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업계 예상을 뒤엎고 애플 구형 스마트폰 제품 수입을 금지한 국제무역위원회(ITC)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일(현지시각) 어빙 윌리엄슨 ITC 위원장에게 보내진 마이클 프로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서한에 따르면 오바마 행정부는 무역정책실무협의회(TPSC), 무역정책검토그룹(TPRG), 관련 당국과 당사자들과의 심도있는 협의를 거쳐 ITC 수입금지 결정을 승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당초 국내외 주요 매체들은 1987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사례 이후 거부권을 쓴 전례가 없고 그 승인 기한 60일이 거의 만료돼 결국 애플 제품이 수입을 금지 당할 것이라 관측해왔다. 애플 입장에 선 미국 상원, 대형 통신업체들, 소프트웨어연합(BSA)의 청원과 애플의 워싱턴 정계로 향한 물밑 접촉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평가도 있다.
ITC는 지난 6월 애플 아이폰4와 아이패드2 등 구형 제품이 삼성전자 통신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해 수입금지를 결정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그 결정에 대해 60일 이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오는 5일부터 애플 제품에 대한 수입금지가 발효될 예정이었다.애플 건도 마찬가지로 거부권 행사 없이 승인될 것으로 점쳐졌지만 이번엔 아니었다. 일각에선 백악관을 상대로 한 로비가 성공한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앞서 블룸버그 등 외신들은 애플이 자사를 25년만의 예외 사례로 만들기 위해 특허 분쟁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관심이 얼마나 늘었을지 가늠하고 있다는 표현을 통해 애플이 워싱턴 정가를 상대로 거부권 발동을 위한 로비가 벌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자국 경제에 영향력이 큰 대기업에 대한 정부의 선처는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영향을 줄만한 변수로 예측 가능한 범주에 속했다. 하지만 아이폰 수입금지 반대 명분에는 소비자 이익에 대한 침해 외에 3G 통신을 위한 표준필수특허(SEP) 남용 우려도 있었다.
프로먼 USTR 대표는 ITC 승인 거부 발표문에서 특정 산업에 필수적인 기술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지 정책적으로 고려한 끝에 거부권 행사를 결정했다며 경쟁 상황에서 미국 소비자들에게 미칠 영향 등을 고려했다고 언급했다.
앞서 ITC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화당과 민주당 상원의원 4명을 포함한 정치권에서도 나왔다. 지난달 말 미국 상원의 에이미 클로부차 반독점 경쟁정책 소비자권리 소위원장을 포함한 의원 4명이 수입 금지를 막아야 한다며 대중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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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별개로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MS)같은 민간 사업자, AT&T와 버라이즌같은 현지 통신사가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ITC가 FRAND 의무를 따랐다는 삼성전자의 입장을 인정함에 따라, 향후 모바일 업계서 삼성전자가 보유한 특허 라이선스의 협상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로 짐작됐다.
애플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ITC에서 결정한 제품 수입금지 처분을 회피할 수 있게 됐다. 애플의 구형 아이폰과 아이패드 제품은 그 생태계 입문자를 위한 저가 모델이자 향후 충성도 높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징검다리였다. 수입금지가 발효됐을 경우 회사의 시장 점유율과 매출에 일정부분 타격이 불가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