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전문가가 써본 북한산 태블릿 '삼지연'

오스트리아 프랑크 교수 "가격 대비 성능 높아"

일반입력 :2013/11/02 14:23

정현정 기자

북한이 자체 개발한 '삼지연' 태블릿에 대한 외국 북한 전문가의 사용후기가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전문가는 삼지연 태블릿은 가격 대비 높은 성능을 가진 제품이라고 후하게 평가했다.

1일 월스트리트저널 아시아판은 최근 북한을 방문한 오스트리아 빈 대학 동아시아 전문가이자 북한 전문가인 뤼디커 프랑크 교수의 삼지연 태블릿 사용후기를 자세히 인용해 보도했다.

프랑크 교수는 지난달 평양에서 180유로(약 25만8천원)를 주고 이 제품을 구입해 며칠 간 사용한 후 16쪽 분량의 상세한 사용후기를 통해 예상했던 것보다 가격 대비 좋은 성능을 가진 몇 안되는 제품 중 하나라고 호평했다. 프랭크 교수는 현재 아이패드4와 구글 넥서스7를 쓰고 있다.

프랑크 박사가 구입한 제품은 지난 3월 생산된 'SA-70'으로 북한의 컴퓨터 제조사 '조선콤퓨터중심'이 만들었다. 이 제품은 1GHz 프로세서, 4GB 내장메모리, 7인치 800X480 해상도 디스플레이, 200만화소 카메라, 안드로이드 4.0 '아이스크린샌드위치'를 운영체제로(OS)를 탑재해 하드웨어 사양에서는 다소 뒤진다.

삼지연 SA-70에는 무려 488개의 프리로드 애플리케이션이 설치되어 있다. 이 중에는 앵그리버드(북한명 고무총쏘기)를 포함해 14개의 게임과 영어·러시아어·중국어·일본어·독일어·프랑스어 사전과 조선대백과사전, PDF 파일 리더, 뮤직플레이어 등 애플리케이션이 포함됐다.

또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피스가 기본으로 탑재돼 있으며 시리와 유사한 음성인식 기능도 제공한다. 전자책(e-book) 애플리케이션에는 '불멸의 지도자'라는 별도 섹션을 통해 김일성과 김정일 부자의 업적과 체제를 예찬하는 책들도 포함됐다. 찰스 디킨스나 빅토르 휴고 등의 고전 명작들도 눈에 띈다. 이밖에 로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현지 언론사 애플리케이션도 설치됐다.

프랭크 교수에 따르면 이 제품은 자유롭게 인터넷에 연결할 수 없고 북한의 인트라넷으로 접속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북한은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한 용도로 해당 태블릿을 개발한 것으로 분석되며 이 제품은 일부 계층에만 사용이 허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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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기를 통해 프랭크 교수는 독일인들이 모두 벤츠 S클래스를 탈 수는 없는 것처럼 이 제품도 북한 주민이 쉽게 이용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제품으로 인해 북한이 힘든 육체노동과 낮은 생활수준을 가진 국가라는 사실이 바뀌는 것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프랭크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통화에서 삼지연 태블릿이 휴대하기는 무거운 수준이어서 주로 아이패드를 가지고 다닌다면서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다는 점만 빼고는 모든 부분에서 유용했으며 특히 세련된 소프트웨어에 감명을 받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