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면, 여러 리서치 기관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연도에 유행할 기술 트렌드에 대해 발표한다.
다양한 형태로 나눠지던 몇 년전과 달리, 올해부턴 여러 기관들의 트렌드 예측은 큰 틀에서 상호 일맥상통한 면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프로그래머블 에브리싱'(Programmable Everything)이다.
필자의 업무와도 연관성이 많아, 이번에는 이에 대한 얘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일상적으로 많이 들었던 기술 용어로는 소프트웨어 정의(Software Defined)이라는 말이 '프로그래머블 에브리싱'에 해당된다. SDN(Networking), SDS(Storage), SDDC(Data Center)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지금까지 IT 영역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영역이 확실하게 구분됐다. 하드웨어는 안정성 및 대용량을 처리하는 이미지를 가졌고, 소프트웨어는 유연성 및 빠른 구현 등의 요소를 담당하는 것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클라우드 기술을 실제 현업에서 빠르게 활용하기 시작하면서,하드웨어로 처리되던 기술에 대한 부분에서 유연성 및 빠른 구현이라는 측면이 요구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대한 해결이 늦어지거나,불가능하면 자연스럽게 비즈니스의 기민성(Agility)에 악영향을 주는 결과로 이어졌다.
네트워크적인 측면을 예로 살펴보자.지금까지의 물리적인 네트워크는 가장 끝단, 바로 서버나 컴퓨터가 연결되는 스위치 포트에서 영역에 대한 구분을 하기 위해서 가상 LAN(VLAN)을 부여했다. 숫자로 포트를 구분하는 VLAN은 동일한 숫자가 부여된 포트간 통신을 보장하여, 네트워크 하위 2계층에 대한 영역을 구분해 주었다.
가상화 기술이 범용화되면서 한대의 서버가 한대 역할을 하던 시대는 이미 끝났다. 그렇기에, 가상화 기술에 포함된 가상 스위치 기술(소프트웨어)에게 기존의 실제 스위치가 하던 역할을 요구하는 조직도 나타난 것이다.
가상화 기술이 갖는 특징상 가상 컴퓨터(VM) 한대가 현재 운영 서버가 아닌, 다른 운영 서버로 이전할 수도 있다. 가상화 기술은 운영 체제의 이동성을 확보시켜준 기술이므로, 필요시 호스트에 종속되지 않고 원하는 곳으로 손쉽게 이전하는 형태, 다시 말해 클라우드 서비스 측면의 추상화를 담당하는 매우 중요한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VM이나 실제 서버나 상위 네트워크에서 바라보는 측면은 사실상 같다. 이러한 이유로 앞서 언급한 VLAN의 경우 VM을 위한 설정과 실제 서버를 위한 설정이나 동일하게 취급한다.
실제 눈에 보이는 서버만 있을 경우, 서버 이동은 그리 자주 발생하지 않는다. 그런만큼, 물리적인 네트워크에 대한 설계 역시 인프라에 대한 변경시 대규모로 변경되고, 그 후 정적인 상태 혹은 몇가지의 작은 변화만을 처리한 채 유지된다.
그렇지만 가상화 환경이 가미되면 어제의 설정이 내일은 다른 곳에 반영되어야 하고 이러한 변경은 단순히한 곳만 반영하는 형태가 아니라 연결된 네트워크 장비간 모든 설정을 일괄적으로 반영해줘야 하는 모습으로 귀결된다.
소프트웨어적으로 바라보면, 조금은 쉬운 해결책이 보인다. 네트워크적으로 실제 전송되는 패킷은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시키고, 소프트웨어적으로 이를 구분할 수 있는 구분자를 가상화 서버간에 처리하도록 설계한다.
이러한 구분자를 기반으로 네트워크를 나눠주면 기존 VLAN과 동일한 효과를 소프트웨어적으로 볼 수 있게 된다. 당연히 실제 네트워크에서는 물리적인 서버간 교신만 잘 처리해주면 나머지 구분에 대한 처리는 서버내 소프트웨어가 처리하므로, 실제 네트워크 장비에서 변경해야 할 요소는 최소화된다.
가상화 기술은 하드웨어의 발전과 연관성이 매우 높다. 하드웨어가 발전할수록 하나의 서버에 배치가능한 가상 컴퓨터 숫자는 점점 늘어나게 될 것이고, 실제 네트워크 장비에서 가상화 환경을 인지하고, 이를 개별적으로 구분해 처리해야 한다.
가상화 기술이 나오기 전 네트워크 스위치를 사용하는 컴퓨터 숫자는 네트워크에 라인을 통해 연결한 장비의 숫자와 일치했다.
특정한 스위치 포트에서 많은 양의 데이터 통신이 발생하면 그 포트에 연결된 컴퓨터에서 유발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가상화 기술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상의 컴퓨터가 실제 서버내에서 소프트웨어 기술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때문에 가상화 기술이 개별 가상 컴퓨터에 대한 네트워크 정보를 네트워크 장비로 전달해주지 않으면, 네트워크 장비에서는 하나의 실제 서버에서 엄청난 데이터를 유발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1대의 실제 서버에서 가상화 기술을 통해 100대의 가상 컴퓨터가 동작한다면(다른 말로 이를 100:1의 밀집도라고 표현한다), 1대의 물리적인 서버가 100대의 가상 컴퓨터에 대한 네트워크 처리를 해야 한다. 결국 가상화 소프트웨어는 서버내 가상 컴퓨터 네트워크를 처리해주기 위한, 다시 말해 눈에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 스위치를 구성하게 된다.
실제 스위치의 경우 컴퓨터에 연결할 포트가 부족하면, 두대의 스위치를 업링크라는 포트를 상호 연결해 확장하게 된다. 생각을 조금만 바꾸어, 실제 스위치 2대가 아닌 실제 스위치 1대와 소프트웨어 기반 가상 스위치 1대가 연결된다고 생각하면, 네트워크 관점에서는 똑같은 구성 및 동작 방식이다.
이를 위해 소프트웨어 기반 스위치나 하드웨어 기반 스위치나 내부 동작 기술은 표준을 지향해야 하며, 네트워크 관리자는 표준 기반에서 두대를 동일한 형태로 관리하고, 동일한 형태로 동작, 구성시킬 수 있다.
네트워크 관리적인 입장에서 이제 네트워크는 눈에 보이는 형태만 의미하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실제 네트워크와 가상화 환경내 네트워크가 결국에는 하나의 네트워크로 취급되어야 한다. 클라우드내 인프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콘셉트를 의미하는 단어인 논리(Logical)이라는 단어와 연결지어 생각해야 한다. 클라우드 인프라는 논리 네트워크에 기반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소프트웨어적으로 처리되는 네트워크 기술을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킹(SDN, Software Defined Networking)이라고 부른다.
결국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화를 위한 기술의 증가, 다시 말해 가상화 기술 및 클라우드 기술의 범용적 활용은 기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영역간 결합을 요구하고 있다.
하드웨어가 높은 성능 및 안정성을 보여준다는 주장은 점점 옛말이 되가는 듯 하다. 결국 하드웨어도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와 이를 구동하는 소프트웨어로 구성되어 있고, 전용으로 소프트웨어를 구동하기에 높은 성능 및 기능을 보여주고 있다.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하드웨어 서버 기술 발전은 소프트웨어의 높은 성능을 보장할 수 있게 됐고 필요 기술이 OS안에 기본으로 탑재되면서, 이를 활용한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정의 스토리지라는 단어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밀어낼 것이라는 생각은 아직은 시기상조이다. 두 기술이 공존하게 될 것이고, 표준이라는 이름아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는 동일한 운영과 구동 방식을 보장할 것이다.
기존 관리 기술도 동일하게 활용할 수 있다. 하드웨어 지식을 소프트웨어에 반영하거나 반대로 소프트웨어 지식을 하드웨어에 연결하여 필요시 선택권 확보를 통한 확장을 빠르게 할 수 있게 된다.
업계 표준만 상호 준수해준다면, 다양한 선택권은 조직이나 엔지니어에게 환영받을만한 소식이다. 클라우드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여러 형태로 업계 트렌드를 주도하고 요소 기술을 탄생시키고 있다. 비즈니스를 위해 보다 빠르게 대응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업계는 상호 연동을 할 수 밖에 없고 전통적인 IT 시장에 대한 흐름도 재편할 필요가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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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지 실제 하드웨어를 취급했던 조직은 내일부터는 소프트웨어도 같이한다고 발표할 것이거나 이미 발표했을 것이다. 소프트웨어만 생각했던 조직이 내일부터는 하드웨어도 소프트웨어의 확장선에서 동일하게 바라본다고 공표하는 것도 생소하지 않을 것이다.
2014년 IT 기술을 바라보는 측면이 점점 흥미로워진다. 공부해야할 것들도 늘어나고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언제나 필자가 강조하는 것이지만 변화는 사용자를 위한 것인지 기술을 가진 사람을 위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