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포털 규제, 사회적 합의 있었나"

일반입력 :2013/12/18 15:25    수정: 2013/12/18 21:21

남혜현 기자

검색 서비스에 대한 정부의 중장기적 계획 없이 권고안만 내는 것은 후진적인 정책이다.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연구원은 민주당 최재천 의원실과 오픈넷이 18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공동 주최한 '검색서비스 시장집중에 대한 공공정책의 필요성과 한계' 토론회에 참석,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 10월 발표한 '인터넷 검색서비스 발전을 위한 권고안'을 이같이 비판했다.

강 연구원은 이날 발제에서 포털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인정하면서도 정부 주도 규제가 사회적 합의나 시장에 대한 집중 분석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정부가 '권고안' 형태로 자율 준수 가이드라인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우리 기업들이 이를 강한 규제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강조했다.

그는 권고안이 법적 효력이 없다지만 사실상 법적 효력을 갖는 것이라며 만약 권고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정부와 각지겠다는 해석 외에는 다른 여지를 두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또 준 법률적 효력을 가진다면 (권고안이) 명확한 법적 근거를 가져야 하는데 국가가 시장 사업자들에 이런 제한을 둘 수 있는 근거가 어디에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역차별 문제도 짚었다. 이날 토론에 사업자 측 대표로 네이버와 다음만 참석한 것을 언급했다. 강 연구원은 국내 사업자는 정부 권고안을 무시할 수 없다라며 간접적으로 오늘 토론에 구글은 빠졌다. 구글은 여기에서(포털 규제 논의) 피해가겠다는 명확한 뜻이 있다고 본다. (정부가) 상생과 생태계를 위한다고 하지만 결국 사회적 합의가 부족한 상태에서 국내 기업들에만 강력한 규제가 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포털 규제와 관련해서는 대대적인 사회적 합의가 우선되야 한다고 주문했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 또는 '이용자 피해' 등의 주장이 있기 전에 이를 증명할 수 있도록 대규모 토론과 이용자 피해 유무를 살필 수 있는 백서 발간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 연구원은 미래부가 권고안을 '이용자 피해 구제'를 위해 만들었다고 하는데, 논문 검색 시스템에서 찾아보면 '검색 규제 효과'에 대한 논문이 독일 사례 연구를 빼곤 하나도 없다라며 검색이 가지는 사회적 효과에 대한 연구 논문 하나도 없는 나라에서 어떤 전문가들이 사회적 합의를 만들었는지 궁금하다라고 지적했다.

반대로 미래창조과학부 소속 송경희 인터넷정책과장은 권고안은 (포털 검색의) 자율적 개선을 위한 합의의 산물이며 미래부에서 강요한다거나 사업자들의 의무 사항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역차별 문제와 관련해선 자문 기구에 구글도 참여할 의사가 있으며, 중소 사업자들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권철현 서비스업감시과장은 포털 사업자들의 검색 사업 차별화는 인정하지만 법률적 가치 판단에 위반될 수 있는 거는 어느정도 법적인 규제가 필요하지 않는가 라고 생각한다며 문제 이슈에 대한 적정한 규정을 제시하는 것은 규제라고 얘기하기는 어려우며 불공정 이슈에 대한 적절한 제재가 오히려 생태계를 원활하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토론에 참석한 포털 사업자들은 강 연구원의 발언 취지에 대부분 공감했다. 미래부 권고안이 구체적 지침을 세세하게 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포털 사업자의 자율 의지를 받아들였다고 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이같은 가이드라인이 존속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네이버 정민하 정책협력실장은 미래부 권고안이 지나치게 구체적이지 않아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중에도 이 가이드라인을 갖고 가는 것이 맞나라는 생각이 든다라며 자율규제안이라 하더라도 지나치게 구체적 가이드라인은 혁신을 막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주최측인 오픈넷 전응휘 이사장은 규제 당국이 이용자 보호를 남용하고 있다고 주장한 뒤 이용자 보호를 규정한 정보통신망법이 인터넷 시대에 굉장히 이상한 것이 됐다. 인터넷에서 이용자는 소비자이자 공급자인데 이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이용자 보호법이 이용자를 규제하는 굉장히 이상한 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발제자인 강 연구원은 포털을 규제하기 보다는 새로운 시장 사업자들이 검색 서비스에 뛰어들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추는데 정부가 집중해야 한다는 제안도 했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데이터 정보 수집과 저장시설을 정부가 지원하는 것을 제시했다. 오픈 API를 제공해 조건 없는 접근성을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강 연구원은 최근 스타트업 중에서 검색 서비스를 지향하는 곳이 없다. 진입장벽이 분명히 존재한다. 검색 서비스가 워낙 방대해 학생들은 시도도 못한다라며 정부가 소비자들한테 어떤 포털을 쓰라고 특정할 수 없는 대신 공급 측면에서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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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기업커뮤니케이션 본부장인 이병선 이사는 이와 관련 인터넷 경쟁 촉진하는 솔루션의 문제 의식을 높이 평가하고 공감한다며 인터넷 검색 시장의 편중에 의한 부작용 해소법은 당연히 경쟁 촉진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은 황성기 한양대 법대 교수가 사회를 봤고 강정수 연구원이 발제를 맡았다. 네이버와 다음이 포털 사업자 입장에서 토론에 나섰고, 송경희 과장과 권철현 과장이 각각 미래부와 공정위 측 의견을 내놨다. 포털 규제 관련 토론회에서 미래부와 공정위가 함께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