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성 인정 못해”
삼성전자가 애플에게 침해당했다고 주장한 특허를 놓고 한국 법원이 내린 평가다. 애플이 지난 1993년 내놓은 ‘뉴튼 메시지 패드(이하 뉴튼)’가 삼성전자에 묵직한 한 방을 날렸다.
뉴튼은 8가지 시리즈로 나온 일종의 PDA다. 창업자 고 스티브 잡스가 회사에서 쫓겨났을 당시 애플의 주력 중 하나였으나 흥행에는 실패했다. 잡스는 지난 1997년 복귀 후 뉴튼 사업을 정리했다.
애플은 근래 삼성전자와의 법정 싸움에서 뉴튼을 무기로 내세워왔다. 뉴튼 기능들이 현재 ‘태블릿-스마트폰’의 근간이라는 주장인데 한국 법정에서 통했다.
12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3부(부장판사 심우용)가 선고한 삼성전자 패소에 대한 내용을 보면, 뉴튼이 핵심 법적 근거다.
우선, ‘상황 변화 정보를 나타내는 알림 기능 실행 방법(646 특허)’에 대해 재판부는 “진보성이 없어 특허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애플 뉴튼을 보면 도착한 메시지가 화면에 표시되고 사용자가 이를 터치하면 내용을 확인 가능하다”며 “삼성전자가 주장한 특허는 애플 측이 뉴튼을 발전시켜 제작 가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의 ‘문자 메시지 작성 중 화면 분할을 통해 검색종류 선택화면을 표시하는 방법(808 특허)’을 놓고도 “애플 PDA 기술로부터 개발자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보편적인 기술에 불과하다”고 평가 절하했다.
이어 “646과 808 특허 모두 진보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삼성전자 청구를 기각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808특허는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2차 본안소송에서도 삼성전자가 애플에 대한 공격 무기로 활용 중이다. 이번 무효 결정으로 미국 소송까지 차질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애플 아이패드가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함께 표시하는 방법과 관련한 방법(특허 700)’을 침해했다고도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 역시 인정하지 않았다.
아이패드의 관련 기능은 이동통신망을 이용한 문자메시지가 아니라 인터넷 망을 이용한 ‘아이메시지’ 서비스에서 구현되기 때문에 아이패드를 ‘이동통신 단말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다.
이번 소송은 삼성전자가 국내에서 이동통신 관련 표준특허가 아니라 상용특허를 무기로 내세운 애플과의 첫 법정 분쟁이다.
특기인 통신 관련 표준특허가 미국서 인정받지 못하자 방향을 선회한 것인데 뜻 밖에 안방에서 벽에 막혔다. 애플은 앞으로도 뉴튼을 내세워 삼성전자의 상용특허 공세를 방어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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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법원의 이번 결정을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우리의 특허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모든 법적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항소를 검토하겠다는 뜻이다.
애플은 “한국 법원도 다른 국가 법원과 마찬가지로 직정한 혁신을 옹호하고 삼성전자의 주장을 거부한 것에 대해 환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