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위메프·티몬, 삼성동 삼국지(三國志)

일반입력 :2013/11/13 13:25    수정: 2013/11/13 14:12

남혜현 기자

소셜커머스 시장이 역동적이다. 인수합병에 법인격 전환, 본격적인 마케팅 시동, 주요 업체들의 잇단 이사까지 하루가 멀다하고 이슈가 쏟아진다. 연간 거래액 3조원 규모로 커진 소셜커머스 시장이 다음 단계 도약을 위해 시동을 걸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소셜커머스 업계가 제2의 도약기를 맞았다. 올 상반기 숨고르기를 했던 소셜커머스가 제각기 다른 전략으로 업계 1위가 되기 위한 처방을 내놨다. 쿠팡은 상장, 티몬은 인수합병, 위메프는 저가 정책과 집중된 마케팅을 택했다.

월 백억원 단위 마케팅 전쟁으로, 이제 소셜커머스 업계는 쿠팡, 티켓몬스터(이하 티몬), 위메이크프라이스(이하 위메프) 삼파전으로 압축됐다. '지마켓-옥션-11번가'로 압축된 오픈마켓처럼, 소셜커머스도 안정된 구도에서 우위 경쟁에 나서는 중이다.

공교롭게도 세 업체는 모두 최근 삼성동에 새 둥지를 틀었다. 송파 잠실에 있던 티켓몬스터(이하 티몬)는 최근 삼성동 동일타워로, 역삼동에 터 잡았던 쿠팡도 옛 엔씨소프트 사옥 옆 경암빌딩으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동에 신사옥을 올리는 위메이크프라이스(이하 위메프)도 내달 초 공사를 완료하고 입주에 들어간다.

최고경영자(CEO)들도 모두 젊다. 쿠팡 김범석 대표가 올해 36살, 위메프 박은상 대표가 33살이다. 티몬을 만든 신현성 대표는 29살로 가장 어리다. 젊은 대표들의 감각이 소셜커머스의 빠른 변화 이유란 분석도 나온다. 트렌드에 민감한데다, 각자 명확한 비전을 갖고 빠르게 실행에 돌입한다는 것이 각사에서 나오는 내부 평가다.

강남에 모인 젊은 CEO들. 그리고, 소셜커머스를 넘어 전자상거래 시장 전체를 잡겠다는 세 기업의 최근 움직임과 향후 전략을 정리했다. 소셜커머스 빅3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바쁜 겨울을 맞는 중이다.

■상장 준비 쿠팡, 숨고르기 들어갔다

쿠팡은 지난달 미국 기업 한국 지사에서, 한국 기업으로 주식회사 전환을 완료했다. 매각 대신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한다. 업계에 떠돌던 매각설은 계획 없다고 일축했다.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의 쿠팡 인수설은 업계에 떠돌던 공공연한 소문이었다.

상장 준비엔 김범석 쿠팡 대표의 의지가 컸다. 이 회사 관계자는 법인격 전환은 본격적인 기업공개(IPO)를 위한 전단계로 보면 된다라며 대표가 한국 벤처로 시작해서 나스닥에 상장한 모델을 만들겠단 의지가 강하다라고 설명했다.

쿠팡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6월 월 거래액 1천억원을 넘어섰다. 업계 발표 중에선 가장 빠른 축이다. 쿠팡은 2010년 8월 처음 문을 열었다. 선발 업체인 티몬보단 석달 늦은 시작이다. 때문에 쿠팡은 초창기 인기 아이돌을 비롯한 유명 연예인을 기용한 TV 광고로 인지도 확보에 주력해왔다.

최근 쿠팡은 마케팅 집중 전략에서 돌아섰다. 거액의 마케팅을 집중해 '저가'를 강조하는 것이 지금 단계의 소셜커머스 시장엔 맞지 않는단 판단이다. 적절한 상품 큐레이팅으로 신뢰도를 쌓고, 기업 가치를 올리겠단 설명이다. 나스닥에 상장해 한국 벤처를 세계에 알리는 것이 지금 쿠팡이 겨냥한 목표다.

■위메프, 아꼈던 자금 지금 다 푼다 반대로, 위메프는 지금 돈을 쓸 때라고 판단했다. 이젠 '너클볼 야구선수'로 더 알려진 허민 창업자가 경영에서 손을 뗀 후, 박은상 대표가 허리띠를 졸라매며 운영해왔다. 그렇게 모은 돈은 지금 위메프의 총알이 됐다.

위메프는 지난달 TV와 포털 배너 광고 등에 100억원의 돈을 부어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이서진, 이승기가 이소룡의 흉내를 내며 '싸다~'를 외치는 것, 그것이 지금이 위메프의 핵심 전략이다. 초저가로 경쟁업체에 뺏긴 소비자를 끌어오겠단 뜻이다.

CEO 스타일도 조금 다르다. 박은상 대표는 외부 활동을 꺼린다. 밖에 내보일만한 '숫자'를 만들기 전까진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것이 의지라고 내부 관게자들은 말한다. 맥킨지컨설팅 컨설턴트 출신답게 투자와 수익에 민감하다는 설명이다.

허민 창업자가 100% 출자했고, 당분간 매각 등의 계획은 없다. 투자와 상관없이 자립할 수 있는 기업을 먼저 만들겠단 목표다. 내년까진 업계 1위, 장기적으론 CJ나 롯데같은 오프라인 유통사들과 견줄만한 기업으로 키우겠단 꿈도 있다.

위메프는 외산 기업에 매각된 티몬이나, 애초 미국서 시작한 쿠팡과 달리 '토종 기업'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이베이에 팔린 옥션, 지마켓에 대항해 한국 자본으로 시작한다고 마케팅한 11번과와 일부 겹쳐지는 모습이다. 다만, 최근 쿠팡이 한국서 주식회사로 법인격을 전환한만큼, 이같은 구도는 조금 달라질 전망이다.

■새 주인 만난 티몬, 어떤 전략 풀어낼까

당장 주목도가 가장 높은 곳은 티몬이다. 리빙소셜을 떠나 그루폰에 안겼다. 2년만의 매각 배경에 관심이 쏠렸지만, 신현성 티몬 대표는 한국의 아마존이 되기 위한 것이라며 무성한 추측들을 잘랐다.

합병이 완료되면, 세계 1위 소셜커머스 그루폰이 집중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12일 방한한 그루폰 본사 대표 에릭 레프코프스키는 티몬이 한국 전자상거래 업계 1위가 되도록 물심양면 지원할 것이라 강조했다. 신 대표도 그루폰이 놀라운 조건을 걸었다라고 화답했다.

아직까지 투자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나 규모 등은 나오지 않았다. 당초 예상보다 매각 대금이 적었고, 티몬의 가치도 2년전보다 크게 평가된 것은 아니다.

다만, 그루폰이란 파트너를 업은 만큼 업계 1위를 노릴만한 근거는 얻었다. 업계 4위인 그루폰코리아와도 물리적 합병을 염두에 두고 있다. 아마존 출신 전문가들이 경영진으로 있는 그루폰에서 여러 경험도 전수받겠단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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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성 대표라는, 20대 벤처 사업가의 대표 모델도 티몬엔 자산이다. 리빙소셜과 그루폰이 합병 당시에도 신현성 대표에 경영을 일임한다라고 말한 것은, 그만큼 신현성이라는 브랜드가 한국에서 가치를 가진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신 대표는 그루폰과 합병을 밝히며 자신감도 꿈도 더 커졌고 비전이 명확해졌다라고 말했다. 그가 밝힌 티몬의 목표는 한국의 아마존이다. 소비자들이 전자상거래를 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으로 티몬을 만들겠단 포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