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MHz 주파수 대역을 둘러싼 통신업계와 방송업계의 대립이 불꽃 튄다. 곳곳에서 열리는 토론회, 세미나에서는 각자의 의견을 관철하기 위한 신경전이 점입가경이다.
논란이 되는 것은 지상파TV의 디지털 전환에 따라 여유대역으로 나온 700MHz 대역 108MHz 폭이다. 이중 40MHz 폭은 이미 지난해 통신용으로 배정키로 한 상태다. 추후 용도를 결정키로 한 나머지 68MHz 폭이 문제다.
현재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700MHz 대역의 용도 결정을 위해 연구반을 운영 중이다. 미래부는 연내 모바일광개토플랜2.0을 발표하고 700MHz 대역의 용도를 결정한다는 방침이지만 방통위는 “급할 것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통신진영과 방송진영이 각각 700MHz 대역을 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700MHz 주파수 대역은 신호 전파의 회절성이 강하다. 신호 감쇠가 적어 전파 효율성이 뛰어나다. 통신용이나 방송용이나 최적의 주파수라는 얘기다.
만약 700MHz 대역을 놓치게 된다면 3.5GHz 고주파 대역이 개발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현재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는 3.5GHz 대역을 쓰려면 네트워크 구축, 기술 개발 등 갈 길이 멀다.
■통신 “트래픽 폭증-글로벌 조화 고려해야”
우선 통신진영이 내세우는 것은 데이터 트래픽 폭증 대응, 글로벌 주파수 조화 등이다. 다른 말로 요약하자면 ‘경제성’이다. 현실적으로 700MHz 대역이 1GHz 이하 저대역 주파수 중에서 이동통신용으로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주파수 대역이라는 얘기다.
지난해 5월 발간된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보고서는 700MHz 유휴대역에 모바일 브로드밴드를 적용시 GDP 확대, 고용증가, 비즈니스 창출, 정부 세수 증대 등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의 경우 700MHz 대역의 통신용 할당을 통해 2014년부터 2020년까지 6년 동안 683억달러(한화 약 73조원)의 GDP 향상 효과가 있을 것이란 기대다. 일자리 창출 효과 역시 3만7천800개로 추정, 방송 할당시 3천개에 비해 두 배 이상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미 국내 모바일 트래픽은 지난 2009년 12월 400테라바이트(TB)에서 올해 8월 7만8천684TB로 무려 197배 증가했다. 당장 LTE에서도 지난해 1월 LTE 트래픽 2천838TB가 지난 8월 5만3천578TB로 19배 늘어났다. 실제로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서도 각국이 오는 2020년까지 이동통신용 주파수를 1.3GHz~2GHz까지 확보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글로벌 주파수 고립을 피하기 위하는 것도 중요하다. 통신진영에서는 ITU, 지역표준화기구(ETSI, APT 등), 해외 주요국 대다수가 700MHz 대역을 이동통신용으로 분배했고 또 할 예정이라고 설명한다.
대표적으로 미국, 호주, 일본, 대만, 캐나다, 프랑스, 뉴질랜드 등이 700MHz 대역을 통신용으로 할당한, 혹은 할당할 국가로 꼽힌다.
송철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조사연구실 팀장은 “급격하게 늘어나는 트래픽을 해결하고 이용자에게 보다 나은 통신서비스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주파수 확보가 필수불가결한 전제 조건”이라며 “글로벌 주파수 대역 중 남은 것은 700MHz 대역 밖에 없는 상황에서 장비 수급, 단말기 등의 측면에서 국제적 조화를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방송 “700MHz, 차세대 UHD방송에 필수”
지상파 방송사들은 700MHz 주파수 대역이 차세대 UHD 방송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UHD 방송을 위해선 598MHz부터 54MHz 폭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뜻이다. KBS1, KBS2, SBS, MBC, EBS 등 5개 방송사가 채널별로 6MHz, 총 30MHz 폭과 함께 채널간 보호대역 24MHz를 할당해 달라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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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진영에서는 UHD 송출 주파수가 주어지면 곧바로 차세대 방송을 준비하고 오는 2020년부터 전국 방송을 시작, 2025년에는 완전 UHD 방송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나서 HD방송 주파수는 다시 반납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상진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정책국장(SBS 소속)은 “700MHz 대역 108MHz 가운데 54MHz만 있어도 지상파가 UHD 방송을 준비할 수 있다”며 “54MHz만 빌려주면 12년 뒤에 150MHz를 반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