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업계서 '개방(open)'이 화두로 떠올랐다. 너도나도 개방을 외친다. 그러다보니 개방이라는 말이 마케팅 슬로건처럼 비춰질 때도 비춰질 때도 있다.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나 네트워크기능가상화(NFV) 또는 네트워크가상화같은 기술이 개방이란 구호 속에 기존 IT시장에 충격을 줬지만, 개방의 의미나 범주는 관련 제품을 내놓거나 개발하는 업체마다 제각각이다. 이들이 새로운 IT 수요 전략을 제안하면서 개방이란 표현의 불명확함을 가중시키는 추세다.
같은 개방인데 성격은 아예 다른 경우도 있다.
이런 가운데 네트워크에서 개방이라는 표현을 쓰려면 표준, 상호운용성, 오픈소스, 상호교환성, 접근법으로 구성된 5가지 범주간 차이를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외신에 실렸다.
IT미디어 기가옴이 '네트워크 업계가 오픈을 바라보고 이해해야 하는 방식'이란 제목으로 SDN전문업체 플렉시(Plexxi)의 마이클 부숑 마케팅 부사장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서두에서 부숑 부사장은 표준, 상호운용성, 오픈소스, 상호교환성, 접근법, 5가지 범주에서 개방이란 용어가 불명확하다면서 현재 쓰이는 개방이라는 용어는 특정한 네트워킹 환경의 문제를 풀어야 할 때 필요한 구체적인 논의에 쓸모가 없다고 지적하고 각 범주에서 그 개념과 관점의 차이를 제시했다.
우선 표준과 '표준화 단체'에 대한 관점이다.
기고문에서 부숑 부사장은 개방성을 둘러싼 논의가 종종 기술표준 그리고 국제인터넷표준화기구(IETF)나 오픈네트워킹파운데이션(ONF)같은 그 지원조직으로 쏠리는 경향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표준은 여러 업체 기술로 구성돼 상호의존성이 높은 기술 세트에 기반해 이뤄지는 여러 산업간 협력을 가리킨다.
부숑 부사장은 표준은 공정 경쟁 환경을 보장하지만 기술을 뛰어넘지는 못한다며 표준화 단체들의 활동이나 합의 모델은 더딘 경향이 있어서, 기술 진화 초기엔 그 발전이라는 게 표준을 특정 방식으로 넘어서는 걸 뜻하곤 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18일 나온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보고서 'SDN표준화이슈'에 따르면 현재 SDN은 국제표준화기구 국제전기통신연합 전기통신표준화부문(ITU-T)과 ITF또는 ONF같은 사실표준화 기구에서 활발히 진행 중이다. NFV 표준은 또 유럽전기통신표준협회(ESTI) 산하 NFV 산업표준그룹(ISG)에서 주도하고 있다.
다음은 '상호운용성'이다.
부숑 부사장에 따르면 개방성이 일반적으로 '상호운용 가능하다'는 의미를 나타내는데, 그 최종 목표는 여러 업체간 기술로 혼합 구성된 환경에 IT솔루션을 효과적으로 배포하는 것이 된다. 상호운용성은 통합을 위한 네트워킹 장비의 광범위한 시스템 세트에 주어질 경우 그에 적합한지 다양하게 검증돼야 한다.
부숑 부사장은 네트워킹 인프라 관점에서 기기간 네트워크 상태를 잘 제어하는 게 관건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고려(검증) 대상은 네트워크나 서비스 범주라며 상호운용성을 고려할 때 미칠 수 있는 영향은 사용자들이 시스템이나 분리된 시스템 구성요소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썼다.
예를 들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보고서 '캐리어급 NFV오버SDN 기술과 표준화 동향 및 발전 전망'에 따르면 NFV표준화 결과물로 올해 일반에 공개된 문서 가운데 'NFV 아키텍처럴 프레임워크'가 가상화된 네트워크의 기능 요소와 그들간 인터페이스를 정의해 이기종 NFV간 상호운용성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번째는 개방성을 가리키는 용어 '오픈'이라기보다 소스코드를 공개한다는 의미의 오픈소스를 줄인 '오픈'에 대한 관점이다.
SDN 진영에는 오픈소스의 이점을 함께 언급하는 조직이나 전문가들이 많다. 이들은 그 결과물과 개발자 커뮤니티의 활동을 뭉뚱그리곤 한다. 다만 일반적으로 오픈소스 선제행동(이니셔티브) 옹호론자들이 관심을 두는 건 개발자 커뮤니티가 집단 활동을 통해 결과물을 만들어내도록 장려하고 이끌어줄 수 있는지 여부다.
부숑 부사장은 오픈소스는 특히 SDN연합 '오픈데이라이트'같은 데서 인프라 운영부담 절감이라는 혁신을 앞당기고 개발자 커뮤니티를 양성하는 데 효과적이라면서도 오픈소스는 상호운용성이나 '상호교환성(interchangeability)'을 장려하도록 고안된 방법이 아니다고 평했다.
다음은 상호교환성이다. 상호운용성은 기기들이 얼마나 잘 상호작용하는지 재는 것이라면 상호교환성은 여러 구성요소들이 맞바꿔질 수 있는 정도를 재는 것이다.
흔히 '개방형 솔루션'이라 표현되는 기술이나 제품들 가운데 상호운용성을 강조하는 반면 상호교환성은 내놓고 무시하거나 사용자가 원하는 만큼 뒷받침이 안 된다는 걸 숨기는 경우도 있다. 반면 사용자 관점에서 오픈 솔루션의 주요 관심사는 제조사가 만든 구성요소를 타사 대체물로 바꿔칠 수 있는지 여부다.
부숑 부사장은 (상호교환성은) 특정 업체 기술 종속성을 피하고 모든 업체들이 계속 가격부담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면서 최적화(Customization)는 상호교환성의 적이며 (대상이) 협소하게 지원되는 기능들은 대체물에 장벽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은 기술에 대한 접근법(access)이다. 부숑 부사장은 기고문에서 접근법은 개방성에 대한 최소한의 정의일 수도 있다면서, 그럼에도 별도의 개념적 범주로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 또는 '통합 계층'처럼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기술적인 수단의 허용여부를 가리킨다.
SDN은 데이터 전송 부분과 분리한 '제어 부분'에 네트워크장치 기능을 정의할 수 있는 개방형 인터페이스를 마련하고 있다. SDN의 제어 부분에 정의 가능한 개방형 인터페이스는 제어 부분과 데이터전송 부분간 '사우스바운드', 제어 부분과 애플리케이션간 '노스바운드', 제어기간 '이스트웨스트바운드', 3가지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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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가 지난해 12월 제정한 표준문서 'SDN을 위한 개방형 인터페이스 요구사항'에 따르면 사우스바운드는 프로그램화와 빠른 재설정, 자원 공유, 트래픽 분리, 네트워크추상화 요구를 만족해야 한다. 노스바운드는 라우팅, 관리, 정책 관련 제어 기능을 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이스트웨스트바운드는 제어기간 동기화, 제어기 상호연동 등의 요구사항을 반영해야 한다.
부숑 부사장은 예를 들어 제어기와 애플리케이션 사이의 노스바운드API는 컨트롤러에 놓이는데, 강한 특수성을 띠어 광범위한 표준화시 불필요해진다면서 다만 API와의 통합을 원하는 이들을 위해 API에 접근법을 정의해 줘야 할 필요는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