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왜 미투데이를 포기했나

경쟁력 밀려...포털 규제서도 자유롭지 못해

일반입력 :2013/11/05 16:40    수정: 2013/11/05 16:49

남혜현 기자

일곱살 미투데이가 문을 닫는다. 방문자 감소와 정부 규제가 얽힌 결과다. 한국판 트위터를 지향했으나, 경쟁에서 밀렸다. 이용자 흐름을 제 때 읽지 못한 네이버의 판단 실패도 뼈아프다.

5일 네이버(대표 김상헌)는 내년 6월까지 순차적으로 미투데이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미투데이 대신, 모바일 메신저 '라인'과 '밴드'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네이버는 서비스 종료의 이유를 글로벌 기업과 경쟁에서 뒤처졌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미투데이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넘긴 힘들었다라는 것이다. 외산 SNS와 비교해 국내서 경쟁력에 밀렸다는 시인이다.

■네이버, 미투데이에서 미래 못봤다

미투데이가 처음은 아니다. KTH가 운영하던 '푸딩.투'와 '아임인', 다음의 '요즘' SK컴즈 'C로그' 등도 올해 서비스를 끝냈다. '외산 무덤'이라 불리는 한국에서 국산 서비스들이 비슷한 시기에 모두 문을 닫았다.

이유도 같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포털들에 계륵이었다. 트위터, 페이스북처럼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미디어지만, 경쟁이 셌고 수익성이 약했다. 투자 대비 수익이 날 수 있을지, 기업들엔 의문이었다.

우후죽순 잇단 폐업에도 미투데이에 쏠리는 안타까움은 더 크다. 국산 SNS 중에선 가장 많은 이용자를 모았다. 그 뒤를 받쳐줄 수 있는 후원자가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였다.

네이버는 2006년 벤처로 시작한 미투데이를 2008년 인수했다. 네이버는 이후 '1천만 미친(미투데이 친구)' 양성을 위해 TV 광고와 아이돌 마케팅 등에 집중 투자했다. 미투데이의 롤모델은 계속해 트위터였다.

미투데이는 단기간 이용자를 빠르게 확보했지만, 곧 한계를 보였다. 정체성이 모호했다. 단문 서비스란 외견은 트위터와 유사했으나, 모르는 사람과 친밀감을 나눈다는 설정은 이용자들에 생소했다.

게다가 롤모델이던 트위터는 계속해 분기 순손실을 기록중이다. 네이버가 미투데이를 끌고가고, 집중 한다고 하더라도 언젠가 '수익을 낼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심어주기엔 역부족인 모습을 보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라인과 미투데이를 엮어 더 나은 사업 모델을 선보이길 기대하는 목소리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미투데이가 가지고 있는 이용자 기반과, 네이버 라인을 결합하면 메시징 서비스와 SNS가 결합, 국내서 더 큰 영향력을 가지는 사업모델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 미투데이, 자본주의 논리에서 보면 실패작

한편, 자본주의 시장에서 네이버의 미투데이 정리는 당연한 수순으로 본다는 의견도 있다. 그럼에도 안타까워 하는 목소리는 크다. 일반 대중에 개인의 목소리를 내는 창구가 트위터라는 외산 SNS 하나로 수렴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적정 인력으로 미투데이를 계속 끌고간다면 적자를 보지 않고도 트위터와 겨룰만한국내 SNS를 구축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국내 정치 사회 여론의 창구가 트위터 하나로 모아지는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하는 여론 수렴 기능은 포털 댓글 기능을 제외하면 트위터 하나로 수렴될 가능성도 크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여론을 평가하는 잣대로 트위터 의견을 집계하는 행태가 자리잡았다.

김석기 로아컨설팅 이사는 트위터 같은 형태의 SNS가 당장 돈이 되는 형태의 사례가 나오지 않는 이상 외국이든 한국이든 유사한 서비스가 당장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인터넷 실명제, 국산 SNS 침몰 이유…다른 규제는?

수익 문제 외에도 네이버는 미투데이 정리에 정부의 규제가 영향이 없었다고 볼 순 없다라고 주장한다. 예컨데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국내서 영향력을 늘려갈 시기에, 우리 기업들의 SNS는 인터넷 실명제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미투데이 정리에 정부 규제가 아예 영향이 없다고 볼 순 없다라며 미투데이에 가입하려면 실명 인증을 해야 했는데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 서비스였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 의식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구글 같은 다국적 기업과 자보 규모 차이가 큰 국내 포털의 경우, 한정된 자원을 미래 성장이 가능한 곳에 집중 투입할 수밖에 없다.

이같은 고민은 SNS 외에도 국내 포털과 게임 등 주요 콘텐츠 업계 전반에 걸쳐 있다. 싸이월드 등 먼저 SNS의 초기 모델을 시작했던 우리 IT 업계가 지금은 페이스북 등에 쫓겨 나가는 현실이 다른 분야에도 멀지 않은 미래란 이야기다.

특히 정부 여당이 최근 포털과 게임 등 주요 콘텐츠 업체들에 규제안을 쏟아내고 잇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풀이되고 있다. 여당은 포털이 시장 지배적 사업자란 인식 아래 검색과 광고를 분리해야 한다는 법안을 발의했으나 이는, 포털의 사업모델을 인식하지 못한 정책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구글이나 유튜브 등 외산 IT 서비스들이 국내서 선전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서비스들에만 이같은 규제안이 적용될 수 있다는 것에 우려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기사

게임도 마찬가지다. 게임의 경우, 정부에서 육성해야할 주요 콘텐츠 산업으로 지정한 것과 달리 여당에서 4대 중독물로 분류하는 등 산업 자체를 사회악으로 지정하는 움직임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 실명제로 시작한 정부의 주요 규제안이 우리 IT 산업을 발전시키기는 커녕 경쟁력마저 후퇴시키고 있다라며 정부와 국회가 산업을 규제하기 보단 순기능을 살릴 수 있는 진흥쪽으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