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해보다 파란만장했다. 인터넷 이야기다. 모바일로 빠른 전환은 인터넷 생태계를 단숨에 뒤흔들었다. 기회를 읽지 못한 기업은 한 순간에 도태됐다. 어떤 기업이 보다 편안한 모바일 사용자 환경을 불러오느냐에 운명이 갈렸다. 누군간 대박을 쳤고, 누군간 쪽박을 찼다. 지난 1년 모바일 생태계를 둘러보는 것은 내년을 위한 기본 준비다. 지디넷코리아는 올 한 해 어떤 인터넷 이슈가 있었는지를 포털, 콘텐츠, SNS, 온라인 쇼핑, 뉴스 및 콘텐츠 등 분야별로 살폈다.[편집자주]
[연말기획-1]오늘의 포털에 안녕을 묻는다면
[연말기획-2]주춤했던 전자책, 내년엔 빛보나
[연말기획-3]위험과 기회 사이 토종SNS…내년엔?
[연말기획-4]모바일 없인 유통 미래도 없다
[연말기획-5]2013 인터넷, 부끄러운 대한민국 자화상
네이버의 힘은 컸다. 국내용 포털에 머물러 정체하는 것 아니냔 우려를 모바일 메신저 앱 '라인'으로 깼다. 24일 오전 기준 네이버 주가는 74만1천원. 연초 34만원의 두 배를 훌쩍 넘겼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의장은 올해 자사주로 가장 많은 돈을 번 기업인이다.
정부의 힘은 더 셌다. 네이버는 성장의 즐거움을 오롯이 안지 못했다. 네이버가 올해 내놓은 여러 상생안은 정부의 규제 움직임에 영향을 받았다. 네이버는 종종 검색 독과점 사업자로 지적됐고, 골목 상권을 침해하는 문어발 대기업으로 평가받았다.
다음은 억울했다. 점유율은 떨어졌는데, 규제 대상으론 항상 네이버와 한데 묶였다. 구글이란 센 경쟁자를 맞아 모바일에서 고전했고 네이버 라인 같은 성장 동력을 만들란 압박도 컸다. 노력하는 모습은 보였지만 뚜렷한 성과는 내진 못했다.
단 맛은 구글이 봤다. 올해 국내 모바일 시장서 구글 성장 곡선은 가팔랐다. 부동의 2위 다음을 4위까지 끌어내렸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안클릭이 11월 조사한 모바일 웹 방문자 수에서 한글판 구글(co.kr)과 미국 구글(.com)이 나란히 2, 3위를 차지했다. PC 환경에선 이렇다할 성적을 못내던 구글이었다.
■포털 규제, 세계 유례없는 뜨거운 감자
한 마디로 요약하면 올해 인터넷 업체들은 모바일이라는 엄청난 기회가 어떻게 기업 운명을 좌우하는지를 제대로 체험했다. 철옹성같던 국내 서비스 시장에서 외국계 기업의 성장이 가능하단 것도 알았다. 국내 서비스에만 매진하는 것은 정체가 아닌 후퇴라는 걸 절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업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정부 규제다. 포털이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만큼 사회적 책임을 다하란 목소리엔 수긍하면서도 영리 추구 기업의 사업 활동을 위법으로 판단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대표적 사례는 지난 10월 미래창조과학부가 '세계 최초'로 만든 '인터넷 검색서비스 발전을 위한 권고안'이다. 포털들이 검색 원칙을 공개하고 광고와 검색 결과를 명확히 구분하라는 주문을 담았다. 검색 서비스 시장이 집중됐으니 이를 해결해야 할 것 아니냔 정부 의지가 담겼다.
게다가 이 권고안은 정부와 사업자,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책자문기구' 운영을 포함했다. 권고안의 이행과 개선 방안 등을 연구하자는 것이다. 자칫 권고안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감시하는 역할로 읽힐 우려도 있다.
여기에 규제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도 포털에 적용할 '모범 거래 기준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한다. 포털이 준비 중인 동의의결안에 맞물린 공정위의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포털은 연내 정보 검색 결과와 유료 전문 서비스 구분, 일반 검색 결과와 검색 광고 구분 등을 어떻게 해결할지 동의의결안을 공정위에 제출해야 한다.
물론 권고안이나 기준안이 강제 사항은 아니다. 그저 참조 사항일 뿐이다. 그러나 네이버와 다음은 권고안 발표에 맞춰 검색 광고 분리부터 정부가 지적한 여러 내용들을 서비스에 반영했다. 공정위의 기준안 역시 포털이 준비 중인 동의의결안에 압박이 될 수 있다.
정부의 권고를 단순히 권고로 받아들일만한 배짱이 국내 기업들엔 없다. 권고를 권고로 받아들일 자유는 외국계 기업에나 가능하다. 임의임시조치도 포털이 부담스러워 하는 정책이다. 명예훼손이나 위법의 소지가 있는 게시물을 포털이 임의로 삭제하는 조처를 말한다. 표현의 자유와 충돌할 수 있어 법적 분쟁 소지가 있는데, 포털로선 지지 않아도 될 부담을 갖는단 입장이다.
이 때문에 업계는 여러 규제가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정색한다. 앞서 열거된 여러 정부 정책이나 기조가 국내 포털 사업자에만 적용된다는 것이다. 정부가 기업 활동을 일일이 법으로 정해놓을 수 없어 권고 형태로 여러 정책을 마련한 것인데, 의무가 아니다보이 외산 기업들이 굳이 이를 지켜야 할 필요가 없다. 정부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국내 기업들에만 의무 아닌 의무가 된 셈이다.
■포털, 모바일에 깃발을 꽂아라
규제 속에서도 모바일 플랫폼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이용자들이 유선에서 무선으로 검색 공간을 갈아타서다. 닐슨 코리안클릭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유선 온라인 검색 순 방문자 수는 3천100만명이다. 무선의 경우 유선의 절반에 육박하는 1천500만명 까지 검색 방문자 수가 증가했다. 스마트폰의 힘이다.
5인치 스마트폰 화면 경쟁에서 우선 승리자는 네이버다. 라인, 밴드 등 성공한 SNS를 제외하고도 네이버는 우선 국내 모바일 검색 시장에서 선방했다. 초창기 모바일 검색 시장서 다음과 비등한 성적을 내던 것에서 올해는 압도적 1위 자리를 굳혔다.
지난달 기준 네이버의 모바일 웹 검색 쿼리 점유율은 74.78%다. PC 온라인 시장 동향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그림. 한 달간 1천73만명이 모바일서 네이버를 찾았다. 온라인 시장서 쌓은 노하우에 모바일 트렌드를 기민하게 읽어 적용했다는 평가다.
눈에 띄는 곳은 구글이다. 구글.co.kr과 구글.com을 합친 검색 점유율이 11.4%다. 다음의 13.41%에 근접했다. 그러나 구글이 다음은 물론 네이버보다 많다. 한국과 미국 구글을 합친 방문자 수는 1천389만명이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된 덕을 본데다, 한국인들이 더 이상 구글 검색을 낯설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다음은 내년에 구글과 피 튀기는 경쟁을 할 것으로 보인다. 목표는 검색 광고. 아직까지 국내 모바일 광고 시장이 완전히 활성화 되지 않은 가운데, 내년 이 새로운 시장을 놓고 다음과 구글이 최대 라이벌이 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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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승택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광고 매출이 점유율을 기반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네이버의 지배력이 변동이 없는 가운데, 다음과 구글이 경쟁하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세컨드 티어(2위 그룹) 간 경쟁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경쟁 심화, 정부의 잇단 규제 속에 오늘의 포털은 안녕하지 못하다. 내년의 안녕도 쉽게 예상하기 어렵다. 네이버는 정부와 사회가 요구하는 상생안을 끌어안으면서도 계속 성장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다음은 숙적 구글과 만났고, SK컴즈 네이트와 이스트소프트 줌도 1% 대의 벽을 깨야 한다. 어떤 서비스를 어떻게 운영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내일의 포털이 안녕하기 위해 고민해야 할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