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가 생각만으로 아바타 제어

일반입력 :2013/11/08 11:17    수정: 2013/11/08 11:28

이재구 기자

원숭이들이 생각만으로 미국에서 1만1천km 밖에 있는 일본교토의 로봇을 조종해 두다리를 움직일 수 있게 했다. 또 생각만으로 두손을 움직여 컴퓨터 모니터안의 손 아바타로 대상을 제어했다.

원숭이들이 컴퓨터 화면만을 보고 멀리 떨어져 있는 자신의 분신(아바타)이나 로봇을 움직이게 했다는 점에서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영화 서로게이트(surrogate ·대리인)나 아바타의 주인공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6일(현지시간)자 사이언스 자매지 '사이언스 트랜슬레이셔널 메드신'은 듀크대 연구진이 이같은 실험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마치 영화 아바타나 서로게이트에서처럼 자신의 분신을 움직이게 하는 길이 열린 셈이다. 당장은 신체가 마비된 사람에게 엑소스켈레톤을 장착해 걸을 수 있도록 길을 연 것으로 보인다.연구팀은 먼저 원숭이가 조이스틱으로 컴퓨터화면속 물체를 움직이게 하는 연습을 시켜 원숭이와 컴퓨터 모니터속 물체와의 양방향 커뮤니케이션 훈련을 시켰다. 그런 다음에는 손을 떼고 생각만으로 컴퓨터모니터 안의 흰 물체를 움직이는 훈련을 시켰다. 성공할 경우 브라질오렌지주스를 주었다. 원숭이가 모니터 속 물체를 움직이겠다고 생각했을 때 뇌에서 나오는 전파신호는 컴퓨터로 분석됐다. 이어 원숭이 뇌에 전극을 심고 원숭이가 손대신 생각만으로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 원격지에 있는 로봇을 움직이겠다고 생각했을 때 뇌에서 나오는 전파신호를 컴퓨터로 분석했고 전달되도록 했다. 뇌신호는 1만km넘게 떨어진 곳으로 단 20밀리초만에 오고 갔다. 이를 통해 원숭이와 로봇간에 뇌 뇌-로봇(아바타) 인터페이스가 이뤄졌다. 이번 성과는 지난 2월 원숭이가 연구실에서 1만1천km 밖에 있는 팔 하나를 움직이도록 하는데 성공한 데 이은 진전이다. 이전의 실험에서처럼 듀크대 연구진은 두 마리 원숭이의 머리에 전극을 심어 모니터화면을 보면서 교토에 있는 로봇을 움직이게 하는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그동안 한 팔만로 이같은 작업이 성공했지만 이번에는 원숭이가 생각만으로 두팔, 또는 두 다리를 모두 작동시키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듀크대 미구엘 니콜레리스 교수 이끄는 연구진의 이 최신 실험은 지난 2월 실험에서 약간 진전된 결과일 뿐이다. 하지만 연구팀은 이 뇌-기계간 인터페이스가 신체의 일부가 절단됐거나 사지가 마비된 환자들에게 로봇팔 다리(엑소스켈레톤)를 작동해 걸을 수 있도록 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뇌-기계 인터페이스(BMI)는 신체가 마비된 사람이 감각을 회복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인공시스템이다. 지금까지 BMI는 오직 한팔로만 가능했었다. 원숭이로 하여금 두 개의 아바타 팔을 작동하게 하는데 성공했다. 실제 BMI는 세포밖의 374~497개의 뉴런활동에 기반에 이뤄졌다.

미구엘 니콜레리스 신경의수족연구소교수는 지난 2003년 이래 수년간 뇌신호와 전자기기 간 통신에 대해 연구해 왔다. 2003년에는 오로라라는 원숭이가 자신의 생각만으로 정확하게 로봇팔을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

니콜레리스교수는 사이언티픽아메리칸과의 인터뷰에서 “오로라는 자신이 어느 것도 (손으로)움직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그녀는 단지 자신의 의지만으로 뭔가를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최신 실험은 러닝머신 위의 원숭이가 일본에 있는 로봇의 동영상을 보면서 그에게 뇌신호를 보내서 실시간으로 로봇을 작동하게 만드는데 성공했음을 보여준다.

니콜레리스교수가 지난 해 테드메드 시연에서 강조했 듯 원숭이들이 아바타를 제어하기 위해 보낸 뇌신호는 미국에서 일본교토까지 오가는 데 20밀리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 전달속도는 원숭이 뇌에서 자신의 몸 전체로 뇌신호를 전달하는 데 걸리는 신호보다도 더 빠른 것이다.

아래 동영상은 이미 지난 해 니콜레리스교수가 테드메드에서 이러한 성과를 시연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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