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애플 구형 스마트폰 제품 수입을 금지한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함에 따라 정치권과 산업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클 프로먼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어빙 윌리엄슨 ITC 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무역정책실무협의회(TPSC) 및 무역정책검토그룹(TPRG) 그리고 관련 당국 및 당사자들과의 심도있는 협의를 거친 결과 ITC의 수입금지 결정을 승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3일(현지시각) 밝혔다.
이 서한은 ITC의 권고에 대해 대통령이 60일 이내에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른 것으로 프로먼 대표는 이번 결정이 미국 경제의 경쟁 여건에 미칠 영향과 미국 소비자들에게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내려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987년 이후 25년간 행정부가 ITC의 권고를 거부한 사례가 한차례도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수입금지 거부 결정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며 오바마 행정부에게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프로먼 대표는 이번 정책결정은 ITC의 결정이나 분석에 대한 동의나 비판은 아니다면서 또 특허 보유권자가 구제방법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법원을 통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고 말해 준사법적 독립기구인 ITC의 권고를 거부한 데 대한 부담을 드러냈다.
오바마 행정부가 ITC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함에 따라 정치권과 산업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 최근 미국의 정·재계에서 백악관을 상대로 노골적인 로비를 벌인 것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민주·공화 양당 소속 상원의원 4명이 최근 프로먼 대표에게 공익을 신중하게 고려 애플 제품의 수입 금지 결정을 내려 줄 것을 촉구한다는 서한을 보냈다. 또 무선통신 사업체인 AT&T는 무역대표부를 상대로 거부권 행사를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번 결정에 대해 USTR이 애플의 구형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제품을 미국내 수입금지 토록한 ITC의 결정 뒤집는 결과를 발표해 매우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애플은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직후 크리스틴 휴젯 애플 대변인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이번 중요한 사안에서 혁신을 지지한 오바마 행정부에 박수 갈채를 보낸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또 삼성전자가 이런 방식으로 특허체계를 남용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비난했다.
별도로 ITC가 오는 9일 최종 판정을 내릴 삼성의 애플 특허 침해 건에 대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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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지난 2011년 7월 자사 특허 7건을 침해했다며 삼성전자를 제소했고, ITC는 지난해 10월 삼성전자 일부 제품이 애플 특허 4건을 침해했다는 예비 판정을 내놨다. 이 중 1건이라도 침해결정이 날 경우 갤럭시S, 갤럭시S2, 갤럭시넥서스, 갤럭시탭 등 대상 제품 모두 수입 금지된다. ITC가 삼성전자 제품 수입 금지결정을 내리면 애플 건과 마찬가지로 오바마 대통령은 60일 이내에 거부권을 행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미칠 영향 등의 이유를 들어 거부권을 행사한 오바마 행정부가 삼성 제품 수입금지 조치에 대해선 거부권을 행사치 않으면 자국 기업 감싸기라는 비난은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