신기한 번개가 지표면을 때릴 때 발생하는 자연속의 완전한 화학적 반응에 의한 것일 가능성을 말해 주기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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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동영상(http://www.youtube.com/watch?v=FHeyeWlLac8)은 지난 2012년 4월 2일 미국 뉴올리언즈에서 촬영된 공모양 번개(?)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