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끝나지 않는 싸움 향방은?

수세 몰린 삼성 방향 전환…대타협 가능성도

일반입력 :2013/12/29 13:47    수정: 2013/12/29 16:54

정현정 기자

지난 2011년 4월 시작돼 2년 8개월을 끌어온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침해 소송이 올해 큰 분수령을 맞았다. 삼성전자는 국제무역위원회(ITC)로부터 ‘아이패드4’와 ‘아이패드2’ 등에 대한 수입금지 판결을 이끌어냈지만 곧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무산되면서 논란을 낳았다.

이어 미국에서는 삼성전자에 불리한 소송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이달 초에는 안방에서까지 패소하며 수세에 몰린 모습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소송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주무기인 통신기술 표준특허로 정면 돌파 가능성도 읽힌다.

한편, 국내 2차 소송 판결을 끝으로 미국과 한국에서 진행된 굵직한 특허 소송의 1심 판결이 모두 나오면서 3년 가까이 계속된 소송전이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내년 3월부터 미국에서 진행되는 2차 본안소송을 앞두고 양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다시 한 번 협상테이블에 앉게 되는 만큼 극적인 합의에 나설 가능성도 어느 때보다 강하게 대두된다.

■올해 美 이어 안방에서도 수세에 몰린 삼성

미국 법원과 ITC가 애플의 편을 든데 이어, 국내 법원에서도 애플에 패소하면서 삼성전자는 애플과 소송전에서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 특히 이번 판결로 내년 3월 미국에서 시작되는 2차 본안 소송을 비롯해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높아졌다.

국내에서 진행된 상용 특허 침해 소송은 2심으로 이어지게 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26일 국내에서 특허침해 금지 청구가 기각된 것에 불복해 서울고등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앞서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3월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3건의 상용특허 침해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미국에서는 지난달 열린 손해배상액 재산정 재판에서 삼성전자가 애플에 2억9천만달러를 추가로 배상하라는 배심원 평결이 나왔다. 올해 초 재판장인 루시 고 판사가 확정한 6억4천만달러에 더해 삼성전자가 애플에 지불해야 할 손해배상액은 9억3천만달러로 우리원 1조원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이에 불복해 재심과 배상액 감축을 청구한 상태다.

지난 6월 초에는 미국 ITC가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론 제기한 특허 침해 제소에서 표준특허 1건(348특허)에 대한 침해를 인정하면서 애플 제품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8월 프랜드(FRAND·표준특허를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의무) 원칙을 들어 이례적으로 ITC의 수입 금지 권고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수입금지 조치는 무효화 됐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애플의 삼성전자 상대 특허 침해 제소에서는 삼성전자가 애플 특허를 침해했다고 최종판정이 나오면서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태블릿 제품에 대한 미국 수입 금지가 결정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ITC 결정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상용특허→표준특허로 방향 전환?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소송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표준특허를 통한 공격이 프랜드 원칙에 가로막히면서 상용특허 중심으로 소송 전략을 수정했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때문에 주무기인 통신기술 표준특허로 승부수를 던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국내에서 패소 판결을 받은 이번 소송은 지난해 8월 1심 판결에서 일부 승소한 1차 소송과 차이가 있다. 앞서 지난해 8월 서울중앙지법은 애플이 삼성전자의 통신기술 특허 2건을, 삼성은 애플의 바운스백 특허를 각각 침해했다고 판결하면서 삼성전자는 판정승을 거뒀다. 지난해 1차 소송에서 삼성전자는 주로 표준특허 침해를 문제 삼았지만 2차에서는 상용특허 침해를 주장했다.

삼성전자가 애플의 침해를 주장한 3건의 상용특허에 대해 재판부는 진보성이 없거나 애플 제품이 삼성전자가 주장하는 특허의 구성 일부를 갖추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삼성전자는 소송 초기 5건이였던 특허 건수를 3건으로 줄이는 등 침해 판결을 이끌어내는데 주력했지만 무기로 내세웠던 상용특허 3건 중 2건은 사실상 무효화됐다. 삼성전자는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지만 새로운 소송 전략을 고민할 수밖에 없어졌다.

미국 ITC 판정에 대해서도 삼성전자는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상용특허가 아닌 표준특허를 통해 항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삼성전자는 ITC가 기각한 특허 3건 중 표준특허 1건(644 특허)에 대해서만 항고하는 내용을 담은 준비서면을 지난 10월 말 연방순회항소법원에 제출했다.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ITC로부터 애플 제품의 수입금지를 얻어내는데 실패했지만 주무기인 통신 기술 표준특허로 프랜드 원칙에 대한 정면 승부를 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독일의 특허전문블로그 포스페이턴츠는 이 소식을 알리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이후 삼성전자가 표준특허를 계속 존속시키는데 관심을 두고 있다”면서 “삼성전자가 기각 결정을 받은 상용특허의 힘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표준특허를 내세운 것일 수도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당분간 숨고르기…내년 초 협상 분수령

이번 국내 법원의 판결과 미국 법원의 손해배상액 재산정으로 그동안 진행되던 대부분 재판의 1심 소송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양측이 소송을 진행하는 동안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1,2위 체제를 굳히며 소송으로 인한 효과를 충분히 얻은 만큼 화해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히 재판에서 이기는 것보다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향후 시장 경쟁에서도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출구전략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소송 규모를 키우기보단 법정에서 결론이 난 주요 쟁점을 근거삼아 크로스라이선스(교차특허)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를 통해 지난해 9월 애플이 삼성전자에게 한차례 승소 후 특허소송 타결을 제안했고 12월부터 협상을 시작해 지난 2월 합의 직전까지 갔다가 결렬됐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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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전문가는 “특허소송의 승패와 시장에서의 승패는 분리된다”면서 “삼성전자 같은 규모의 회사라면 시장 변화에 따라 유리하게 대처하는 게 중요하고 주요 고객사인 애플을 잃는 것보다 적절한 경쟁과 더불어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게 현명하다”고 지적했다.

극적인 화해를 위해서는 양사의 최고경영진 간 전격적인 합의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루시 고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 판사는 내년 3월 시작되는 2차 소송에 앞서 삼성전자와 애플의 최고경영자(CEO)가 다시 한 번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을 권고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내년 1월 8일까지 협상을 제안하겠다고 제시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