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한 콘텐츠 기업들을 돕겠다고 신설한 콘텐츠공제조합이 오히려 영세업체들에 짐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합에 배정됐던 내년 정부 예산이 전액 삭감됐으며, 콘진원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영세업체들에 출자를 종용하는 '갑의 횡포'를 부렸다는 주장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진흥원 내부자료 '콘텐츠공제조합 가입유치 본부별 팀별 상황보고' 문서를 공개하고, 진흥원이 지난달 각 본부별 팀별로 출자자 모집을 할당하고 800여개 기업들에게 이메일과 전화로 출자를 종용해왔다고 밝혔다.
콘텐츠공제조합은 2015년까지 정부 500억원, 대기업 400억원, 민간출자 100억원 등 도합 1천억원 운영자금을 조성해 영세 콘텐츠 기업의 자금난 해갈에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정작 2014년 정부예산안에서 관련 예산 240억원이 전액 삭감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가운데 콘텐츠진흥원은 직원들을 동원해 콘텐츠 기업들에 이메일과 전화로 출자를 종용해 영세 사업자 호주머니를 털어 국정과제를 추진하는 것이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
박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진흥원은 ▲총 권유 기업수 ▲가입 확정기업 ▲가입 예정기업 ▲가입좌 수 등 4개 점검항목을 정하고 게임·차세대콘텐츠본부 등 5개 본부와 15개 팀별로 매일 실적관리와 상황보고를 받아 홍상표 콘진원장에게 보고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홍 원장은 콘텐츠공제조합 출자자 모집실적이 지난 9월 30일 기준으로 24개 기업이 출자하는 등 저조하자 10월 15일 경으로 예정했던 창립총회를 10월31일로 연기하고, 직원들에게 팀별로 그 동안 진흥원의 사업을 지원받은 바 있는 각종 협회와 기업을 상대로 출자 독려 활동을 하도록 지시했다.
박 의원은 원장이 매일 상황보고를 받고, 매주 1회 열리는 간부회의 등을 통해 실적 부진을 채근하는 등 출자실적을 강하게 압박하는 바람에 일선 팀장들과 직원들의 스트레스가 상당했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출자 종용 이후 참여 기업 수는 10월 22일 기준 117개로 늘어났다. 그러나 출자 기업 중 74.3%인 87개 기업은 그 동안 진흥원으로부터 공모사업 지원을 받았거나 진흥원이 운영하는 글로벌게임허브센터 등의 시설에 입주해있는 기업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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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진흥원 직원으로부터 출자 요청 전화를 받은 모 기업 대표는 갑인 진흥원이 부탁하니 안 들어줄 수 없어 1좌 가입했다라며 00기업은 몇 좌를 했는데 그 정도는 해야 하지 않느냐고 부담을 주기까지 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박 의원은 직원까지 동원해 무차별적으로 출자를 종용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갑의 횡포라며 정부가 먼저 출연금을 내놓고 조합의 성공가능성과 정부의지를 보여줘야 기업들도 신뢰를 가지고 출자를 하는 것이라고 정부 출연을 촉구했다.