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미트 "한국, 갈라파고스 될 줄 알았다"

일반입력 :2013/10/31 14:35    수정: 2013/10/31 15:04

남혜현 기자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 고민을 많이 했다. 네트워크가 연결이 안 됐고 휴대폰 호환이 이뤄지지 않았다. 유럽산 휴대폰은 작동이 안됐고 언어도 달랐다. 한국은 한반도 안에서만 그치는게 아닌가 생각했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31일 서울대 문화관에서 강연을 갖고 지난 5년간 한국이 굉장히 많이 변했다라고 말했다. 갈라파고스가 될 줄 알았던 한국이 디지털 시대 리더로 빠르게 부상했단 설명이다.

슈미트 회장은 한국의 빠른 변화 원인을 '모바일 컴퓨팅'에서 찾았다. 스마트폰 보급이 '근본적 변화'를 이끌어냈단 것이다. 한국에서 구글의 미래를 우려하던 슈미트 회장은 최근 우리 정부와 잇단 협력안을 내놓고 있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한국의 미래는 밝다라고 전망했다. 기술적으로 더 나은 환경을 구축하려 노력하는 국가는 그렇지 않은 곳과 비교해 더 성공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다만, 미래를 위해선 한국이 소프트웨어(SW) 산업을 더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슈미트 회장은 한국은 조선, 자동차, 가전 등에서 엄청난 성공 신화를 가졌다라며 미래에는 그 모든 분야의 산업들이 각각 소프트웨어를 갖출 것이라 말했다. 미래 먹거리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더 나은 상품을 제공하는데서 나올 것이라는 말로 SW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 한국의 대학들이 서로 연계해 빅데이터 연구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므로 미래는 밝다고 본다라면서 앞으로 더 많은 소프트웨어에 (자원을) 투입하면 전망은 더 밝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글이 생각하는 차기 혁신은 '인공지능 컴퓨팅'에서 찾았다. 인간이 질문하는 것에만 답하는 컴퓨터가 아니라, 먼저 알아서 찾아주는 '돌봄(care)' 형태로 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창업을 준비한다면 귀기울여 들을 대목이다. 앞으로 기술 진화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시사하는 부분이라서다.

슈미트 회장은 컴퓨터가 더 많은 지능을 가지고 세계를 파악하게 되길 원한다라며 예컨대 한국에 왔을 때 스마트폰이 이 지역에 대한 정보를 주고, 사업 기회에 대해 설명하고, 저녁엔 어디서 멋진 파티가 있는지 알려주게 되길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슈미트 회장은 연초 북한을 방문했던 소감을 굉장히 추웠다라고 털어놨다. 비교하면 서울은 훨씬 따뜻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겨울 같은 북한의 경제사정을 비유한 말로 풀이된다. 그는 한국 정부를 비롯, 세계인들이 북한을 도와야 한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도적으로 접근해야 북한을 개방할 수 있다는 논리다.

슈미트 회장은 식량 원조, 지식 전달 등 가능한 모든 걸 해야 한다라며 그것이 여러분에게도, 세계에도 좋은 일이라 말했다. 이어 북한을 개방하는 것, 그래서 세계에 연결하는 것이 좋다라며 정보가 북한에 들어가는 것이 더욱 안정적인 방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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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대한 애정도 강조했다. 한국은 기술, 그리고 스타일을 최고로 결합하고 있는 나라라고 표현했다. 대담을 진행한 ABC뉴스 조주희 서울지국장이 외국계 회사가 한국에 계속해 투자하는 것에 놀란 사람들이 있다고 묻자 외국계 회사가 아니라 구글이다라고 답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아시아에서는 넥타이를 매야 하는 걸로 안다며 점잖은 모습으로 강연에 나선 그는, 청중들과 질의 응답 내내 유쾌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내 친구 싸이를 말하는 그에게 한국이 낯설어 보이지 않았다. 네이버는 왜 구글이 못되느냐란 한 청중의 질문엔 네이버에서 직접 답을 해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하는 여유까지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