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제조 '소비자 우선' 한목소리, 속내는…

제조사 단통법 취지는 공감...우려되는 사항 고려해야

일반입력 :2013/12/05 09:44    수정: 2013/12/05 10:51

정윤희 기자

“소비자가 최우선이다.”

이동통신사, 휴대폰 제조사 등 이통시장 이해관계자들이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의 기본 취지에는 찬성한다고 입을 모았다.

부당한 이용자 차별이 없어지고 왜곡된 휴대폰 유통구조 개선이 시급하다는 인식이다.

단통법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내비치던 삼성전자 역시 법안의 기본 목적이나 취지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을 밝혔다. 다만 이중 규제와 영업비밀 공개 등 우려되는 부분을 산업적 측면에서 고려해 달라는 뜻을 전했다.

5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 간담회에는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를 비롯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와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제조3사, 알뜰통신사업자협회, 이동통신유통협회, 소비자 단체 등이 참석해 단통법과 관련된 의견을 나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단통법은 보조금 공시, 부당한 이용자 차별 금지, 보조금 또는 요금할인 선택제 도입, 제조사 장려금의 조사대상 포함 등을 골자로 한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등은 정부의 보조금 규제가 시장을 위축시키고, 영업비밀을 공개해 해외 제조사와의 역차별이 발생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정부, 단통법 강력 추진 재확인…이통사-소비자단체 찬성표

최문기 미래부 장관은 “현재 휴대폰 가격은 동일한 단말기를 같은 날 사더라도 판매점에 따라 200~300% 이상 차이가 나는 등 세계 유례가 없을 정도로 극심한 이용자 차별이 발생하고 있다”며 “단통법은 국민의 가계통신비 부담을 경감하고 휴대폰 경쟁구도를 정상화하고자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재 방통위원장도 “제조사와 이통사의 사업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이 부당하게 차별을 받거나 손해를 봐서는 안 된다”며 “현 체계 안에서 최선의 공정경쟁 원리를 적용하자 하는 것으로 방통위 입장에서는 단통법이 필요하고 미래부 정책에 적극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이동통신3사와 알뜰사업자협회, 이동통신유통협회, 소비자 단체 역시 현재의 휴대폰 유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단통법 통과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이형희 SK텔레콤 부사장은 “결국 소비자 중심 논리 앞에서 다른 얘기를 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통신사업자 입장에서는 소비자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객 친화적 정책을 지지하며, 정책 이전에 자발적으로 한 발 다가서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표현명 KT 대표이사 대행도 “소비자들에게 명확한 휴대폰 가격을 제시함에 따라 비정상적인 휴대폰 유통을 정상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며 “통신사만 방통위의 규제를 받는 것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이통사, 제조사, 유통업체 등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이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필계 LG유플러스 부사장 역시 “단통법에 대한 특별한 이견은 없으나 경쟁을 활성화 하는 측면이 좀 더 고려되면 좋겠다”며 “경쟁 활성화는 궁극적으로 이용자를 위한 것으로 이통시장 점유율이 고착화되지 않고 시장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제조사, 단통법 취지 공감…영업비밀 공개 우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법안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다소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어 건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은 “삼성전자도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이는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려고 한다”며 “정부가 진행하는 단통법에 기본적으로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제조사 입장에서 몇 가지 우려되는 사항이 있어 개선을 건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조사의 영업비밀 정보를 제출할 경우 외부로 유출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제조사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것 역시 기존의 공정거래법 내에서 충분히 제재 가능하다고 본다”고 건의했다.

반면, LG전자와 팬택은 삼성전자와 다소 시각차를 보였다.

배원복 LG전자 부사장은 “제조사는 좋은 제품과 훌륭한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 가장 좋다”며 “영업비밀 공개 이슈는 향후 탄력적으로 얘기해가며 풀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고, 이 부분이 해결된다는 전제 하에 단통법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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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진 팬택 부사장 역시 “단통법의 취지, 목적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향후 법안 시행 과정에서 여러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최문기 장관은 “이용자들이 투명하고 객관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는 누구나 공감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단통법 시행에서 이해관계자들이 우려하는 것, 배려해 달라하는 내용에 대해 충분히 이해가 가며 이 부분을 원활히 조율해 모두가 윈윈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