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리스’ 위한 해결책, ‘칩리스’에서 찾다

일반입력 :2013/11/01 16:35

이재운 기자

국내 시스템반도체 산업과 팹리스 업계의 발전을 위해 영국의 ARM과 같은 반도체설계자산(IP) 유통 전문업체인IP벤더(칩리스 업체) 육성 지원책이 본격화되고 있다.

1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스템반도체의 SoC 통합화 추세에 따라 팹리스 업체가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반도체 IP 유통시장에 대한 요구가 점차 증대됐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IP를 공급해줄 전문 업체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산업이 성장하지 못했다. 팹리스 업체는 많지만 IP전문 업체는 드문 산업 구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는 대부분의 IP를 ARM, 시놉시스 등 해외 업체에 의존한다.

이에 정부는 IP 적용 비용의 60% 지원, 각종 로드쇼 행사 개최를 통해 IP 벤더 육성을 통한 IP 유통의 활성화를 모색했다. 업계는 정부의 움직임이 팹리스 업체의 신제품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IP 유통, 수입대체·수익원 역할 기대

IP유통 시장의 육성은 수입 대체 효과, 팹리스 수익원 다각화 등의 효과가 전망됐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업계가 모바일 CPU코어 설계를 위해 해외에 지급하는 로열티 액수는 4년 새 2배 가까이 급증했다. CPU코어 설계 분야에서만 연간 3천억원의 돈이 IP 사용비로 해외로 빠져나갔다.

IP유통시장의 부재는 팹리스 수익원 한계에서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제품 개발 중 발생한 IP는 전 세계 다른 팹리스 업체에 라이선스 형태로 제공해 수익원으로 삼을 수 있음에도 국내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아 거래가 부진하다.

국내 팹리스 업계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매출은 줄고 시장은 대형사들에게 유리한 통합화 추세가 이어졌다.

SoC로 인한 통합화 추세는 팹리스 업체들의 시스템반도체 개발에 큰 변수로 등장했다. 다양한 부품을 하나의 칩으로 통합하기 때문에 기존에 다루던 부품 이외에 다른 부품에 대한 IP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권용재 한국반도체산업협회 IP특허팀 책임연구원은 “IP 유통은 국내에서 그 동안 변두리로 여겨져 왔다”며 최근 들어 반도체산업협회 산하 반도체설계재산유통센터(KIPEX)를 통한 체계적인 지원에 나서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권 책임은 “국내에도 자체적으로 IP를 보유한 업체들이 꽤 있고 또 (신제품) 개발 중에 새로운 IP를 만들어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IP 판매 비용부담도 유통 위축 원인

IP를 외부에 판매, 혹은 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려면 이를 위한 여러 단계의 작업이 필요하고 이에 따라 상당한 제반 비용이 수반된다.

팹리스 업체가 개발한 IP는 대부분 해당 업체가 개발하던 제품에 맞춰졌다. 이를 다른 업체가 다른 종류의 제품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달라진 사양과 조건에 맞춰 변경하는 튜닝 작업, 잘 작동하는지를 알아보는 검증 작업, 팹(생산 라인)에서 잘 작동하는지 확인해보는 팹 테스트까지 거쳐야 한다.KIPEX는 여기에 수반되는 비용의 60% 가량을 지원한다. 나머지 비용에 대해서도 관련 업계 투자자들로부터 매칭 펀드 방식으로 투자금을 유치하는데 도움을 준다. IP들은 파운드리(수탁생산) 업체에 포팅(Porting) 작업을 거쳐 본격적으로 유통된다.

포팅은 파운드리 업체 팹에 검증된 해당 IP를 적용한 공정을 갖춰놓고 해당 IP 사용을 원하는 팹리스 업체들이 이에 대한 사용료를 지불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말한다. 이를 통해 IP를 개발한 팹리스 업체가 이 자체만으로도 수익원을 삼을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 반도체산업협회와 특허청은 지난달 국내 중소기업의 IP 수출 확대를 위해 중국 상하이에서 중국 파운드리 업체인 SMIC와 함께 전시회 및 구매 상담을 진행했다.

전시회에 참여한 업체는 반도체설계재산을 전문으로 공급하는 칩스앤미디어, 실리콘아츠, 스마트파이, 실리콘핸즈 등 총 4개 기업으로, 반도체산업협회와 특허청이 기술력 및 시장성을 평가해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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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IP벤더들의 현황은 아직 영세한 편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지난해 발표한 반도체 IP 주요기업 매출현황 조사 자료에 따르면 세계 1위인 ARM의 지난해 매출액이 8억5천830만달러다. 이에 비해 국내 최대 IP벤더 업체인 칩스앤미디어의 같은 해 매출액은 ARM의 100분의 1 수준인 800만달러로 28위를 기록했다.

특허청과 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칩스앤미디어의 경우 이미 해외에도 알려져 있어 이번 로드쇼를 통해 상당한 성과를 거뒀으며, 다른 업체들도 새로 이름을 알리고 거래 시작의 물꼬를 트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또 현재 협력 중인 매그나칩반도체와 동부하이텍, SMIC에 이어 1~2년 내 TSMC와 글로벌파운드리 등과도 연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