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만능 재주꾼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는다. MP3 플레이어 시절만 하더라도 보통 저작권료를 지불하지 않은 어둠의 경로로 MP3 파일을 구해 그것을 PC와 연결해 복사해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요즘은 매월 요금을 지불하면 정당한 경로로 언제 어디서나 수십만곡을 검색해 감상할 수 있어 편리하다.
팬택이 내놓은 베가 시크릿업은 이러한 사용자층을 겨냥해 듣는 스마트폰을 표방한 제품이다. 시크릿 시리즈로는 두 번째 제품이며 디자인은 베가 아이언을 계승했다. 크기도 흔치 않은 5.6인치로 맞췄다.
그럼에도 베가 시크릿 업은 음악 감상에 특화된 스마트폰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제품 전략이나 마케팅 방향을 왜 그렇게 잡았는지도 의문이 든다. 단언컨대 이 제품은 지금까지 팬택에서 나온 스마트폰 중에서 가장 완벽하다. 긴급 입수한 베가 시크릿 업을 직접 사용해 본 결론이다.
■ 깔끔한 그러나 개성은 부족한…
베가 시크릿 업의 전반적인 디자인은 좋게 말하면 아주 깔끔하고 나쁘게 말하면 개성이 없다. 테두리가 베가 아이언 처럼 금속 느낌을 주지만 실제 금속은 아니다. 마치 갤럭시S4를 연상케 하는 부분이다. 전면은 요즘 트렌드에 맞게 좌우 얇은 테두리를 가지고 있으며 상하 베젤도 크게 넓은 편은 아니다. 게다가 하단에는 물리 버튼까지 존재한다.
뒷면은 가로 헤어라인 처리가 돼 있으며 시크릿 기능을 위한 지문인식 센서와 카메라가 자리잡고 있다. 두께는 9.5mm로 최근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비하면 그리 얇다고 할 순 없다. 게다가 카메라가 아주 살짝 튀어 나와있다. 또한 LTE-A와 VEGA라는 로고가 새겨져 있는데, LTE-A는 차라리 빼면 더 깔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팬택의 생각이 아니라 이동통신사의 요구로 보여진다.
5.6인치 화면 크기는 상당히 절묘한 선택이다. 5.7인치 크기의 갤럭시노트3와 비교하면 대충 감이 올듯 하다. 한 손에 쥐는 느낌을 결정하는 가로 길이도 151.4mm로 갤노트3(151.2mm)와 거의 같다. 일단 성인 남성이 한손에 쥐기에는 충분한 크기다. 대화면에 대한 소비자 요구에 부합하면서 키울 수 있는 최대 크기로 여겨진다. 사실 6인치는 지나치게 큰 감이 없지 않다.
전용 플립커버를 씌우면 두께가 조금 더 두꺼워지지만 한 손으로 잡는데 무리가 있는 정도는 아니다. 제품의 첫 인상을 결정하는 전면의 95%를 디스플레이가 차지하는 스마트폰에서 디자인적인 차별화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베가 시크릿업이 다소 심심한 느낌인 것은 사실이다.
■ 플래그십 뺨치는 성능…진동스피커 ‘재밌네’
베가 시크릿 업의 전반적인 사양은 삼성, LG의 최신 스마트폰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 스냅드래곤800 프로세서에 2GB램을 장착했다. 배터리 용량도 3천150mAh로 넉넉하며 1300만화소 후면 카메라를 갖췄다. 사양에 있어서는 굳이 흠 잡을 곳이 없을 정도다.
베가 시크릿업은 듣는 스마트폰을 강조했다. 그래서 내세운 기능인 24bit/192Khz 하이파이 음원 재생이나 다이내믹 레인지 인핸스먼트(DRE)와 같은 음질 향상 기술은 사실 퀄컴 스냅드래곤 800 칩셋에 포함된 기술이다. 삼성 갤럭시노트3나 LG G2에도 이미 적용됐다.
그 다음 내세운 것이 ‘사운드 케이스’라고 이름 붙여진 진동 스피커다. 플립 케이스 후면에 진동음을 낼 수 있는 스피커를 장착해 이를 공명이 잘되는 종이 상자를 비롯한 아무 곳에나 올려 놓으면 음량도 커지고 다양한 음색도 즐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담배갑, 플라스틱 상자, 종이컵 등에 실험해 본 결과 음색이 달라지는 것을 금새 알아챌 수 있었다. 음량은 크게 차이가 없었다. 아마 차이가 있었다고 해도 내장 스피커보다 훨씬 크게 들리는 것은 아니었다.
이러한 시도는 꽤 참신하다. 그러나 크게 유용해 보이지는 않는다. 우리나라가 외국처럼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파티를 즐기는 문화라기 보다는 이어폰을 꼽고 혼자 음악을 듣는 문화에 좀 더 가깝기 때문이다.
즉, 베가 시크릿 업의 차별화 시도는 이번에는 조금 약한 느낌이다.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쓸만하다. 작은 차별화 시도를 빼면 갤럭시S4나 G2와 비교해도 딱히 밀리는 부분이 없다. 갤럭시노트3와 비교해도 펜의 유무와 메모리가 1GB 작은 2GB라는 것 정도 밖에 차이가 없다. 그외에 각 사마다 좀 더 편리하게 안드로이드OS를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체 UX가 있지만 이는 이제 우위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저마다 특징이 뚜렷하다.
■ 지문 활용한 사생활보호 ‘최대 매력’
베가 시크릿 업의 하이라이트는 음악감상이 아니라 뭐니뭐니해도 지문인식을 활용한 시크릿 모드다. 전작에서 호평받은 시크릿 모드는 기능성이 한층 더 강화됐다. 여기에 팬택은 ‘시크릿 2.0 플러스’라는 다소 거창한 이름을 붙였다.
팬택 시크릿 시리즈는 한번 지문 인식을 한 이후에는 별도로 지정한 앱이나 연락처 그리고 사진 및 동영상 등을 완벽하게 숨길 수 있다. 여기에 베가 시크릿 업은 전작에서 지적받은 부분인 알람까지도 숨겨주는 ‘시크릿 알람’ 기능을 추가하는 용이주도함까지 보였다.
굳이 외도와 같은 나쁜맘을 먹지 않더라도 이 기능은 자신의 사생활을 보호하는데 있어 효과적인 솔루션이다. 가령 비밀을 전제로 연애하는 사내 커플에 추천할 만 하다.
반면 새로 추가된 기능인 ‘시크릿 블라인드’는 한마디로 무리수다. 화면에 블라인드를 친다는 아이디어는 좋지만 옆에 사람이 안보일 뿐만 아니라 사용자도 안보인다. 그냥 화면에 투명도를 조절할 수 있는 줄무늬나 격자 이미지를 더한 것에 불과하다. 모니터에 붙이는 프라이버시 필름과 같은 기능을 기대하면 곤란하다.
게다가 블라인드를 씌운 부분은 터치와 같은 조작이 불가능하다. 즉, 조작을 하려면 다시 블라인드를 위로 걷어낸 다음 써야 한다. 사실상 무용지물이 다름없는 기능처럼 여겨진다. 두 손가락으로 화면 상단에서 아래로 쓸어내리면 블라인드가 내려오는 편리한 UX 정도가 그나마 칭찬받을만한 부분이다.
■ 무난한 성능과 디자인…가격 경쟁력 ‘관건’
몇 가지 소소한 단점이 없진 않지만 전체적으로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뒤지지 않는 사양에 시크릿 모드를 가지고 있으면서 대화면을 좋아하는 사용자에게, 베가 시크릿업은 충분히 만족스럽다. 굳이 진동스피커나 시크릿 블라인드 기능을 사용하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스마트폰이라는 이야기다.
게다가 가격까지 다소 저렴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가 시크릿 노트가 패블릿을 표방하고 나왔지만 합리적인 가격에 크게 부족함 없는 성능으로 비교적 높은 판매량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베가 시크릿업도 상당히 준수한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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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몇 년간 팬택은 매번 신제품 마다 해상도가 떨어지거나 배터리 용량이 부족하거나 혹은 한 세대 이전의 부품을 사용하는 등 매번 2% 부족한 모습을 보여 왔다.
그러나 이번 만큼은 딱히 이렇다 할 약점이 없을 뿐 아니라 아직 삼성이나 LG전자가 시도하지 않고 있는 지문인식이라는 차별화 된 무기도 장착했다. 게다가 지나치게 크지 않고 적당히 크다. 베가 시크릿업이 지금까지 팬택이 내놓은 스마트폰 중 가장 완벽해 보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