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이 있다면 당장 뛰어드세요. 그렇다면 제가 가서 도와줄 수도 있죠.
청중들 사이에서 작은 탄성이 터졌다. 열정과 아이디어만 있다면 구글처럼 크도록 도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그만큼 확고한 신념을 가졌는가다, 라는 에릭 슈미트의 메시지가 미래 스타트업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31일 오전 서울대 문화관에서 학생들과 만났다. ABC뉴스 조주희 서울 지국장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된 슈미트 회장의 강연 현장은 500명의 청중들로 발 디딜틈 없이 가득찼다.
정원을 초과한 탓에 강연장에 들어가지 못한 학생들은 강연장 밖에 설치된 스크린 앞을 가득히 채웠다. 한시간 넘게 서있느라 다리가 아팠을 텐데, 자리를 뜨는 사람은 드물었다.
슈미트 회장은 구글을 키운 주인공이다. 대학원생이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세운 검색 회사를 지난 10년간 전세계 최대 IT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는 스톡옵션만으로 10억만장자가 된 세계 최대 부호 중 하나다.
이날 강연에서 슈미트 회장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당장 창업하라 장려했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열정과 아이디어는 단순히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가'에 있지 않았다. 오히려 한 명의 천재적인 엔지니어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전통적으로 경영대학원에 가면 고객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라고 하는데, 고객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이 개발되야 하는지 기술에 대한 지식이 없다라며 오히려 엔지니어가 무엇을 사용하고 싶은지 물어보고 개발해 사용하게 만든다면 적어도 1명의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의 기업이 되기 위해선 하나에 꽂혀 그것만 생각하는 강박관념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혼자서는 아무 일도 못한다. 확고한 신념을 가진 사람이 뜻이 같은 다른 이를 찾아야 한다. 사업과 기술 각 부문에서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진 이들이 모여 확실한 팀워크를 낼 때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단 설명이다.
개인의 자질에 대해선 천재성과 호기심을 두루 강조했다. 예컨대 자신의 친구기도 했던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에 대해선 유난히 똑똑했던 사람으로 평가했다. 기본적으로 뛰어난 사람에겐 모든 것이 쉬울 것이고, 그 자체가 강점이라는 설명이다.
반대로, 자신은 '호기심'이 많은 타입이라 설명했다. 호기심의 중요성이 간과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자신은 세상 모든 것이 궁금하며, 호기심이 일때마다 구글 검색을 통해 결과를 바로바로 찾는다고 했다. 호기심은 진실을 파악하는 열쇠이며, 이러한 의지가 있다면 더 많이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개인의 자질이나 열정을 강조하며 대학 교육이 필요없다 말하는 것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자신은 박사 과정을,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석사 과정을 거쳤다고 덧붙였다. 그는 교육은 많이 받을수록 좋다, 다다익선이라 생각한다라며 어느 순간 창업 결단을 내려야 하지만, 교육은 계속 받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주요하게 떠오르는 사업 기회로는 개인 정보 보호를 포함한 보안을 꼽았다. 미국 정부의 도감청 우려가 커지면서 상당히 큰 사업 기회가 창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현상이 벌어질 때, 어떤 사업이 장기적으로 실효성이 있을지 고민하라고 말했다.
모바일 로컬 비즈니스, 클라우드 컴퓨팅, HTML5로 이행 등에서 짧게는 5년, 길게는 20년까지 이어질 사업 기회가 있을 것으로 봤다. 긴 호흡으로 바라봐야 하므로 인내심 있는 투자자 찾기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단기간내에 투자금을 회수하려 해선 안된다라며 인내심 있는 투자자를 찾아야 하는데, 그런 투자자들은 대부분 가족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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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미트 회장은 창업 장려로 강연을 맺었다. 아이디어가 있다면 직접 뛰어들되 그렇지 않다면 주변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을 찾을 것을 조언했다. 열정을 갖던지, 열정이 있는 자를 찾던지 둘 중에 하나가 가능하다면 성공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창업은 3명만 모여도 시작할 수 있죠. 지금 열정을 갖고 있다면, 양 옆에 앉은 사람들을 설득해 보세요. 아이디어가 없다면 주변에 누가 똑똑한지 보고 같이 일하자고 제안하세요. 그 사람 역시 도움이 필요할 겁니다. 그의 말이 끝나고 긴 박수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